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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8 (토)

[아경와인셀라]평온한 연말을 위한 달콤한 포트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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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다우(Dow's)'

포트 와인 최강자 시밍턴의 대표 와인

빈티지 포트 명가, 드라이한 피니시 매력

2011년 빈티지 포트, WS 1위 선정

편집자주하늘 아래 같은 와인은 없습니다. 매년 같은 땅에서 자란 포도를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양조하고 숙성하더라도 매번 다른 결과물과 마주하게 됩니다. 와인은 인간과 자연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우연의 술'입니다. 단 한 번의 강렬한 기억만 남긴 채 말없이 사라지는 와인은 하나같이 흥미로운 사연을 품고 있습니다. '아경와인셀라'는 저마다 다른 사정에 따라 빚어지고 익어가는 와인 이야기를 하나하나 꺼내 들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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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베리아반도 끝자락에 자리 잡은 포르투갈은 라틴어로 서쪽 항구라는 뜻의 '포르투스 칼레(Portus Cale)'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이 항구의 나라에서도 중심이 되었던 도시가 바로 포르투(Porto)인데, 이곳에서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포트 와인(Port Wine)'이 탄생했다.

포르투갈의 대표 와인임에도 포르투 와인이 아닌 포트 와인이란 영국식 이름을 갖게 된 건 이 와인이 주로 영국에서 소비되고 영국인에 의해 세계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포트 와인은 예나 지금이나 영국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데, 그 출생의 지분이 절반쯤은 영국에 있다. 기후 여건상 와인을 양조할 만한 포도 재배가 어려운 영국은 오래전부터 프랑스 와인의 주요 고객이었다. 하지만 14세기 백년전쟁에서 프랑스에 패배하며 와인 산지 보르도 지역을 빼앗긴 영국은 새로운 와인 수입처를 찾아야만 했고, 고심 끝에 낙점한 곳이 오랜 동맹국 포르투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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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의 1966년 빈티지 포트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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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나라의 교역이 강화되면서 자연스레 포르투갈에 정착하는 영국인도 늘어났다. 15세기 후반에는 상당량의 포르투갈 와인이 영국으로 수출돼 염장해 말린 대구인 바칼라우(bacalhau)와 교환됐고, 1654년에는 양국 간 통상 조약으로 포르투갈에 사는 영국 상인에게 세금 특혜도 생겼다. 하지만 교역이 매번 매끄러웠던 것만은 아니었다. 냉장 시설이 없던 당시 포르투갈에서 선적한 와인은 긴 항해를 거쳐 영국에 도착할 때면 이미 녹초가 되어 마실 수 없는 상태가 돼버리는 일이 다반사였다.

와인이 산화돼 식초가 되어버리는 일을 맥없이 지켜볼 수만은 없었던 수출업자들은 알코올 도수가 높은 브랜디를 조금씩 첨가하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단순히 와인이 상하는 일을 막기 위해 시작한 일이었지만 해당 와인들이 기대 이상의 품질을 보여주면서 사람들의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었다. 의도치 않게 탄생한 포트 와인은 이후 발효 시기와 주정 강화 방식 등을 발전시키며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게 되었다. 테일러(Taylor's), 그레이엄(Graham's), 크로프트(Croft), 샌드맨(Sandman) 등 유명 포트 와인 회사에 영국식 이름이 많은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대대로 전해져 내려온 전통과 장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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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의 '퀸타 도 봉핑(Quinta do Bomfim)' 와이너리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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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의 역사도 포트 와인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1798년 포르투갈 출신의 상인 브루노 다 실바(Bruno da Silva)는 영국 런던으로 떠난다. 이는 당시 포르투갈 와인 수입업자들이 영국에서 포르투갈로 이주하던 것과 반대의 행보였다. 브루노는 포르투갈 와인 수입으로 좋은 평판을 얻으며 런던에 연착륙했는데, 19세기 초 나폴레옹 전쟁으로 많은 무역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도 브루노의 회사는 무장 보호를 받으며 험난한 비스카이 만을 가로질러 와인 무역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그의 아들인 존 다 실바(John da Silva)는 1862년 프레드릭 윌리엄 코센스(Frederick William Cosens)와 손을 잡고 '실바 앤 코센스(Silva & Cosens)'를 설립하며 사업을 더욱 확장한다. 1877년 실바 앤 코센스는 포트 와인 업체 한 곳을 인수해 합병하는데, 그 이름이 바로 '다우 앤 코(Dow&Co.)'였다. 당시 다우 앤 코는 실바 앤 코센스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회사였지만 높은 품질의 빈티지 포트 와인으로 명성을 얻고 있었고, 이를 토대로 사명도 현재의 다우로 변경하기에 이른다. 이후 다우는 포트 와인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회사로 성장하게 된다.

