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제르바이잔 여객기 추락 직전 아내에게 작별 인사를 영상으로 남기는 남성. /X(옛 트위터) |
아제르바이잔 여객기가 추락해 승객 38명이 사망한 사고에서 추락 직전 아내에게 작별 인사 영상을 남긴 남성이 기적적으로 생존한 사연이 알려졌다.
26일(현지시각)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아제르바이젠 수도 바쿠에서 러시아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향하던 아제르바이잔 J2-8243편 여객기에 탑승하고 있던 수브콘 라키모프는 비행기가 고도를 잃기 시작하자 객실 내부를 촬영했다. 영상에는 천장에서 내려온 산소마스크를 배경으로 승객들이 울거나 기도하는 소리가 그대로 담겼다. 객실 내부의 파손된 흔적도 보였다. 라키모프는 삶의 마지막 순간이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아내에게 보내는 작별 인사를 영상으로 담았다. 그는 영상에서 비행기가 여러 번 착륙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탑승객들이 큰 굉음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영상이 그의 마지막이 아니었다. 추락사고로 67명의 탑승자 중 29명이 살아남았는데, 그 역시 기적적으로 생존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여객기가 추락하면서 중간과 앞쪽은 폭발해 완파됐지만 뒷부분은 상대적으로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존자 상당수는 여객기 뒤편에 앉은 승객일 것으로 추정된다.
다음 영상에는 그가 얼굴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은 채 사고 현장에서 스스로 걸어나오는 모습이 담겼다. 그는 처참하게 부서진 기체 잔해 주변을 걸으며 승객들의 생존을 도운 승무원의 노고를 칭찬했다. 영상에는 구조대원들이 기체 잔해에 접근해 생존자를 수색하고 구출하려는 모습도 담겼다.
지난 25일 이 여객기는 그로즈니로 향하던 중 돌연 항로를 바꿔 카스피해 상공을 지나 카자흐스탄 서부 악타우시 인근에 비상 착륙을 시도하다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67명의 탑승자 중 38명이 사망하고, 29명이 생존했다.
사고 당일 러시아 민간 항공 감시 업체 로사비아치아가 텔레그램에 “새 떼와 충돌한 후 기내 비상 상황으로 인해 기장이 대체 비행장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했고 악타우가 선택됐다”는 글을 올리면서 조류 충돌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러나 추락 지점이 항로에서 크게 벗어나 있는 점에 의문이 제기됐고, 특히 사고 항공기 기체 꼬리 부분에 수많은 구멍이 발견돼 러시아의 오인 공격 가능성도 제기됐다.
아제르바이잔 현지 당국의 예비조사 결과,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영공을 비행하다 러시아군 방공망에 걸려 공격받아 추락한 것으로 27일 파악됐다. 우크라이나도 사고 여객기가 러시아 미사일에 격추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어떤 가설을 내놓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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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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