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10시쯤 국회 본회의장을 찾은 시민들 대기열. /사진=오석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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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계엄군이 들어온 곳이에요."
27일 오전 9시55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 본관 1층. 단체 관람 학생을 비롯해 국회 본회의장 입장을 기다리던 110여명이 인솔 교사의 이 같은 말에 한순간 장난을 멈추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학생들 사이에서 "TV에서 봤는데 여기 맞다니까"라는 웅성임이 나왔다.
12·3 비상계엄 이후 국회를 찾는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저녁 10시27분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2시간여만인 4일 새벽1시1분 국회는 본희의를 열고 계엄 해제 요구안을 가결했다. 당시 계엄군이 국회 의사당으로 진입했지만 국회 당직 직원들과 시민들이 막아서 본회의장까진 들어가지 못했다.
초등학생 자녀 2명과 함께 이곳을 찾은 장모씨(42)는 ""현 시국에 아이들에게 국회를 구경시켜 주고 싶어서 새벽 4시30분에 대구에서 출발해 왔다"며 "아이들이 커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있던 국회에 직접 왔던 것을 떠올려보면 뜻 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문객들이 국회 4층 본회의장에 들어가자 사방에서 "와 진짜 신기하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커"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얼굴 옆에 엄지를 치켜올린 포즈로 인증샷을 남겼다. 한 중년 남성은 1층 의원석을 가리키며 자녀에게 "국민의힘이 저쪽, 민주당이 이쪽"이라며 "저기가 아저씨들 투표하는 데야"라고 설명했다.
오전 10시쯤 국회 본회의장 내부를 참관하는 시민들 모습. /사진=김선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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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에 사는 40대 서모씨는 아들 류모군(13)과 함께 왔다. 서씨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아이들과 국회를 와보려는 사람들이 생겼다"며 "찾아보다 내부 견학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아이를 데리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류군은 "계엄령 선포 때 씻고 막 누웠는데 친구가 계엄령이 선포됐다고 해서 장난인 줄 알았다"며 "한국사능력검정시험 공부를 해봐서 계엄이 뭔지 알고는 있었는데 책에 있는 걸 실제로 보니 놀랐다"고 말했다.
경기 시흥에서 자녀 둘을 데리고 온 40대 이모씨는 "아이들이 많이 기대했다. 어른인 나도 직접 와보니 신기하다"며 "아이들이 나중에 커서도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날 계엄군의 진입시도로 창문이 깨져있다. /사진제공=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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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참관자들 대부분 계엄군이 진입하기 위해 부순 창문 등이 있는 '역사의 현장'을 찾고 싶어했지만 국회 통제로 실제로 가보지 못해 아쉬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충북 증평에 사는 20대 김모씨는 "창문을 깨고 국회 내부로 들어가는 모습도 생중계로 전부 봤는데 그곳에 실제로 오니 신기하다"며 "견학 코스에 창문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국회 본관 좌측에 있는 창문으로 향하는 길은 출입 통제 중이다. 국회 참관 장소는 본회의장 2층 방청석으로 제한 중이다. 깨진 창문과 일부 계엄군 진입 경로는 제외됐다.
국회 관계자는 "12·3 비상계엄 사태에도 국회 견학은 중단된 적 없다"며 "계엄 선포 이후 국회 참관 신청 인원이 소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김선아 기자 seona@mt.co.kr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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