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2024년 반기 보고서 |
테슬라 주가가 잘 나갑니다. 전기차 판매 전망도 좋습니다. 그런데 전기차에 꼭 들어가는 2차전지 제조사들의 주가는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잘 팔리면, 혹은 잘 팔릴 것으로 기대되면 2차전지도 덩달아 잘 팔리거나 잘 팔릴 것으로 기대돼 주가도 뛸 법한데 말입니다.
물론 이미 여러 전문가들의 분석과 전망들이 나와 있습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에 중국 제조사들의 물량공세 등등 제가 구태여 보탤 말이 더 있나 싶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 ‘투자뉴스 뒤풀이’를 통해선 대표적인 2차전지 기업들의 손익구조 분석으로 2차전지 업종을 보는 포인트를 어떻게 잡으면 되는지 도움을 드려볼까 합니다.
▶원자재 가격 하락이 독(毒)이 된 소재 업체들 = 2차전지는 양극재, 음극재, 전해질, 분리막 등을 생산하는 소재 업체들과 이들이 만든 제품을 사들여 2차전지를 완성하는 완제품 업체들의 생태계로 구성돼 있습니다.
전자는 에코프로비엠, L&F 등이 대표적이고 후자는 너무나 유명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2차전지 업종을 이해하기 위해선 이들의 대략적인 손익구조를 알아야 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2022년 사업보고서를 기준으로, 손익을 변동비와 고정비로 나눠 재구성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손익계산서를 보면 많고 많은 비용 항목들이 있지만 규모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결국 3가지로 압축됩니다. 감가상각비와 인건비 그리고 원재료비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2024년 반기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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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너지솔루션의 손익구조를 보면, 원재료비가 90%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이란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말은 곧 2차전지 업체의 분석은 철저히 원재료비를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출발해보죠. 원재료비가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럼 그 출발점은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광물자원입니다.
글로벌 광물 가격은 2022년 2분기 즈음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중국 CATL 모습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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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료가 하락하니, 언뜻 생각하면 이를 사와서 제품을 만드는 소재 업체들한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소재 업체들 실적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문제는 원재료 가격이 낮아지는 것만큼, 혹은 그보다 더 큰 폭으로 판매가격이 깎이기 때문입니다.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은 사업보고서에 주요 제품 가격 변동을 공시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들로부터 제품을 공급받는 2차전지 완제품 생산업체들은 원재료 가격 추이를 공시합니다. A가 ‘파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B가 ‘사는 가격’을 통해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LG에너지솔루션은 원재료 ‘주요 매입처’를 ‘L&F 등’이라고 명시해 놨습니다. L&F가 얼마나 물건을 파는지 알 순 없지만 LG에너지솔루션이 사는 가격을 보면 대략 2차전지 소재업체들의 납품 가격 추이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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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반기 말 기준 킬로그램(㎏)당 19.98달러입니다. 2023년 말 33.47달러였던 걸 감안하면 40%가 뚝 떨어졌습니다.
원재료 가격이 떨어져 아무리 싸게 사올 수 있게 됐다한들, 최대 고객처가 사가는 가격이 반년 새 40%나 떨어지면 이문을 남기기가 쉽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원재료 매입 시기와 제품 납품 시기 간 시차에 따른 ‘재고의 래깅(lagging) 효과’도 생각해야 합니다.
L&F 같은 대기업은 동네 채소가게와 다릅니다. 어제 사와서 오늘 파는 게 아니죠. 니켈, 코발트 같은 광물자원은 최소 몇 달 전, 길면 1년 전에 사다 놓습니다.
그런데 광물자원 가격이 마구 하락하면 거래처가 납품 단가 인하를 요구합니다. 원재료가 싸졌으니 제품도 싸게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죠. 파워게임이 벌어집니다.
그 파워게임에서 지면 소재업체는 납품단가를 내려야 합니다. 내가 지금 만들어 파는 제품은 6개월 전에 사놓은 원재료로 만드는 건데, 납품가격은 오늘 광물자원 가격에 맞춰 떨어뜨립니다.
500원 들여 사와서 1500원 받고 팔던 걸, 똑같이 500원 들여 만드는데 1000원에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수익성이 크게 훼손됩니다. 2차전지 소재 업체들이 매출은 그런대로 버티지만 수익성은 낮아진 이유입니다.
