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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1 (화)

이슈 세계 속의 북한

파병 북한군 잔혹사…항복 대신 자살·생포 막으려 아군 처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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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분쇄 인해전술에 소모품"…드론 잡을 '인간미끼' 투입

세뇌당해 '돌격 앞으로'…전사자 얼굴 태워 참전사실 은폐

벌써 수천명 사상설…종전 앞 교전격화 속 추가파병 관측도

연합뉴스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을 받는 북한군 추정 병사[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영상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이 전투에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이역만리 전장에서 목숨을 잃고 있는 이들의 참상이 하나둘 공개되고 있다.

지난주에만 무려 1천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북한군이 사실상 '인간 미끼'나 '총알받이'로 내몰리고 있는 정황도 점점 구체적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군은 포로로 잡히면 고국의 가족들이 보복당할까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정보가 미국 정부에서 나왔다.

투항을 막기 위해 자기편을 처형하기도 했으며, 숨진 뒤에는 신원을 감추기 위해 러시아군이 불로 얼굴을 태워버린다는 참혹한 정보도 우크라이나에서 전해졌다.

◇ 이미 수천명 사상…고기분쇄식 인해전술에 인간미끼 투입까지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27일(현지시간) 온라인 브리핑을 통해 북한군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은 '인해전술'(human wave tactics)을 감행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와 북한군 지도자들이 병사들을 소모품으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북한군은 매우 세뇌된 상태로 공격이 무모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북한군이 사실상 '총알받이'로 이용될 것이라는 전망은 파병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현대전 경험이 없는 데다 러시아어에도 능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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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 대처법 적힌 북한군 전사자 노트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 페이스북 캡처]


그러나 북한 병사들은 대체로 단단히 세뇌를 당한 까닭에 죽을 줄 알면서도 진격에 기꺼이 나선다는 게 커비 보좌관이 전한 전장의 정보였다.

이런 정황은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사살된 북한군 병사의 일기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크라이나 특수전사령부가 28일 공개한 북한군 병사 '정경홍'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일기에는 "이번 작전에서 나는 대오의 맨 앞에 달려갈 것이며, 목숨을 바쳐서라도 최고사령관 동지의 명령을 무조건 철저히 따를 것입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하급군인 정경홍의 다른 수첩 메모에는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동료를 '인간 미끼'로 활용하는 방법도 담겨있어 충격을 더했다.

메모에는 3인 1조로 1명은 드론을 유인하고 나머지 2명이 드론을 사격한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처럼 무모한 대규모 돌진 공격에 지난주에만 1천명 이상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병 이후 전체 북한군 사상자 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이는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23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 계정을 통해 북한군 사상자가 이미 3천명을 넘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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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공개한 북한군 추정 포로 사진
[텔레그램 캡처.재판매 및 DB 금지]


◇ 항복 대신 자살·투항 막으려 아군 처형…죽으면 얼굴 태워 신분 은폐

세뇌된 상태로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은 수세에 몰리면 항복하기보다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택했다.

커비 백악관 보좌관은 앞서 브리핑에서 "북한군이 포로로 잡힐 경우 항복 대신 자살을 택한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며 "생포되면 북한에 있는 가족이 보복당할까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군이 최소한의 보호조치만 제공된 채 전장에 내몰리고 있으며 투항을 막기 위해 같은 편 동료를 처형하는 사례마저 나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을 생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부상병을 처형하는 등 갖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작전 중 북한군 1명을 생포했다며 초췌한 모습의 사진을 공개한 바 있지만, 이 병사는 부상 악화로 하루 만에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앞서 러시아가 북한군의 신원을 감추기 위해 숨진 병사들의 얼굴을 불태우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에는 산속에 사체로 추정되는 물체의 일부분에 불이 붙어 있고, 다른 사람으로 추정되는 실루엣이 곁에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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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모습이라며 공개한 영상. 그는 러시아가 전사한 북한군의 얼굴을 소각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텔레그램 캡쳐.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아시아인이 자신을 찍는 카메라를 향해 "노, 노"라고 말하며 손을 흔들고는 자리를 피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북한이 죄수부대를 파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사살된 정씨의 일기에 "제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지만 조국은 나에게 인생의 새로운 기회를 줬습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에 파병한 병사 중 일부는 귀국 시 사면이나 감형 등을 약속받은 범죄자 출신일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다.

스페인 EFE 통신은 우크라이나의 한 군사 블로거가 북한군에 대해 "김정은이 푸틴에게 팔고 잊어버린 '고기'(meat)이며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 항복하지 않고있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의 안드리 유소프는 북한군이 전장과 병원에서 러시아군의 감시를 받고 있다며 "그들은 노예"라고 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부상한 북한군을 전장에서 대피시키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대피가 불가능하면 때때로 이들을 살해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당국자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북한이 쿠르스크 탈환전을 위해 러시아에 추가 파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론 악화를 우려해 자국민 징병을 꺼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에 밀착해 글로벌 진영구축의 이익을 보려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만나는 지점이다.

우크라이나 동부의 러시아 점령지 경계선은 이르면 내년에 시작될 평화협상 때 국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도 협상에 지렛대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교전이 격화할 수밖에 없는 형국 때문에 북한군 사상 규모가 더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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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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