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들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우원식 국회의장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안의 의결 정족수가 과반 151명이라고 밝히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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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권한 대행직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게 됐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도 볼 수 없었던 부총리 신분의 대통령 권한대행 등장이다. 최 부총리는 앞으로 대통령 권한대행과 국무총리 직무대행, 그리고 본연의 역할인 경제부총리까지 ‘1인 3역’을 수행해야 한다.
국회는 27일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안을 재석 의원 192명 중 찬성 192표로 가결했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로부터 탄핵소추 의결서를 통보받는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로 대행직을 맡은 지 13일 만이다. 한 권한대행은 국회의 탄핵안 가결 직후 국회 결정을 존중해 대행으로서 직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사상 초유의 ‘권한대행의 권한대행’ 체제다. 대통령비서실과 국무총리비서실, 국무조정실은 최상목 권한대행의 업무를 보좌하게 된다. 최 부총리의 어깨가 무거워진 만큼, 풀어내야 할 과제도 산적하다. ‘계엄조사’와 ‘야당 압박’ 등 암초도 나타날 수 있다.
최대 우려는 대외신인도다. 앞서 ‘한국 경제는 괜찮다’며 세계 각국에 보내둔 최 부총리 명의의 서한은 이제 무색해진 상황이다.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은 지 불과 13일 만에 부총리가 자리를 이어받는 것을 본 외국 기업과 투자자는 한국 시장에 의구심을 보낼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는 이날 한 대행에 대한 표결을 두고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외교 노력을 방해하는 정치적 위기”라며 “내년 더딘 성장이 예상되는 한국 경제에 위험을 가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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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자꾸 바뀌는 모습, 불안 신호”
출렁이는 금융ㆍ외환시장에 대응하고 메시지를 내는 데도 무게감이 줄 수 있다. 우선 비상계엄 이후 상시 개최하던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등 ‘F4(Finance 4)’의 거시경제ㆍ금융현안 간담회도 지금처럼 자주 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기재부의 주요 기능인 경제정책의 조정 능력에서도 당분간 힘이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최근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 방안 등을 발표했던 경제관계장관회의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등 경제정책 관련 범정부 회의 상당수는 기재부 장관인 최 부총리가 주재해 왔다. 관가에선 최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으면 경제정책 회의체를 차관급으로 격하해 운영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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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권한대행의 대행, 역할 제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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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될 뿐 아니라 ‘추가 탄핵’ 우려도 있다. 최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한 총리처럼 헌법재판관 임명과 같은 야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야당이 추가 탄핵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시 탄핵소추가 이어지면 다음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권한대행을 맡는다.
최 권한대행이 이날 오전 임시 국무위원 간담회를 열고 “(한덕수 총리) 권한대행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라며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를 재고해달라”고 정치권에 호소한 이유다. 최 부총리는 자신이 권한대행을 넘겨받더라도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는 오후 취재진에게 “권한대행의 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장기화하는 탄핵 정국과 경제정책 공백으로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면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ㆍ외교 등 업무까지 이어가야 할 텐데, 당장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경제 부문은 전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외적으로 불확실성이 더는 높아지지 않을 것이란 신호를 보내줘야 하는데, 리더십이 자꾸 바뀌는 모습을 보여줘서 실물경제와 투자에 모두 불똥이 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할 정치인들이 불안정을 심화하며 경제는 후순위로 밀려났다”며 “경제 모든 부문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은 일정 시작과 함께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정부는 국정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최 대행은 “굳건한 안보, 흔들림 없는 경제, 안정된 치안 질서 등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겠다”며 “나라가 다시 한번 어려움에 처했지만, 국민 여러분의 성숙한 시민의식과 정부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합쳐진다면 지금의 위기도 능히 이겨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고 했다. 아울러 최 대행은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에게 전군 경계태세 강화를 주문하는 등 안보·외교·치안·사회 질서·의료·복지 등 각 분야에 공직자에 긴급 지시를 내렸다.
최 대행은 이어 정부서울청사에서 첫 공식 회의인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혼란스러운 정국을 틈타 언제라도 감행할 수 있는 북한의 도발과 선전선동에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해 주기 바란다”고 군에 당부했다. 그는 “헌정 사상 초유의 국가 비상 상황”이라며 “한미동맹 공조를 빈틈없이 가동하는 가운데 우방국ㆍ국제사회와의 협력에 힘써 주기 바란다”고 언급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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