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28 (토)

러시아, 아제르여객기 격추설에 “결론 전 가설 안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미 당국자, 러시아 방공망에 격추 가능성 제기

아제르바이잔 정부 소식통 “러 방공망에 격추”

러시아 “현재 조사중…결론 전 가설은 안 돼”

헤럴드경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25일(현지시간) 추락한 뒤 잔해가 카자흐스탄 악타우시 인근에 흩어져 있다.[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AP]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25일 오전(현지시간)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한 사건과 관련, 러시아의 오인 격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부 당국자가 카자흐스탄에서 추락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낸 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이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로이터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미 당국자가 인터뷰에서 초기 조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방공망이 아제르바이잔 항공기를 공격했다는 징후들이 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앞서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를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가던 아제르바이잔 항공 여객기가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67명 가운데 38명이 숨졌다.

사고 당시에는 추락 원인으로 여객기가 새떼와 충돌했을 가능성이 거론됐으나, 로이터와 유로뉴스 등은 복수의 아제르바이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해당 여객기가 최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드론을 격추하던 지역으로 비행경로를 변경했고, 비행기 꼬리 부분의 구멍들이 미사일 공격 혹은 방공시스템 작동으로 인한 것으로 보인다는 항공 전문가의 의견 등으로 미뤄 러시아군의 오인 격추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복수의 아제르바이잔 정부 소식통 역시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의 방공시스템에 격추된 것이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러시아 그로즈니 상공에서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발사된 미사일이 여객기 근처에서 폭발하며 파편이 승객과 승무원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또 여객기 기장이 러시아 공항에 비상착륙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대신 카스피해를 건너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로 이동할 것을 지시받았다고 말했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출발해 러시아 그로즈니로 향하던 이 여객기가 왜 갑자기 항로를 이탈해 카스피해를 가로질러 반대쪽까지 날아가 비상착륙했는지 설명해줄 수 있는 진술이다.

헤럴드경제

추락한 아제르바이잔 여객기의 후미에 구멍이 뚫려 있어 러시아 방공망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로이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도 러시아군이 여객기를 우크라이나 무인기로 오인해 격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 당국자 안드리 코발렌코는 여객기 일부와 내부 구명조끼 등에 난 구멍을 근거로 러시아 방공시스템에 의해 격추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도 사고 여객기 꼬리 부분에 구멍이 여럿 난 것을 들어 미사일이나 방공 시스템 작동의 결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추락 당시 여객기는 악타우로 하강하기 전 위험할 정도로 가파른 속도로 하강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게다가 이 여객기는 러시아 북캅카스 상공을 지나고 있었다. 최근 몇 주간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던 지역이다.

이날 러시아 국방부는 간밤 우크라이나 드론 59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는데, 여객기 추락 불과 3시간 전에도 우크라이나 드론 1대가 그로즈니 서쪽 블라디캅카스 상공에서 격추됐다.

여객기에는 아제르바이잔인 37명, 러시아인 16명, 카자흐스탄인 6명, 키르기스스탄 3명 등 67명이 타고 있었다. 이 중 38명이 사망했다.

파라 다클랄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변인은 이날 엑스를 통해 “전면적인 조사를 촉구한다”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이 사고와 관련한 나토의 이날 첫 입장은 러시아의 오인 사격 의혹이 언론에서 불거진 이후 나왔다.

유로뉴스는 이러한 의혹이 사실이라면 러시아의 민간항공기 격추는 2014년 7월 말레이시아항공 소속 MH 17 여객기 이후 10년 만이라고 전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상공을 지나던 MH 17 여객기가 러시아제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돼 탑승자 298명전원이 숨졌다.

러시아는 섣부른 추측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현재 추락 사고의 원인을 조사중이며 결론이 나오기 전에 가설을 세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도 이번 추락사고의 원인을 놓고 격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여객기 꼬리 부분에 많은 구멍이 뚫린 점에 주목하며 “사고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비행기 외부 또는 내부 폭발 뒤 파편에 의한 손상일 수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또 사고 여객기의 애초 목적지였던 그로즈니 국제공항은 짙은 안개로 착륙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면서 당시 일기예보에서는 이 지역에 흐린 날씨가 예상됐었다고 보도했다. 사고 당일 러시아 북캅카스 지역에 발생한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이 공항폐쇄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코메르산트는 “생존자들은 여러 차례 폭발음을 들었고 숨쉬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일부 목격자는 여객기 바닥 아래 틈새에 있는 산소통이 폭발했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얽힌 이 문제에 대해 카자흐스탄과 아제르바이잔 정부 당국자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카자흐스탄 상원의장 마울렌 아심바예프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아제르바이잔은 사고 정보를 숨길 의도가 전혀 없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겠다”며 ‘성급한 결론’을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고 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