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당국의 수사 과정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내란폭동의 우두머리는 대통령이고 중요 임무 종사자는 모두 육군사관학교 출신의 현역 지휘관과 예비역 장군들이다. 군사 쿠데타를 수차례 겪은 국민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데, 육사 출신 고급 장교들이 쿠데타에 쉽게 가담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현재의 사관학교 교육제도는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인성 교육 및 수월성 교육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사관학교 교육을 각군 책임 아래 실시하고 있는데, 융복합 시대에 폭넓고 다양한 민주 시민의식이 투철한 생도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관학교 교육제도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생도 교육을 모두 현역 군인이 전담한다. 이는 유연하고 다양한 사고능력을 갖추는 교육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현상을 국방당국도 동종교배라 표현하며 심각한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다. 군사교육훈련은 당연히 현역 군인이 전담하는 것이 옳지만 일반교양과목과 전공학과 교육까지 현역 군인이 전담하는 것은 시대착오다. 학문 연구가 전문 직업인 민간 교수가 적어도 50% 이상 교육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 사관학교는 오래전부터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
둘째, 각군 중심의 사관학교 교육이 과연 올바른가? 융복합 시대에 적절한 분화와 통합을 통한 리더십과 판단력이 요구되는데, 사관학교가 각군 총장의 지휘 아래 운영됨에 따라 합동군 또는 연합군 차원의 교육 수준과 역량을 구비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국방부 산하의 사관학교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셋째, 학교별 교육 인원 규모가 적어 여러 형태의 심도 있는 교육을 실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육사 300명, 해사 170명, 공사 200여명의 입학 정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효과적인 학교 경영과 다재다능한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인지 재고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각군 사관학교와 국군간호사관학교를 통합해 학부체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넷째, 젊은 대위 또는 소령들이 생도 교육 과목의 절반 이상을 가르치고 있는 것도 상당한 문제점이다. 아무리 특수목적 학교일지라도 명색이 대학 교육인데, 전임강사 또는 조교수 자격의 젊은 장교가 교육의 태반을 책임지는 것은 특히 인성교육에 큰 지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군조직은 폐쇄적이고 명령 통일과 대응 즉응 능력을 생명으로 여기기 때문에 민주적 가치관과 합리적 사고를 축적하는 것과는 기본적으로 거리가 멀다. 그러나 현대 군조직은 일반사회 조직에 수렴하고 있어 자유분방하고 건전한 민주 시민의식과 합리적인 가치관이 정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변화하기 위해 직업군인의 중추인 사관학교 생도 교육은 단순한 직업교육이 아닌 인성 교육에 비중을 두어야 한다. 즉 시대의 변화에 부응하고 경영 합리화를 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관학교 운영체계가 개선돼야 한다. 직업군인도 국민으로서 시민의식과 직업 전문성이 조화를 이룰 때 건강한 군대 조직이 될 것이다.
정길호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
정길호 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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