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이 생전 마지막 경찰 소환 수사였던 2023년 12월23일 출석한 모습/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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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7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 안에서 배우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48세.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은 지 약 2개월 만에 벌어진 비극이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른 죽음이다. 특히 이선균은 경찰 조사를 받는 내내 성실히 임하며 자신에게 씌워진 오해를 풀려는 의지를 보였기에 더 큰 충격을 안겼다.
전문가들은 확인되지 않은 혐의가 실시간으로 보도되고 사생활까지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상황이 삶을 지탱하기 어려울 만큼 버거웠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실제 수사 과정에서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문제 지적과 언론의 무분별한 보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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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차례 경찰 소환 조사…억울함 호소했지만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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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진 배우 이선균의 차량을 살피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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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약 2달 전인 2023년 10월 23일.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이선균이 유흥업소 여실장 A씨 서울 자택에서 대마초 등 여러 종류의 마약을 투약했다고 보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와 향정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선균 측은 A씨 등 2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공갈, 협박을 받았으며 이 과정에서 3억5000만원을 뜯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협박을 가한 이들을 고소했다.
닷새 후인 2023년 10월 28일. 이선균의 첫 소환 조사에서 경찰은 이선균 소변과 모발을 확보했고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또 당일 마약류 간이 검사(시약 검사)도 진행했다.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후 나온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정밀 감정에서도 음성 판정이 나왔다.
두 번째 소환 조사인 2023년 11월 4일엔 이선균은 "모든 질문에 성실하고 솔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A씨가 나를 속이고 약을 줬다. 마약인 줄 몰랐다"며 범행 고의성을 부인했다.
3차 조사는 2023년 12월 23일에 이뤄졌다. 당일 이선균은 19시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조사를 마치고 나온 그는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A씨 진술뿐이다. 억울하다"며 "경찰이 저와 공갈범들 가운데 어느 쪽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잘 판단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선균은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의뢰한다는 의견서도 경찰에 제출했다.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3차 조사를 마치고 나흘 뒤에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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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사망에 당황한 경찰…"수사상 절차 문제는 없었다"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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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놓인 이선균의 사진/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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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2월 27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 안에서 배우 이선균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당일 오전 10시12분쯤 이선균 소속사로부터 "(이선균이) 전날 유서 같은 메모를 작성하고 집을 나간 뒤 지금까지 귀가하지 않았다. 차량도 없어졌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수색에 나선 경찰은 18분 만에 와룡공원 인근에 주차된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인 이선균을 발견했다. 그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자신들이 피의자로 조사하던 이선균이 사망하자 경찰은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경찰 관계자는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다. 수사 도중 이런 일이 생겨 우리도 상당히 당황하고 있다"라며 "지난 3차례 소환 조사에서 이런 조짐은 전혀 없었다. 만약 조금이라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었다면 조치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사상 절차 등의 문제는 없었다. 다만 수사 도중 이런 상황이 발생해 강압 수사 오해를 받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일각에선 경찰이 확실한 물증 없이 A씨 진술에만 의존했고 정보 유출을 막지 못한 '망신 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언론과 유튜브 채널의 무분별한 추측성 보도로 이선균이 심리적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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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범' 유흥업소 실장·전직 영화배우 실형…유흥업소 실장은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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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을 공갈해 돈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 영화배우 B씨가 2023년 12월2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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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균 죽음 이후 대중 시선은 그를 공갈·협박한 유흥업소 실장 A씨와 전직 영화배우 B씨에게로 향했고 이내 진실이 드러났다.
A씨는 2023년 9월 이선균에게 연락해 "휴대폰이 해킹당했는데 해킹범이 우리 관계를 폭로하려 한다. 입막음용으로 돈이 필요하다"며 3억원을 받아냈다. 하지만 A씨는 이 돈을 해킹범에게 주지 않고 자신이 가로챘다.
당시 A씨를 협박한 해킹범은 사실 B씨였다. 교도소에서 알게 된 이들은 출소 후 오피스텔 위아래 살 정도로 사이가 돈독했다. 하지만 사이가 틀어졌고 B씨는 돈을 뜯을 목적으로 해킹범 행세를 했다.
하지만 그 돈을 A씨가 가로채자 화가 난 B씨는 그를 경찰에 마약범으로 신고했다. 경찰 수사를 받게 된 A씨는 '투약 현장에 이선균도 있었다'고 진술했고 이때부터 이선균도 경찰 조사 대상이 됐다.
A씨를 경찰에 신고한 B씨는 이선균 연락처를 알아내 직접 연락 한 뒤 협박해 5000만원을 뜯어내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A씨와 B씨는 지난 19일 1심에서 각각 징역 3년6개월, 4년2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장은 "피고인들의 범행으로 유명 배우인 피해자가 두려움과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고 유족도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피해자는 마약 수사 사실이 언론에 알려진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 피고인들 범행이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A씨는 "공갈 등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1심 판결은 법리를 오해했다"며 항소했다.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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