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파병 숨기던 푸틴 난감해져
텔레그램 그룹 Warshal18이 27일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된 북한군의 사진을 공개했다.[텔레그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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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러시아 전선에 파병된 북한군 중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되는 사례가 처음으로 나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에 대해 일체 공개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북한군의 생포로 북한의 러시아 군사 원조 사실이 밝혀져 러시아인들이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북한군에 러시아 연방 내 부랴트 공화국에 거주하는 부랴트인 신분증을 발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이 충분히 강하다고 믿는 러시아 국민들의 자존심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부랴트인은 바이칼 호수 인근에 사는 민족으로 학계 일각에서 바이칼 호수는 우리 한민족의 발원지로 비정되고 있다.
부랴트인들의 외모는 한국인과 흡사하고 이들 사이에 전해 내려오는 설화 중에는 우리의 ‘심청전’, ‘선녀와 나뭇꾼’ 등과 유사한 것들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러시아 당국의 은폐 시도에 현지 러시아인들은 북한 병사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르스크에서 전사한 북한군 병사가 품고 있던 손편지. 편지에는 ‘그리운 조선, 정다운 아버지 어머니의 품을 떠나 여기 로씨야 땅에서 생일을 맞는’ 이라고 적혀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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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러시아인들은 러시아가 쿠르스크 일대 영토를 회복하고자 북한군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군이 충분히 강하다고 믿고 있는데, 원조 대상으로 여기던 북한군으로부터 오히려 군사 원조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공식석상에서 북한군 파병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북한군이 처음으로 우크라이나군에 생포돼 공개됨에 따라 러시아는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국정원은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 병사 중 1명을 생포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에 대해 지난 27일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국정원은 관련 보도에 대해 “우방국 정보기관과의 실시간 정보 공유를 통해 부상을 입은 북한군 1명이 생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후속 상황을 면밀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은 쿠르스크 전선에서 북한군 3명을 사살했다며 시신과 함께 군용 신분증으로 보이는 서류의 사진을 페이스북 채널에 공개했다. 위장신분증 서명란에 한글로 ‘조철호’라는 이름이 있다. [우크라이나 특수작전군 페이스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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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우크라이나의 군사 전문 매체 밀리타르니는 26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우크라이나 특수부대(SOF)가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작전 수행 중 북한 병사를 포로로 잡았다고 전했다.
이 병사의 사진은 텔레그램으로 공개됐다. 공개된 사진 속 남성은 상당한 상처를 입은 상태였다. 이후 병사는 포로로 잡힌 뒤 하루 만에 숨졌다.
우크라이나 언론은 이 병사가 실제 북한 병사로 확인될 경우 우크라이나에 생포된 최초의 북한 병사로 기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1만1000명 이상의 병사를 파병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 8월 러시아 남서부 접경지 쿠르스크를 기습 공격해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이 쿠르스크 지역을 수복하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병사들은 최근 본격적으로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군 피해가 크게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장교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전선의 사령부에서 지난 25일(현지시간) 공격 작전을 제어하고 있다.[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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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사상자 3000여명” 전장에서 학살 수준 피해 입어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DIU)은 최근 북한군과 러시아군으로 혼성 편성된 공수부대와 해병대가 치명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봤다고 전했다.
북한군은 드론 등 첨단 기기가 활용되는 현대전 양상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쿠르스크의 탁 트인 지형을 떼지어 달리다가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에 사실상 학살 수준의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엑스(옛 트위터)를 통해 쿠르스크에서 죽거나 다친 북한군이 3000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파병된 북한군 1만1000여명 중 최소 4분의 1이 무력화된 셈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GUR)은 북한군이 드론이 사용되는 현대전에 무지하며, 2차 세계대전 때나 볼 법한 원시적 전술을 쓴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 무인기(드론)에 의해 공격당하는 북한군 모습이라며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올린 영상. [젤렌스키 대통령 엑스 게시물 갈무리] |
북한군과 교전한 우크라이나 드론 부대 지휘관은 미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에 “놀라운 일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북한군은) 40~50명이 한꺼번에 들판을 달린다. 포격과 드론의 최상의 표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은 드론을 피해 도망칠 줄 알고 숨어서 드론에 총을 쏜다. 그러나 북한군은 선 채 마구잡이로 쏜다. 이들을 죽이는 것은 낮은 수준의 컴퓨터 게임을 하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은 북한군이 이렇게 대규모 피해를 입으면서도 기존 전술을 변경하지 않은 채 보병 진격을 계속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희생자가 3000여명에 그치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추세라면 파병된 1만1000여명이 모두 희생되는 건 시간 문제일 수 있다.
북한군은 겉보기와는 달리 큰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의료진들은 쿠르스크에서 전투에 투입됐다가 부상 당한 북한 병사들이 “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이라고 밝혔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지난 26일 보도했다.
쿠르스크의 한 병원 의료진은 지난주 부상한 북한 병사 24명이 병원으로 이송돼 경찰이 배치된 특별병동에서 치료받고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들은 통역사 없이는 북한 주민들과의 소통이 “불가능하다”면서 특별병동에는 통역사와 의료진만 출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군이 25일(현지시간) 최전선에서 차량 지뢰를 매설하고 있다.[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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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무모하게 뛰어들지만 “겁에 질리고 긴장”
이들은 북한 부상병 대부분이 파편 부상자들이라면서 일부는 “겁에 질리고 긴장한”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북한 병사들이 전투에 참여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실제로 그들을 본 사람이 없어서 믿지 않았었다면서 북한 부상병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모두 가짜뉴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당국이 북한 병사들을 외딴 군 막사에 격리하고 이동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증언도 나왔다.
부상한 북한 병사 중 일부는 전장 근처의 작은 병원 대신 모스크바 외곽의 큰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고 한다.
우크라이나 보안국은 지난 25일 러시아 군인과 모스크바 인근 병원 간호사인 그의 아내가 주고받은 대화를 확보했다면서 이 대화에 북한 부상병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이 대화에서 간호사는 약 200명의 북한 병사가 치료받기 위해 왔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이 간호사는 북한 병사들이 엘리트 같은 사람들이라며 그들을 위해 병동을 정리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첫 생포된 북한군의 신병 처리 문제도 주목된다.
만약 우리 정부 당국이 이 문제에 개입한다면 북한군에 이어 한국도 우크라이나전에 깊이 개입되는 모양새가 연출된다.
국내 정세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이 촉발한 탄핵 사태로 소용돌이치고 있는 가운데 섣부른 개입은 외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앞서 지난 10월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군이 포로로 잡히거나 투항할 경우 소통할 우리 측 요원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긍정적으로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국감에서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북한군의 귀순 요청 시 정부 대응에 대해 “국제법·국내법적으로 당연히 우리나라가 받아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 권력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부분도 존재하기에 고민해야 하는 면도 있지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귀순 요청을 검토해야 하는 측면도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 때는 계엄령 사태 전이고,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져 이러한 개입이 또다른 계엄령을 부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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