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현 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
계엄은 생소한 단어다. 한자어로는 '엄히 경계하다'며, 영어로 계엄법은 '마셜 로'(Martial Law)다. 마셜(Martial)은 화성을 뜻하는 마스(Mars)에서 나왔고 마스는 전쟁의 신이다. 화성의 붉은색은 화염을 연상케 한다. 계엄법상 비상계엄의 요건은 '전시, 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다.
계엄은 아주 심각한 단어다. 탄핵, 내란 역시 심각한 단어다. 오늘의 현실은 전 국민이 밥 먹으면서 계엄, 탄핵, 내란 등의 용어로 농담이 아닌 토론을 한다. 말의 인플레이션인가, 아니면 상황 자체가 인플레이션인가.계엄법은 헌법의 하위 법률이며 계엄 중에도 삼권분립의 틀은 도도히 유지된다.
그 핵심은 계엄이라는 비상대권에 대한 국회의 견제다. 왕정과 달리 대통령은 선출직이지만 의회를 통한 왕에 대한 견제는 대통령의 비상대권에 대한 국회의 통제로 남아 있다. 계엄에 대한 국회의 견제는 2가지다. 하나는 비상계엄 중에도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의 행정과 사법사무만을 관장한다는 것이다. 입법은 빠진다. 둘은 국회의 계엄해제요구권과 계엄 중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다. 비록 전시, 사변이라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경우에도 국회와 국회의원은 계엄사령관이 어찌할 수 없다. 계엄의 한계다.
물론 우리 계엄의 역사는 이 한계를 농락해왔다. 1952년 이승만은 빨치산을 이유로 임시수도 부산에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계엄군은 국회의원 47명이 탄 국회통근버스를 통째로 납치했다. 이들은 계엄군에 의해 국회의사당에 감금된 상태에서 대통령 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킬 수밖에 없었다.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직후 계엄사령관에 의해 민의원, 참의원이 강제해산됐다. 1972년 유신쿠데타 당시에도 계엄사령관에 의해 국회가 해산됐다. 둘 다 헌법에 근거가 없는 해산이었다. 유신헌법에는 아예 '대통령은 국회를 해산할 수 있다'는 조항을 넣었다. 해산권 발동을 위한 요건은 전혀 없다. 그냥 내키면 해산할 수 있는 것이다.
1980년 5월17일 자정에 발령한 비상계엄 전국 확대조치는 박정희 시해로 인해 1979년 10월27일 발령된 제주 제외 전국 비상계엄이 제주 포함으로 확대된 것이다. 10월의 비상계엄은 현직 대통령을 죽인 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깜깜한 상태에서 선제적으로 발동한 것이고 5월의 확대조치는 12·12로 군권을 장악한 전두환이 전국 비상계엄을 통해 계엄사령관에 대한 국방장관의 통제를 생략하기 위해 한 것이다. 전국 비상계엄일 경우에만 국방장관을 통한 계엄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생략되기 때문이다. 1980년 5월18일엔 김대중, 김종필이 체포됐고 김영삼은 가택연금됐다. 당시 김종필은 민주공화당 총재이자 국회의원이었고 김영삼은 신민당 총재이자 국회의원이었다.
이 역시 계엄법상의 한계를 넘은 위법이다. 당시 김대중 체포의 이유가 된 죄명은 내란음모다. 5·18 비상계엄 확대조치를 이유로 전두환, 노태우가 도리어 내란죄의 죄책을 진 것은 아이러니다. 김대중을 내란음모로 몰다 도리어 본인들이 내란의 수괴가 된 것이다. 당시 전·노의 변호인들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고 항변했으나 결국 우리 법원은 성공한 쿠데타도 처벌했다. 이번 계엄의 내란논란은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함으로써 계엄의 본질적 한계를 넘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계엄은 국회를 능멸한 다른 계엄과 달리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요구결의안'을 통과시켜 실패했다.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수현 변호사(이수현법률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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