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원/달러 환율 최고 기록
건설사 내년 원자재 수입 계약 앞두고 우려 커져
주택경기 악화에 비용상승 인한 분양가 인상 걱정마저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이 설치돼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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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 아프리카에 진출해 있는 한 중견건설사 A사는 환율이 급등하자 당장 내년도 회계실적에 대한 우려에 휩싸였다. 현지에서 가지고 있는 미수 채권에 대해 환율 변동분을 재평가해야 하는데, 손실 확률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은 고환율이 이어질 경우 원자재 가격도 안심할 수 없다. 통상 연 단위로 원자재 수입 계약서를 쓰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계약서 사인을 하기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원/달러 환율이 27일 장중 1470원을 넘기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원화 약세 압력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반등도 속도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철근과 콘크리트 등 원자재 수입이 꼭 필요한 건설업계는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해외 프로젝트 수주도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라 허들이 높아졌다. 문제는 이같은 비용 상승과 수익성 악화의 악순환은 결국 분양가를 더 밀어 올려, 침체된 주택 시장을 더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건설업계 “고정환율·연간계약으로 위기 대응” 한다지만…해외 수주 어쩌나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최근 보유 외화 기준으로 환노출 위험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며 리스크 관리에 돌입한 상태다. 원/달러 환율이 5거래일 연속 1450원 선을 넘는 등 2009년 이후 최고 환율이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마감보다도 2.7원 오른 1467.5원에 장을 열어 이내 1470원을 돌파했다.
건설사들은 수입 원자재의 경우 ‘연간계약’을 통해 수급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고환율이 수익성에 반영되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대형건설사 B사 관계자는 “주요 자재들은 연간 단가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며 “단순하게 물가 상승률이나 환율에 대해 실시간으로 반영이 되지 않도록 방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견건설사 C사 관계자도 “원자재 수급의 경우 연단위로 계약을 하고 있어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하지만 환율변동을 예의주시하며 지급통화 조정 등을 통해 환위험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다만 지금과 같은 고환율이 지속될 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결국에는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건설사의 경우 지속되는 고환율의 타격을 피해가기 어렵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 년간 원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는데, 여기에 환율까지 오르면서 건설업계가 당분간 추운 겨울을 보낼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B사 관계자는 “해외 공장 프로젝트 등을 진행할 때는 달러 환율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이를 위한 방어책으로 계약 시 고정금리나 고정환율을 적용하는 등 계약 조항들로 환율 변동을 대비하고 있지만 환율 변동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치솟은 분양가 더 올리나…부동산 PF에도 치명적
관건은 공사비 상승이 분양가마저 밀어 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 거래는 고금리로 인한 이자부담과 내수 부진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으로 꽁꽁 묶인 지 오래다. 이 상황에서 분양가마저 상승하게 되면 시장이 더 위축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서 2023년까지 3년간 공사비는 30% 급등해 착공·공사 지연의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공사비 상승으로 서울 3.3㎡당 분양가가 4700만원을 돌파하는 등 전국 곳곳에선 아파트 분양가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1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1428만원으로 전월(1420만3000원) 대비 0.54%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3.3㎡로 환산하면 4720만7000원이다. 이를 계산하면 서울에서 국민평형 전용84㎡(공급 115 ㎡)기준 분양가는 16억4500만원에 달한다.
인천도 3.3㎡당 1864만1000원, 부산은 3.3㎡당 2263만5000원으로 나란히 역대 최고 분양가를 기록했다. 8개 도를 포함하는 기타지방의 분양가도 3.3㎡당 1493만2000원으로 전월 대비 0.06% 오르며 역대 최고치를 나타냈다.
고환율은 아직 정상화되지 못한 각종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도 치명타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적으로 인하할 여지의 폭이 줄어들게 되고, 이에 고금리까지 겹칠 시 중소건설사를 중심으로 겪고 있는 ‘부동산 PF 한파’가 더욱 길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브리지론에서 본PF로 넘어가지 못한 사업장들이 여전히 많은 상황”이라며 “고환율이 지속되면 중앙은행도 금리를 더 내릴 수 없는 상황이 되고, PF 시장에 자금이 더 풀리지 않아 부동산 수급 여건도 나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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