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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진입을 눈앞에 뒀다. 올해 국산 바이오시밀러가 상업적 성과를 보이는 가운데 국내 제약바이오사는 역대 가장 많은 시밀러를 배출하며 연구 역량도 입증했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매출이 매우 높은 의약품을 가리키는 용어다. 보통 연간 매출이 10억달러(한화 약 1조원) 이상인 의약품을 뜻한다. 블록버스터는 대개 혁신적이고 효과적인 치료법을 제공해 높은 시장 점유율을 보이며, 제약바이오사의 주요 수익원이 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가 지난 3분기 말 기준 979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국산 의약품으로는 첫 블록버스터 진입이 확실시되고 있다. 램시마는 존슨앤드존슨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 류머티즘 관절염, 염증성 장 질환 등의 치료에 쓰이는 약이다.
오리지널 레미케이드는 한 병당 170만원 남짓하던 고가 치료제다. 셀트리온은 램시마에 대해 2012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2013년 유럽의약품청(EMA),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차례로 받아낸 후 오리지널 대비 20~30% 저렴한 가격을 책정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인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램시마는 유럽에서 60%의 점유율을 기록해 7년 연속 인플릭시맙 성분 약 중 처방 1위 자리를 지켰다. 특히 유럽 주요 5국(독일·스페인·영국·이탈리아·프랑스)에서 후속 제품까지 포함한 램시마 제품군 합산 점유율은 76%를 기록해 독보적인 처방 우위를 나타냈다. 이외에 브라질에서는 40%, 미국에서는 29.9% 수준의 점유율을 보였다.
올해는 후속 제품인 '램시마SC(미국명 짐펜트라)'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매출 신장을 노리고 있다. 세계 최초로 인플릭시맙 성분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꾼 제품인 램시마SC는 기존 정맥 주사(IV) 방식에 비해 환자의 투약 편의성이 높고, 병원 방문 횟수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받은 램시마SC는 제형 특허에 대해 2038년까지 독점적인 권리를 확보했다. 출원을 마친 투여법 특허까지 등록하면 최장 2040년까지 특허 보호를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은 지난 3월 미국에 램시마SC를 출시한 이후 출시 5개월여 만에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를 비롯한 3대 PBM 전부와 계약을 완료했다. 현재 3대 PBM에서 관리하는 사·공보험 처방집 5개뿐만 아니라 이들을 제외한 전국형-지역형 PBM 및 보험사 처방집에도 짐펜트라 등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향후 미국 내 램시마SC 커버리지는 80%를 넘길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내년까지 램시마SC 점유율을 15% 이사응로 끌어올려 미국에서만 7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마스 누스비켈(Thomas Nusbickel) 셀트리온 미국 법인 최고상업책임자(Chief Commercial Officer, CCO)는 "TV, SNS 등 미디어 광고 활동을 중심으로 짐펜트라 마케팅을 전방위로 이어가면서 연내 미국 전역 커버리지 대부분을 확보해 15%의 목표 점유율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삼성에피스, 바이오시밀러 허가 주도
셀트리온은 올해 미국에서 1건, 유럽에서 2건의 바이오시밀러를 추가로 허가받았다.
셀트리온의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스테키마'(성분명 우스테키누맙)는 지난 18일 FDA 품목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를 바탕으로 스테키마의 품목허가를 신청해 판상형 건선,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CD), 궤양성 대장염(UC) 등 오리지널 의약품이 보유한 전체 적응증(Full Label)에 대한 승인을 획득했다.
앞서 지난 8월에는 유럽에서 스테키마 품목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셀트리온은 지난 5월 EMA에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옴리클로'에 대한 허가를 획득했다. 옴리클로는 유럽에서 정식 품목 허가를 받은 최초의 졸레어 바이오시밀러다. 졸레어는 알레르기성 천식, 비용종을 동반한 만성비부비동염 및 만성 특발성 두드러기 등에 사용되는 항체 바이오의약품으로, 지난해 기준 글로벌 매출 약 5조원을 기록했다. 옴리클로는 7월에는 영국, 12월에는 캐나다에서 추가로 품목허가를 승인받으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셀트리온은 내년에도 바이오시밀러 추가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지난 16일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4종에 대해 품목허가 승인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악템라, 아일리아, 프롤리아, 엑스지바 등 4개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인 앱토즈마, 아이덴젤트, 스토보클로, 오센벨트 등이 내년 유럽 시장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CHMP의 허가 권고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최종 승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쳐, 사실상 유럽 의약품 승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앱토즈마는 류마티스 관절염(RA), 거대세포동맥염(GCA)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오리지널 의약품 악템라의 바이오시밀러로, 앞서 진행한 글로벌 임상 3상을 통해 오리지널 의약품 대비 동등성 및 유사성을 입증했다. 아이덴젤트는 습성 황반변성(wAMD), 망막정맥 폐쇄성(CRVO·BRVO) 황반부종,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등 주요 안과 질환 치료에 사용되는 오리지널 의약품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로, 지난해 약 12조원의 글로벌 매출을 기록한 블록버스터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허가와 출시를 완료해 점유율을 확대 중이다.
