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대검찰청 |
'12·3 비상계엄' 사태를 수사 중인 검찰이 27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김 전 장관의 공소장에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기 위해 현장 군·경 지휘관에게 정치인 체포를 지시한 정황을 상세히 적시하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이날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김 전 장관을 구속 기소했다. 김 전 장관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기소된 첫 인물이다. 검찰은 지난 11일 구속된 김 전 장관의 구속시한이 오는 28일 만료되기 하루 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이 공개한 김 전 장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공소사실 요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계엄 선포 당일 밤 국회 주변에서 현장을 지휘 중인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에게 직접 전화해 "아직도 못 들어갔어? 본회의장으로 가서 4명이 1명씩 들쳐 업고 나오라고 해", "문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 "총을 쏴서라도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해제 요구안이 가결된 4일 새벽 1시쯤에도 이 전 사령관에게 전화해 "그러니까 내가 계엄 선포되기 전에 병력을 움직여야 한다고 했는데", "해제됐다고 하더라도 내가 2번, 3번 계엄 선포하면 되는거니 계속 진행해"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은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게도 전화해 "국회 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도끼로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 다 끄집어내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특히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주요 인물들에 대한 체포도 직접 지시했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계엄 당일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에게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고 지시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비상계엄 선포가 경고성이었다고 밝혔던 것과는 반대되는 정황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12일 네번째 대국민 담화에서 "계엄의 형식을 빌어 작금의 위기 상황을 국민께 알리고 호소하는 비상조치였다"며 "국방장관에게 질서 유지에 필요한 소수 병력만 투입하고 실무장은 하지말고,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이 있으면 바로 병력을 철수시키라 지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윤 대통령이 김용현 전 장관 등과 적어도 올해 3월쯤부터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여러 차례 논의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월 삼청동 안가에서 김 전 장관과 참모들을 만나 "비상대권을 통해 헤쳐 나가는 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한 데 이어 5월과 6월에도 김 전 장관에게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가 아니면 나라를 정상화할 방법이 없는가"라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질적인 계엄 준비는 지난달부터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윤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대통령 관저에서 김 전 장관에게 "이게 나라냐. 바로 잡아야 한다"며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주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는 김 전 장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만나 "나라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대통령이 헌법상 가지고 있는 비상조치권, 계엄 같은 이런 거를 이제는 할 수밖에 없다", "조만간 계엄을 할 수도 있다", "계엄령을 발령해서 국회를 확보하고 선관위의 전산자료를 확보해서 부정선거의 증거를 찾고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파악됐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 1일 김 전 장관에게 "지금 비상계엄을 하게 되면 병력 동원을 어떻게 할 수 있나"라고 물었고 김 장관은 "특전사와 수방사 병력 3000~5000명이 가능하다"며 계엄 선포문, 대국민 담화문, 포고령 초안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런 내용을 토대로 윤 대통령의 행위가 헌법기관인 국회, 국회의원, 선관위를 강압해 권한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국헌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검찰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에 대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 전 장관은 무장한 군 병력과 경찰 병력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한 혐의를 받는다. 또 위헌 및 위법한 포고령을 바탕으로 체포조를 편성 및 운영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정당 대표 등을 체포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선관위를 점거한 뒤 서버를 반출하고 주요 직원에 대한 체포를 시도한 혐의도 김 전 장관에게 적용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장관은) 영장주의를 위반해 국회의원 등의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침해하려 하고 국회와 선관위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고자 했으므로 폭동을 일으켰다"고 밝혔다. 폭동은 형법상 내란죄의 핵심 구성 요건이다. 김 전 장관은 계엄 닷새만인 지난 8일 검찰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은 뒤 긴급체포된 뒤 지난 11일 구속됐다.
김 전 장관은 계엄이 대통령의 통치행위라는 입장이다. 김 전 장관 측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재판에 앞서 예단을 촉발하고 부족한 증거를 여론선동으로 채우려는 검찰의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고 즉시 고소할 것"이라며 "공소기각의 불법에 대해 재판에서 명백히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조준영 기자 cho@mt.co.kr 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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