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 조기 게양·국가장·7일간 애도…모디 "가장 뛰어난 지도자 잃어"
금융위기 파고 속 기록적 경제성장·美와 핵협정에 '동맹관계' 태동
만모한 싱 전 인도 총리 |
(브뤼셀·자카르타=연합뉴스) 정빛나 박의래 특파원 = 만모한 싱 인도 전 총리가 26일(현지시간) 92세를 일기로 사망했다고 A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싱 전 총리는 이날 자택에서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뉴델리에 있는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그는 최근 노인성 질환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성명을 통해 "고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인도 전역에서 7일간 국가 애도 기간을 갖고, 장례식은 국장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인도 전국 관공서에는 싱 전 총리를 애도하는 의미로 조기(弔旗)가 걸렸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고인은 가장 존경받는 지도자 중 한 명이라며 "재무장관 시절을 포함해 우리 경제정책에 강력한 영향을 줬다"고 애도했다.
호주와의 경기에 나선 인도 크리켓 대표팀은 싱 전 총리를 추모하는 의미로 검은색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인도 언론들도 그의 별세 소식을 전파하며 그의 일대기를 정리한 기사들을 내보냈다.
인도 최대 영자지인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인도의 꿈을 해방한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싱 전 총리를 추모했고, 인디언 익스프레스는 '그는 인도를 세계에 개방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인도 NDTV 등 주요 방송사들도 그를 추모하기 위한 특별 프로그램들을 편성해 방송 중이다.
2004∼2014년 인도 총리를 지낸 고인은 인도 북부 펀자브주의 시크교 도시인 암리차르 출신으로 인도가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초의 비(非)힌두교 총리였다. 인도 내 시크교도 인구는 2%에 불과하다.
고인은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경제학자 출신으로, 재무장관 재직 시절인 1991년 사회주의 경제체제였던 인도의 경제개혁을 추진해 시장경제 체제로 변모시킨 주역으로 꼽힌다.
총리 재임 시절인 2004∼2014년에는 전 세계 금융위기 파고 속에서도 연평균 8%가 넘는 기록적인 경제성장률을 달성했다.
외교적 성과로는 2006년 합의 뒤 2008년 공식 발효된 미국-인도 간 핵 협력 협정 체결이 대표적으로 꼽힌다.
조지 부시 당시 미 행정부와 체결한 이 협정은 인도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허용하는 대신 미국으로부터 핵기술과 연료를 제공받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합의로 3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민간 핵기술에 대한 평화적 거래가 가능하게 된 것은 물론, 1998년 인도의 핵실험 등으로 냉랭했던 미-인도 관계가 '동맹'으로 태동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그는 공직 근무 기간 내내 겸손하고 성실한 이미지로 여전히 많은 인도인의 존경을 받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다만 임기 후반 들어서는 소속 정당인 국민의회당 내부의 정치적 갈등 및 부패 스캔들 등으로 비판받기도 했으며, 그 결과 2014년 총선에서 모디 현 총리의 인도국민당(BJP)에 참패했다.
만모한 싱 전 인도 총리 별세 |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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