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측 "파면 정당할 정도 중대 위반 없어" 주장
헌재 문서 제출 촉구에 '인력 부족' 호소하기도
정형식 주심 "필요 이상으로 재판 지연 땐 제재"
정형식(왼쪽) 이미선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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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1차 변론준비기일에서 신속한 심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판 지연 없이 심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탄핵심판과 형사소송의 차이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 측에서 협조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겠다고도 했다.
27일 오후 2시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이 열린 헌재 소법정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고 버티던 윤 대통령 측에서 이날 오전 갑자기 대리인 선임계를 제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 대리인들은 오후 2시 1분에 법정에 도착하는 등 다소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였다. "준비를 미처 하지 못했다"며 기일 연기신청서도 제출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핵소추의결서와 준비기일 통지 등이 적법하게 이뤄졌고, 양측 당사자가 출석해 준비기일 개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본 것이다.
국회 측은 소추위원인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을 비롯해 대리인단 공동대표를 맡은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 이광범 변호사 등 17명이 모두 출석해 좌석을 가득 채웠다. 반면 대통령 측은 배보윤(64·사법연수원 20기)·윤갑근(60·19기)·배진한(64·20기) 변호사 등 3명만 자리했다.
탄핵 사유 4가지로 압축... 尹 측 "법률 위반 행위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주심인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이 사건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하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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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탄핵소추 의결서에 등장한 탄핵 사유를 5가지에서 4가지로 압축했다. △'12·3 불법 계엄' 선포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1호 발표 △군대와 경찰을 동원한 국회 활동 방해 △군대를 동원해 영장 없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위헌·위법한 불법 계엄 선포 관련 군대를 동원한 행위 등 5가지 사유 중 마지막 사유는 앞선 4개 사유를 판단하면서 같이 판단할 수 있다고 봤다.
윤 대통령 측은 계엄 선포와 포고령 1호 발표, 담화문 발표 등 겉으로 드러난 사실관계는 인정하되 헌법 등 법률 위반 행위가 없었고, 있었다 하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계엄 선포 경과나 담화문 내용도 "종합적인 내용을 봐야 한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며 추가 설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윤 대통령 측은 국회가 탄핵심판 청구의 적법 요건을 지키지 않았다고도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추후 서면으로 제출하겠다고 했다.
헌재, 국무회의 회의록 등 문서 제출 촉구
윤석열 대통령 측 대리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첫 변론준비기일에 출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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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측 대리인 선임이 늦어지면서 아직 헌재가 요구한 문서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은 만큼, 재판부는 이날 심리에 필요한 문서 제출을 촉구했다. 정형식 재판관은 "소추의결서에선 계엄 선포가 문서로 이뤄지지 않아 위법하다고 지적한다. 문서가 있으면 제출하고, 없으면 없다고 답을 해달라"고 말했다. 회의록에 대해서도 "있으면 제출하되, 없으면 국무회의가 없었던 것으로 봐야 하는지 그리고 회의록만 작성하지 않은 거라면 참석자와 회의 일시,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포고령도 작성 주체와 경위, 대통령 관여 범위 등을 특정한 뒤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심리를 서두르려는 재판부 움직임에 윤 대통령을 대리하는 배진한 변호사는 "계류 중인 다른 탄핵 사건도 많은데 굳이 이 사건을 제일 먼저 심리하고, 빨리 진행해야 하는 근거가 무엇이냐"며 "변호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데다 탄핵심판과 수사를 같이 진행하고 있는 입장도 이해해달라"고 호소했다.
정 재판관은 그러나 "대통령 탄핵사건은 다른 어떤 사건보다 중요하다"며 "가장 시급하고 빨리 해야 하는 것부터 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심판에서 가장 큰 목표는 헌법질서 유지"라고 강조하며 "형사소송에서처럼 엄밀하게 증거를 따지거나 피청구인의 권리보호를 보장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재판관은 "피청구인이 해야 할 것들을 완전히 못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하지 않는 등 필요 이상으로 하면(재판을 지연시키면) 그에 대한 제재를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다음 준비기일은 2025년 1월 3일 오후 2시다. 본격 변론이 시작되는 변론기일에는 윤 대통령이 직접 출석해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실제로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경우, 자신의 탄핵심판에 출석한 첫 대통령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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