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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김정하의 시시각각] 국민의힘, 벌써 야당 준비 시작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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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김정하 논설위원


4년 전을 떠올려 보자.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2020년 총선에서도 참패한 미래통합당은 아무 희망이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50~60%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20년 집권’이니 ‘50년 집권’이니 하는 소리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반면에 미래통합당은 변변한 대선 후보조차 없었다. 당시 미래통합당이 2년 뒤에 집권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이 있었다면 웃음거리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대이변이 가능했던 건 문재인 정권이 국회 의석만 믿고 폭주한 요인이 크지만, 미래통합당이 착실히 중도 강화 노선을 밟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래통합당은 비대위원장에 개혁 성향의 김종인 전 의원을 영입하고 당명을 국민의힘으로 바꿔 신장개업에 나섰다. 2021년 전당대회에서 30대의 이준석 대표를 선출하면서 드디어 보수에도 변화의 바람이 분다는 느낌을 심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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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1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당선인이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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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바꾼 것은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구속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대선후보로 영입한 대목이다. 보수 진영에 유례없는 피바람을 일으킨 당사자였지만 어떻게든 정권을 바꿔보겠단 집념이 과거의 원한마저 덮어버렸다. 물론 이 지경이 된 윤석열 정권의 평가는 별도의 몫이지만, 집권하려면 중도 강화가 그만큼 중요하단 얘기를 하고 싶은 거다.



탄핵반대 20%만 보면 당 미래 없어

윤과 절연하고 중도 확장에 나서야

DJ는 30년 정적 JP와 손잡고 집권

요즘 국민의힘은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워낙 벼락처럼 터진 계엄 사태라 초기엔 정신이 없었다고 쳐도 이젠 계엄 정국의 탈출 전략을 모색할 때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탄핵의 강을 건너기는커녕 계엄의 바다에 빠져 윤 대통령과 동반 익사라도 하겠다는 투다. 국민의힘 의원이나 당직자 중에 비상계엄을 사전에 모의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나? 국민의힘이 계엄 사태에 대한 정치도의적 책임은 있겠지만, 법적 책임을 질 일은 없다. 국민의힘은 이제라도 윤 대통령과 철저히 절연하고 환골탈태에 나서는 게 상식인데, 도무지 움츠러든 거북이마냥 등껍질 속에서 꼼짝을 하지 않고 있다.

드러내고 말은 안 해도 국민의힘도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둘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선주자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라지만 ‘윤석열도 싫지만, 이재명도 싫다’는 유권자도 상당수다. 만약 조기 대선이 확정되면 국민의힘은 이런 중도층을 어떻게 공략할 요량인가. 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싸잡아 ‘내란 정당’으로 공격할 게 뻔한데 지금처럼 어정쩡한 자세로 중도층 흡수가 되겠나. 그나마 한동훈 전 대표가 계엄 당일 발 빠르게 움직여 일부 여당 의원이 계엄해제 표결에 참여했길래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꼼짝없이 당이 내란 연루 혐의를 뒤집어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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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4일 새벽 비상계엄령 해제 요구를 하기 위해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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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한 20% 안팎의 유권자들에게 의지해 당이 뭉치자는 주장이 나온다고 한다. 한국이 다당제 구조면 그래도 상관없다. 하지만 현행 양당 구도에서 그런 주장은 대선은 그냥 접고 야당이나 하자는 소리다.

영남권의 대표 주자 격인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90석만 뭉치면 DJ(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정권을 다시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 말은 절반만 사실이다. DJ가 79석으로 정권을 잡은 것은 사실이지만 DJ가 자기편만 똘똘 뭉치는 전략으로 집권한 것은 절대 아니다. DJ는 30여 년에 걸친 정적이었던 JP(김종필 전 총리)와 손을 잡는 파격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 이건 마치 국민의힘이 ‘비명횡사’당한 친문계와 연대하는 것과 비슷한 발상인데, 20%만 보고 가는 정당에선 꿈도 꿀 수 없는 정치적 상상력이다.

좌든, 우든 중도 확장을 포기하는 건 집권과 담을 쌓는 일이다. 문재인 정권에서 보수를 재건한 건 기존 중진들이 아니라 중도층에 소구력 있는 새 얼굴이었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추구해야 할 노선도 비슷하다. 무난하게 가면 무난하게 망한다.

김정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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