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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사설] 초유의 권한대행 탄핵…국민 고통 아랑곳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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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여당 반발속 국무총리 탄핵 정족수로 의결





줄탄핵 사태로 환율·주가·소비 등 경제는 최악으로





여도 탄핵재판 지연 꼼수 대신 정국 정상화 나서야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어제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항의 속에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192표로 의결했다. 국민의힘은 “한 대행의 지위는 대통령 권한대행인데 우원식 국회의장이 독단적으로 ‘총리 한덕수’에 대한 탄핵소추안으로 규정해 재적 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했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결국 한 대행의 탄핵 소추 여부는 헌재 결정 시까지 최종 판단이 미뤄질 가능성이 있게 됐다. 그러나 한 대행이 “국회 결정을 존중하며 직무를 정지하고 헌재 결정을 기다리겠다”고 밝힘에 따라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이 당분간 국정을 지휘하게 됐다. 정부조직법상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과 총리 권한대행에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겸직하게 된 것이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 세계 10위권 경제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

탄핵 소추의 직접 원인이 된 한 대행의 헌법재판관 후보 3명의 임명 보류 결정은 헌재의 6인 파행 체제의 장기화를 불가피하게 만든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헌법 재판관 임명 권한에 대해 법적 논란이 있기는 하다. 그래도 국회 추천 몫 임명은 가능하다는 의견이 많다. 헌재와 대법원도 이런 입장을 이미 밝혔다. 한 대행이 양곡법 등 6법에 대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거부권을 행사한 점에 비추어 모순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한 비판을 넘어 탄핵을 강행한 건 어느 모로 봐도 지나치고 부적절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건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등 5가지 이유를 탄핵 사유로 들었지만, 어떤 것도 헌법이 규정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하고 명백한 직무 집행상 위헌·위법’에 해당한다고는 보기 힘들다. 게다가 한 대행 탄핵은 12·3 계엄의 충격을 가까스로 추스른 경제에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환율은 27일 한때 달러당 1480원을 넘어서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심리도 코로나 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침체 국면이다. 어렵사리 유지해온 국가 신용 등급마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권한대행을 승계한 최 부총리에게 “즉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라”고 압박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는 이날 국회 표결에 앞서 “한 대행 탄핵소추는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소추와 다름없다”며 민주당의 탄핵 움직임을 비판하면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은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많은 분이 말씀한다”고 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같은 현안은 매우 제한적 범위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등 야당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을 뜻을 비쳤다는 풀이가 나온다. 그러자 민주당은 최 부총리는 물론 그를 뒤따라 권한대행을 물려받을 장관들도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으면 ‘연쇄 탄핵’ 하겠다고 경고했다. 국무위원을 줄탄핵하면 정족수 미달로 국무회의 자체가 무력화된다. 그럴 경우 무정부 상태나 다를 바 없는 심각한 국정 혼란이 불가피해진다.

민주당의 연쇄 탄핵은 조기 대선을 위한 무리수라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법리와 상식을 외면한 점령군식 압박은 국정 마비는 물론 여론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지연하기 위해 온갖 꼼수를 쓴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제라도 여야 합의로 헌재의 9인 체제 정상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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