20세기 들어 다우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1912년 앤드류 제임스 시밍턴(Andrew James Symington)이 다우의 지분을 매입하며 파트너가 되는데, 이후 시밍턴 가문은 현재까지 5세대에 걸쳐 와인메이커로 일하며 다우의 스타일과 캐릭터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현재 다우는 온전히 시밍턴 가문 소유로 전 세계 프리미엄 포트 시장 점유율 35%를 자랑하는 '시밍턴 패밀리 이스테이트(Symington Family Estates)'의 대표 포트 와인 브랜드 중 하나로 운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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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의 '퀸타 도 봉핑(Quinta do Bomfim)' 포도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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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 와인은 일반 와인에 브랜디 등 증류주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주정강화 와인(Fortified Wine)이다. 일반적인 와인의 알코올 도수가 11~15도(%) 정도인 데 반해 주정강화 와인은 알코올이 더해진 만큼 도수가 20도 전후로 높다. 포트 와인은 양조와 숙성 방법에 따라 종류가 굉장히 다양한데, 그중에서도 정수로 꼽히는 것이 빈티지 포트다. 빈티지 포트는 다양한 연수의 와인을 블렌드해 만드는 일반 포트와 다르게 특정 연도에 생산된 포도로만 만든 말 그대로 빈티지가 있는 포트 와인이다. 모든 조건이 완벽한 해에만 탄생하는 빈티지 포트는 10년에 세 번 정도만 출시되는 귀한 와인이자 빈티지에 따라선 100년 이상도 보관할 수 있어 '불멸의 와인'으로 불린다.

다우가 현재의 명성을 구축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것도 빈티지 포트다. 시밍턴 가문은 지난 100년 동안 다우를 빈티지 포트 와인 생산 명가로 만드는 데 집중했다. 다우의 빈티지 포트는 모두 힘 있는 타닌과 원숙한 과일 풍미를 갖춘 클래식한 스타일을 보여주는데, 입 안에서는 강렬한 과일의 맛과 함께 씁쓸한 다크 초콜릿의 맛이 풍성하게 느껴지며, 최소 30년 이상 숙성 가능하다. 특히 2014년에는 세계적인 와인 전문지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선정하는 올해의 100대 와인에서 다우의 2011년 빈티지 포트(DOW's Vintage Port 2011)'가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 최정상급 와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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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와인 스펙테이터(Wine Spectator)'가 선정하는 올해의 100대 와인에서 1위를 차지한 다우의 2011년 빈티지 포트(Dow's 2011 Vintage 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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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우로 밸리, 다우와 포트의 고향
포트 와인은 전 세계에서 오직 한 곳, 도우로 밸리(Douro Valley)에서만 생산된다. 포트 와인을 숙성하고 선적해 수출하는 산업 활동의 중심은 도우로 강 하구의 포르투와 맞은편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a Nova de Gaia)이지만 포도 재배와 양조는 도우로 밸리에서 이뤄진다. 도우로 밸리의 포도밭은 두 쌍둥이 해안도시에서 도우로 강을 따라 70km가량 거슬러 올라간 상류에서 시작되는데, 이 지역 포도밭은 1756년 세계 최초로 법적 통제 지역으로 지정됐고, 200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도우로 밸리의 포도밭 지대는 3개의 하부 지역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가장 서쪽의 바이쇼 코르고(Baixo Corgo)에서 가장 가벼운 스타일의 와인이 생산되며, 중앙의 시마 코르고(Cima Corgo)에 가장 많은 수의 최상급 포도밭이 있다. 상대적으로 드문드문 조성돼 있는 동쪽의 도우로 수페리오르(Douro Superior) 지역에서도 최고 품질의 와인이 만들어진다. 코르고는 도우로 강의 주요 지류인 코르고 강 주변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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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의 '퀸타 도 봉핑(Quinta do Bomfim)' 포도밭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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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다우의 빈티지 포트에 사용되는 포도가 자라는 밭은 최고 산지인 시마 코르고에 있다. '퀸타 도 봉핑(Quinta do Bomfim)'은 1896년부터 다우 빈티지 포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포도밭으로 도우로 밸리에서도 가장 뛰어난 밭 중 하나로 꼽힌다. 1896년부터 다우 빈티지 포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퀸타 도 봉핑은 도우로 밸리에서 가장 뛰어난 포도밭 중 하나다. 봉핑은 서쪽의 비교적 습한 바이쇼 코르고와 동쪽의 강렬한 더위가 특징인 도우로 수페리오르 사이에 자리 잡아 품질 높은 포도를 생산하는 데 최적의 기후 조건을 만들어준다.