실적이란 게 판매량(Q)와 판매가격(P) 그리고 비용(C)의 함수라면, 2차전지 소재업체들은 P에 막대한 악영향을 받은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톱라인(매출)이 아무리 열려도 바텀라인(순익)이 따라 올라오긴 쉽지 않습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잘 팔려야 돈 = 2차전지 완제품 생산업체들의 속사정은 조금 다릅니다. 우선 LG에너지솔루션 주요 제품의 가격 변동을 보면 올해 들어 하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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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앞서 소재 업체들로부터 공급 받는 원재료 가격은 40%나 하락한 것을 보여드렸습니다. 내가 파는 제품의 가격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공급 받는 원재료 가격이 훨씬 더 많이 뚝 떨어졌다면 수익성이 좋아져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총이익률은 꾸준히 하락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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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별로 그 이유가 다릅니다. 2021~2022년에는 매출은 증가했지만 비용이 더 늘면서 수익성이 감소했습니다.
이유는 누차 강조한대로 원재료 가격 때문입니다. 이 시기 광물자원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완제품 판매 가격을 인상했지만 소재 업체들로부터 공급 받는 원재료 가격이 더 많이 뛰면서 남길 수 있는 이익의 폭이 줄어든 것입니다.
2024년은 완전히 다릅니다. 일단 올해 반기까지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 수준에 불과합니다. 판매량(Q)이 절대적으로 급감했습니다.
그런데 매출총이익률까지 감소했다는 건 비용은 더 크게 불어났다는 뜻입니다. 분명 L&F 같은 소재 업체들로부터 공급받는 원재료 가격은 낮아졌는데 어찌된 일이죠?
비밀은 재고자산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재고자산은 반기 기준 5조5000억원 규모입니다. 전년 말 1500억원 정도 늘었습니다.
이렇게 쌓인 재고자산은 앞서 높은 가격으로 만들어 쌓아둔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재고의 부정적 래깅효과가 여기서도 발생합니다.
제품 판매가격은 낮아졌는데 지금 팔아야 하는 재고는 높은 가격으로 만들어 쌓아뒀던 것이면 수익성은 악화됩니다.
지난해부터 높은 가격의 재고를 털어내면서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실적을 갉아먹고 있는 것입니다.
또 그간 공격적인 공장, 기계설비 투자 등으로 감가비가 증가한 것도 수익성 악화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판관비에 녹아 있는 감가상각비는 빼고 매출원가에 있는 감가상각비를 보면 올해 상반기 1763억원 가량으로, 지난해 상반기 1482억원보다 조금 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요약하면, LG에너지솔루션 같은 완제품 업체들은 판매량(Q)는 물론이고 판매가격(P)과 비용(C)까지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가가 장기적으로 이익의 함수라고 한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겠지만 당분간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돌고 돌아 결국은 원자재 = 앞서 LG에너지솔루션의 비용 구조를 설명드리면서 원자재비가 90% 가량으로 압도적이라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초점도 철저히 원자재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죠.
중국 2차전지 업체와 국내 2차전지 업체 간 경쟁을 이야기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게 삼원계냐, LFP냐입니다. 우리나라 업체는 삼원계, 중국은 LFP에 집중하는 흐름입니다.
각각의 장단점, 만드는 기술력의 차이를 강조하긴 하지만 이렇게 차별화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원재료 때문입니다.
삼원계는 니켈, 코발트, 망간 등 3가지 광물자원을 뜻합니다. 앞글자를 따 NCM이라고 합니다. 문제는 니켈에 비해 코발트 가격이 엄청 비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차전지 업체들은 코발트 비중이 적은 2차전지를 개발하는데 혈안입니다.
초기엔 이 비율이 6 : 2 : 2였다가 최근엔 9 : 0.5 : 0.5까지 변화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싼 원재료를 최대한 덜 쓰는 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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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아예 코발트를 빼버렸습니다. 거칠게 표현하면 바로 그게 LFP입니다. 아예 저렴한 광물로 2차전지를 만들어 보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안전성이나 주행거리 등 기술적 부문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용을 얼마나 절감할 수 있느냐가 곧 생존의 열쇠가 된 상황입니다. 아무리 비싸도 기술력에 따라 대체재를 허락하지 않는 반도체 시장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게다가 저온에서도 성능이 저하되지 않는다는 삼원계 배터리의 최대 강점은, 겨울이면 극한의 추위가 몰아닥치는 우리나라에선 매우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나라들에선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LFP가 중국은 물론 유럽, 신흥국 전기차 시장에 번지는 이유입니다. LFP가 더 우수해서도 아니고 LFP가 대세여서도 아닙니다. 싸서 그런 것입니다.
테슬라가 유달리 주목 받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앞서 지난 10월 테슬라는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생산원가에 도달했으며(reached our lowest cost per vehicle), 배터리 내재화에 성공할 것(we’ll have the internally produced cell will be the most cost-competitive cell)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원가절감에 관해서라면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테슬라답습니다.
김우영 기자/CFA
#헤럴드경제 기자입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 Society Korea Public Awareness committee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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