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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일)

‘3중고’에 빠진 환율…“이러다 1500원도 간다” [머니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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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 불안·경제 악화·엔화 약세
환율 금융위기 후 첫 1480원대
트럼프정부 출범 전후 1500원 운명 달려
헤럴드경제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원화의 대내외 취약성과 무역분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내년 상반기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망고보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80원을 넘어서면서 ‘3중고’에 빠졌다. 탄핵 정국발(發) 정치적 불확실성이 길어진 데다 국내 경제체력도 약해지면서 성장률 추가 하락을 대비해야 한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여기에 글로벌 강달러 기조로 아시아 통화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띄면서 환율 상방 압력이 더해진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 트럼프 취임 전까지 환율이 안정되지 않으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2.7원 오른 1467.5원을 기록했다.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으로 출발한 뒤 1470원과 1480원을 차례로 뛰어넘으며 장중 1486.7원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9년 3월 16일(1488.0원) 이후 장중 최고치다.

계속되는 탄핵 정국이 외환시장을 흔든 결과다.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소추안 가결은 헌정사상 최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기다리는 가운데, 임시 지도자까지 쫓겨날 수도 있다”며 “기업·소비자 신뢰도가 떨어지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인 고통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문다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외환시장에 나타나는 정국 불안 경계감은 계속될 것”이라며 “특히 내년 초에는 트럼프 집권을 앞두고 있는데, 이때 우리 정부의 리더십 부재에 따른 협상력 약화가 부각되면서 원화 고유의 약세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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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정국 여파로 한국 1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88.4p를 기록, 전월보다 12.3pt 내렸다. [iM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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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 경기 체력도 악화하고 있다. 계엄 사태 이후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자 소비 심리는 얼어붙고 ‘연말 특수’도 사라졌다. 심지어 중국발 저가 공세로 국내 제조업 경기는 악화하고 있다. 대내외 환경이 나빠지면서 내년 GDP성장률의 하방 압력도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88.4로 전월대비 12.3p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기록했던 2020년 3월(-18.3p)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기업들의 체감지수도 급락했다. 12월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보다 6p 하락한 62를 기록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국내 경제 펀더멘탈 약화는 결국 원·달러 환율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면서 “국내 외환건전성을 양호한 상황이지만 정국 불안 장기화 리스크로 인한 성장 둔화 및 국가신인도 하락 등은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달러만 치솟으면서 주변국 통화 사정도 녹록지 않다. 내년 트럼프 재집권을 앞두고 달러화 가치만 나 홀로 치솟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달러당 97.7엔이던 엔화 환율은 최근 158.1엔으로, 6.8위안이었던 위안화 환율은 7.3위안으로 올라섰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엔화 강세에 따른 원화의 수혜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1월 금리 인상 언급을 회피한 이후로 엔화 약세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상고하저의 환율 흐름이 예상되지만 원화의 대내외 취약성과 미국 예외주의 지속, 무역분쟁 리스크 등을 고려할 때 그 흐름이 쉽게 꺾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취임 직전 원·달러 환율의 시작점이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내년 환율 경로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 “만일 환율이 안정되지 않는다면 내년에 1500원대 환율도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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