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그림자 함대' 의심 유조선 억류 조사…
"해저케이블 손상 사고 관련 첫 선박 억류",
EU '추가 제재'·나토 '공식 의제 논의' 예고

핀란드 포르보에 있는 에스트링크 2 변전소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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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 해저케이블을 둘러싼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간 갈등이 한층 격해질 전망이다. 유럽이 최근 연이어 발생한 발트해 해저케이블 손상 사고의 배후로 러시아를 지목하고, 관련 조사와 추가 제재 검토에 나섰기 때문이다.

26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CNN·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핀란드 당국은 전날 발생한 발트해 해저케이블 손상 사고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을 억류했고, 러시아 '그림자 함대'와의 연관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림자 함대는 금수조치 된 석유 제품을 운반하는 러시아 선박을 의미한다.

핀란드 당국은 이번 손상 사고를 '중대한 범죄 행위'로 분류해 조사하고 있다. 핀란드 경찰과 국경경비대는 전날 에스트링크2(Estlink2) 전력케이블을 절단한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이글 S'(Eagle S)를 억류하고, 선박 승무원들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에스트링크2 전력케이블 이외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독일을 각각 연결하는 통신 케이블 4개 손상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에스트링크2 케이블 운용사인 핀그리드는 전날 오전 10시26분경 해당 케이블에서 '예상치 못한' 서비스 중단이 발생했다며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에스트링크2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를 잇는 전력케이블로, 총길이 약 170㎞ 중 145㎞가 해저에 설치됐다. 송전 용량은 650메가와트다.

핀란드 당국은 억류한 유조선 이글S가 러시아 '그림자 함대'에 속한 것으로 추정하고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이집트로 향하던 이글S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회사 소유 선박으로, 에스트링크2 해저케이블 절단 사고 지점 인근에서 속도를 급격히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핀란드 포르칼란니에미 해역을 항해 중인 러시아 '그림자 함대' 추정 유조선 '이글S'. 핀란드 국경수비대는 26일(현지시간) 해당 사진을 공개하며 '이글S'를 발트해 해저케이블 '에스트링크 2' 절단 사고 배후로 추정하고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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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해는 독일, 폴란드, 스웨덴, 핀란드와 발트해 3국, 러시아 등에 둘러싸인 바다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와 서방 간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 지역이다. 유럽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에 대한 반발로 그림자 함대를 활용해 유럽 에너지 공급의 핵심인 발트해 해저케이블을 의도적으로 절단하는 것으로 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발트해 해저케이블 손상 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현지 당국이 이글S처럼 사고 배후로 의심되는 선박을 억류한 적은 없었다"며 '러시아의 유럽 중요 인프라 파괴 의혹'에 대한 유럽의 대응이 한층 강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11월 17~18일 스웨덴과 리투아니아를 연결하는 발트해 해저케이블 2곳이 돌연 절단되는 사고가 발생했었다. 당시 사고 해역을 지나던 중국 선박 '이펑 3호'가 자동식별장치를 끈 채 닻을 내리고 180km 이상을 항해한 것으로 확인돼 케이블 파손 의혹을 받았지만, 현지 당국에 억류되지 않았다. AFP에 따르면 이펑3호는 11월19일부터 스웨덴과 덴마크 사이의 카테가트 해협에 한 달여간 정박해 있다가 지난 21일 출항했다.

유럽연합(EU)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는 이번 사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관련 대응에도 적극 나설 것임을 예고했다. 페테리 오르포 핀란드 총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X에 "러시아 '그림자 함대' 단속을 위한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고와 관련 다른 나토 지도자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이 문제가 동맹 내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돼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EU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를 유럽의 핵심 기반 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의심스러운 공격'의 최신 버전이라고 규정하고 '그림자 함대' 등을 포함한 러시아 추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U는 이달 러시아 그림자 함대 관련 선박 50척을 제재 명단에 올린 바 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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