포트 와인은 대부분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혼합해 만드는데, 주로 토우리가 프랑카(Touriga Franca)와 토우리가 나시오날(Touriga Nacional), 틴타 바호카(Tinta Barroca), 틴타 호리즈(Tinta Roriz), 틴토 카옹(Tinto Cao) 등 5개 토착 적포도 품종이 프리미엄 포트 생산에 사용된다. 이들은 모두 검은 과일과 꽃 아로마를 지니며, 포도알이 작고 껍질이 두꺼워 타닌이 많은 경향이 있어 진하고 농축된 풍미의 포트 와인 생산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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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타 도 봉핑(Quinta do Bomfim)' 와이너리의 '라가르(Lag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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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핑에도 이들 품종과 오래된 혼합 포도나무들(Old Mixed Vines)이 심겨 있고, 각 품종별 포도밭은 세심하게 관리된다. 매년 8월에서 10월이 사이 봉핑은 수확을 시작한다. 수확된 포도는 와이너리로 옮겨져 현대적인 '라가르(Lagare)'라고 불리는 넓적한 화강암 용기에 담겨 으깨진다. 과거 라가르에서 포도를 으깨는 과정은 사람이 직접 밟는 게 일반적이었지만 시밍턴 가문은 1990년대 말 로봇식 라가르를 도입해 일종의 혁신을 일군다. 로봇식 라가르는 대형 스테인리스 통에 달린 기계식 다리가 위아래로 움직이며 포도를 부드럽게 으깨는 방식인데, 기계식 다리의 온도까지 사람의 체온과 비슷한 37도(℃)로 조절 가능하다. 시밍턴 가문은 로봇식 라가르를 2000년 수확분에 처음 사용했고, 현재는 정상급 포트 회사 대부분이 이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으깬 포도는 탱크에 부어 발효시키면 포도 속 당분은 알코올로 변환한다. 동시에 포도 껍질에서 풍미와 색, 아로마가 추출되는데, 36시간 정도 지나 전체 당분의 절반가량이 알코올로 변환했을 때 발효를 멈춰야 한다. 발효를 중단하기 위해 알코올 도수 77%의 포도 증류주 '아구아르덴테(Aguardente)'를 와인에 첨가한다. 증류주의 높은 알코올은 와인 속 효모를 죽여 발효가 멈추는데, 그 결과 잔당이 리터당 약 70g(7%), 알코올 도수가 약 20%로 강화된 스위트 와인이 만들어진다.
연말 모임에서 편하게 즐길 와인, 화이트 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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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 포트 2018(DOW's Late Bottled Vintage Por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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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에는 빈티지 포트 외에도 주목할 만한 포트 와인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다우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 포트(DOW's Late Bottled Vintage Port)'다. 줄여서 LBV라고도 불리는 레이트 바틀드 빈티지 포트는 늦병입 빈티지 포트 와인으로 빈티지 포트와 마찬가지로 동일 연도에 수확한 포도만을 사용해 만들어진다. 다만 병 속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빈티지 포트와 달리 LBV는 오크에서 4~6년간 숙성 후 병입해 추가 숙성 없이 바로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다우의 LBV는 현대적인 LBV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깊은 루비 빛의 색상과 자두, 제비꽃, 향신료의 복합적인 풍미가 힘 있게 느껴지며, 입 안에서는 생생하고 스파이시한 과실류의 맛이 풍부하게 퍼진다. 다우 특유의 드라이한 피니시가 부담스럽지 않게 마무리된다.

포트 와인을 떠올리면 일반적으로 고도수의 진득한 레드 와인이 연상되지만 상대적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화이트 포트 와인도 있다. '다우 파인 화이트 포트(DOW's Fine White Port)'는 도우로 밸리에서 재배되는 토착 품종 포도로 완성한 기본급 화이트 포트 와인이다. 대부분의 와인은 오크에서, 나머지 일부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돼 풍부한 견과류의 아로마와 황금빛 색상, 신선한 과일류의 캐릭터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입 안에서는 훌륭한 산도와 부드러운 목 넘김, 신선한 과일의 캐릭터가 균형감 있게 표현되며, 다우 특유의 길고 드라이한 피니시로 마무리된다. 3년간 숙성해 바로 즐기기 좋은 상태에서 출시되며, 하이볼처럼 토닉 워터에 레몬을 넣어 '포트 토닉'으로 가볍게 즐길 수 있어 연말 모임에서 식전주로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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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 파인 화이트 포트(DOW's Fine White 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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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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