스토보클로와 오센벨트는 골다공증 및 암 환자의 골 전이 합병증 예방 치료에 사용되는 오리지널 의약품 프롤리아-엑스지바의 바이오시밀러로, 지난해 두 제품의 연간 합산 글로벌 매출 규모는 약 8조원에 달한다. 아이덴젤트와 마찬가지로 CHMP 승인 권고에 앞서 지난 11월 국내에서 허가를 획득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 셀트리온을 제외하고도 미국과 유럽에서 국내 3개사 5개 품목이 8건의 승인을 받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5건을 허가받았고, 동아에스티와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도 각각 2건·1건을 허가받았다. 이외에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국내에서도 총 8건을 승인받으며 역대 최대 시밀러 승인 건수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각각 3건, 2건의 바이오시밀러를 승인받았다. 특히 올해 아일리아·스텔라라·솔리리스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3개를 미국에서 연속으로 허가받았다.
지난 5월 황반변성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를 허가받은 데 이어 지난 6월 스텔라라 시밀러 '피즈치바'를 승인받았다. 7월에는 희귀질환치료제 솔리리스 시밀러 '에피스클리'에 대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에피스클리는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비정형 용혈성 요독 증후군 치료 목적으로 사용되는 약이다.
유럽에서는 지난 4월 피즈치바 품목허가를 승인받았다. 지난달에는 오퓨비즈가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달 CHMP에 바이오시밀러 '오보덴스'와 '엑스브릭' 품목허가 긍정 의견을 받으며 추가 승인에도 청신호를 켰다. 오보덴스와 엑스브릭은 암젠이 개발한 프롤리아와 엑스지바의 바이오시밀러로, 주성분인 데노수맙의 용량과 투약 주기에 따라 각각 골다공증 치료제, 골거대세포종 치료제로 승인 받았다. 두 제품의 연간 글로벌 매출은 지난해 기준 총 8조원 수준이다.
이외에 동아에스티는 지난 10월 FDA에 '이뮬도사'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이달 18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도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지난 10월 유럽 의약품청(EMA) 산하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로부터 품목허가 승인 권고 의견을 받은지 2달 만이다.
이뮬도사는 지난 2013년부터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메이지세이카파마가 공동 개발했고, 2020년 7월 개발·상업화 권리를 인수하며 연구개발에 속도를 냈다. 지난 2021년 7월에는 다국적 제약사 인타스와 이뮬도사의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했다. 인타스는 미국의 어코드 바이오파마와 유럽, 영국, 캐나다의 어코드 헬스케어를 포함한 전 세계 계열사를 통해 이뮬도사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뮬도사 글로벌 시장 출시는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다. 동아에스티는 일본에서 빈혈 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인 '다베포에틴알파'를 출시한 경험이 있지만,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은 이뮬도사로 처음 이루어진다.
오리지널 제품인 '스텔라라'는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다. 판상 건선, 건선성 관절염, 크론병 및 궤양성 대장염 등 다양한 염증성 질환 치료에 쓰인다. 지난해 기준 연간 글로벌 매출 약 29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미국 시장 규모는 156억1200만달러(20조 2956억원)로 전 세계 시장의 약 77%를 차지하고 있다.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지난 9월 EC에 항암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투즈뉴'(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의 품목 허가를 최종 획득했다.
허셉틴은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유방암 및 전이성 위암 치료제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를 유럽에서 허가받은 국내 기업은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에 이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가 세 번째다.
회사는 이번 투즈뉴의 승인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3상 결과 분석이 진행 중인 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HD204'의 품목 허가 준비도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소연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회장은 "오랜 기간 공들인 투즈뉴의 유럽 최종 승인 노하우를 토대로 후속 바이오시밀러 파이프라인 15종의 신속 개발을 진행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이 올해까지 유럽과 미국에서 허가받은 바이오시밀러는 각각 19건, 16건이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올해 FDA에 3건의 시밀러 승인을 받으며 미국 시장에서 승인받은 바이오시밀러 제품만 총 8개가 됐다. 글로벌 빅파마 암젠과 함께 전 세계에서 FDA에 가장 많은 바이오시밀러를 승인받은 기업에 올랐다.
올해 제약바이오기업은 국내에서도 총 8건의 바이오시밀러 품목허가를 받으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셀트리온과 삼성에피스가 각각 5건, 3건을 승인받았다. 종전 최대 규모는 지난 2015년과 2022년에 기록한 3건으로, 지난해에는 바이오시밀러 허가가 1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올해 승인 건수가 8건으로 늘며 연구 역량을 입증했단 평가다.
출범을 앞둔 트럼프 정부가 약가 인하 정책을 예고하는 등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에 더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는 것도 향후 기대 요소다. 최근 FDA가 상호교환성(인터체인저블) 제도 개정 움직임을 보이며 오리지널 의약품에 대한 바이오시밀러 대체 처방도 수월해질 예정이다.
한상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2016년에 처음으로 미국에서 시판된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출시 후 3년 동안 점유율이 20%를 넘지 못했던 반면, 2019년에 출시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인 엠바시는 80%를 넘겼다"면서 "신약에 대한 혁신을 가장 잘 보호해주는 미국에서도 바이오시밀러가 더 빠르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강한 미국의 오리지널 약의 특허권이 약해지고, 외삽과 상호교환성의 범위가 확대되며 이름의 차이도 줄이는 방향으로 명명규칙이 변해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는 제네릭·시밀러의 사용 촉진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약가 인하를 지원할 것"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되어 IRA 약가 협상안이 폐지될 경우 국내 바이오텍과 시밀러 제조사의 수혜가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이병현 기자 bott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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