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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명 중 1명 '소아우울증' 앓아…"사춘기로 혼동했다가는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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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저하·불면증·집중력 저하 등…방치했다간 성인 우울증으로

"아이와 부모, 자책 말아야…원인 보다 현재·미래에 집중"

뉴스1

소아우울증의 정의와 진단/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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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규빈 기자 = 소아청소년 5명 중 1명은 성인이 되기 전 한 번쯤 기분 저하, 정신 및 행동변화 등 우울 삽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아우울증의 증상, 치료방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소아우울증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몸과 마음 건강에 장기적인 위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28일 서울대병원에 따르면 우울증은 우울감과 의욕 저하를 주요 증상으로 가지며 다양한 인지·정신·신체적 증상을 동반하고, 일상기능을 떨어뜨리는 정신과적 질환이다. 만약 이같은 증상이 아동, 청소년에게 나타나면 소아우울증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소아우울증 발생은 점차 증가하는 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아동(6세-11세)의 우울증 진료 건수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92% 증가했고, 청소년(12세~17세)은 5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아우울증 원인 60% '환경적 요인'…"SNS 사용하지 않는게 도움"

소아우울증의 원인은 60%가 학업 스트레스 또는 가족·또래관계 등 환경적 요인이며, 나머지 40%는 유전적 요인이다.

또래관계의 경우 친구와의 갈등이나 학교 폭력을 예시로 들 수 있다. 다른 또래관계에 문제가 있더라도, 어릴 때부터 꾸준히 교류하는 좋은 친구가 있고 교우 관계를 계속 유지한다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전문가들은 너무 이른 나이에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를 통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출되는 것도 정신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라고 우려한다. 김재원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소아청소년기에는 SNS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보다 도움이 된다"며 "아이들이 SNS를 사용하다보면 우울증이나 자해·자살위험을 높이는 잘못된 정보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비만과 소아우울증 또한 다양한 연구를 통해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두 질환 모두 적극적인 예방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소아우울증은 성인우울증과 비슷하게 식욕 저하, 불면증, 집중력 저하 등을 동반한다. 특히 공부에 집중이 안 된다고 호소하거나, 이전에 즐기던 활동에 대한 흥미나 의욕이 사라지는 아이들이 많다. 우울한 상태를 자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우울감 대신 짜증이나 예민함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성인과 달리 소아우울증은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 품행장애, 불안장애 등을 동반할 수 있어서 체계적인 진단이 중요하다.

소아우울증은 사춘기와는 증상이 다르다. 사춘기와 우울증을 구분하려면 아이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가령 초등학생 때까지 공부를 잘 하던 아이가 중학생 때부터 갑자기 학업에 부진하다면, 부모가 가장 먼저 걱정하는 문제는 ADHD인데, 실제로는 소아우울증에 동반된 집중력 저하일 가능성이 높다.

사춘기 때 흔히 발생하는 감정기복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우울증에 의한 감정 변화는 지속적으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며, 치료가 필요한 증상이다. 특히 우울증으로 진단하기 위해선 우울감이나 과민함이 2주 이상 지속되며, 우울증 경고 증상 중 4가지 이상이 나타나야 한다.

서울대어린이병원에서는 'DSM-5(미국정신의학회 평가기준)'과 'CDRS-R(소아청소년 우울증 중증도 평가도구)'를 사용해 소아우울증을 체계적으로 진단한다. 그밖에도 우울증 이외의 정신과적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K-SADS' 라는 면접도구가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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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경고 증상/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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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하면 성인 우울증으로 '발전'…항우울제 부작용 '극단선택' 적어

소아우울증은 방치하면 성인까지 영향을 미치는 만성 우울증으로 발전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CDRS-R 평가 결과, 40점 미만의 경증이면 심리 치료를 우선 진행하고, 40점 이상(중등도 이상)이면 항우울제 치료를 실시한다.

항우울제 치료에 반응하는 환자는 60%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치료 시작 8주~12주째에 반응을 평가하고 지속 여부를 결정한다. 치료반응은 CDRS-R로 평가한 증상이 50% 이상 감소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반응이 있으면 같은 용량으로 6개월 정도 치료를 지속하고, 치료 중단을 목표로 점차 용량을 줄여나간다. 만약 반응이 없다면 약제 종류를 바꾸고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항우울제를 장기 복용할 경우, 부작용으로 자살 충동이 증가하는 것을 많이 우려한다. 이에대해 김 교수는 "연구에 따르면 장기 복용으로 인한 자살 생각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다"며 "항우울제 치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훨씬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아청소년은 감정을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능력이 미숙한 경우가 많아서 '놀이치료'나 '정서 조절 훈련'을 병행하는 경우가 있다. 또 치료에 동참하는 보호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므로 '가족 치료'를 함께 실시하기도 한다.

소아우울증 환자 치료에 가장 중요한 점은 자살 예방이다. 심하지 않은 경미한 우울증으로도 자해나 자살 위험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부모의 도움과 지지다. 특히 보호자는 아이를 잘 이해하도록 우울증에 대해 공부해야 하며, 긴 치료 과정 속에서 지치지 않고 아이를 지지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가 아이 숨 돌릴 틈 직접 마련해야…우울증 앓아도 자책 말아야"

소아우울증의 가장 중요한 예방 수칙은 마음과 몸이 건강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게임이나 휴대폰 대신, 건전한 신체활동을 통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김 교수는 "지금 한국의 교육 환경에서는 아이들이 여가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가 어렵다"며 "따라서 부모가 나서서 아이의 숨 돌릴 틈을 직접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기적인 선별 검사도 조기 발견과 예방을 위해 중요하다. 미국에서는 만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 1회 우울증 선별 검사를 권장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초등학교 1·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정서행동 특성검사가 시행되는데, 정기 검사로서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의료진들은 가정에서도 실시할 수 있는 우울 검사(PHQ-9)와 같은 평가 도구 등을 통해 매년 정기 검사를 해볼 것을 추천한다.

김 교수는 소아우울증 환아와 가족들에게 "소아우울증을 겪는 아이와 부모는 이 상황이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되었다며 죄책감을 느끼곤 한다"며 "그러나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병이므로, 그 원인을 찾으려 하기 보다는 현재와 미래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자책하지 말고 아이의 회복과 건강한 미래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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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잘못된 믿음과 진실(서울대병원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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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n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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