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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미디어세상]진실 추구가 여전히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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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12월3일 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경험하리라 상상하지 못했던 계엄·내란을 겪었다. 그 밤에 국회로 달려간 시민들, 계엄해제를 위해 국회 본청까지 뚫고 들어간 국회의원들의 용기와 지혜로 계엄은 해제되고 내란 종식의 가닥을 잡았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시민들의 눈과 귀가 막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계엄 포고령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언론사들의 취재 보도가 가능했고, 계엄 세력들은 시민들의 소통을 막기 위해 통신을 통제하지는 못했다. 만약에 계엄 해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언론을 제대로 통제한 상태에서 시민들의 저항을 반국가세력의 난동으로 몰고, 북한의 준동이 있었다는 가상의 상황을 연출하는 데 성공했다면 우리 사회는 수십 년 전의 암흑시대로 돌아갔을 것이다. 아니면 초유의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것이다. 사회를 지키는 데 진실의 전달과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경험하는 계기였다.

그러나 이런 경험으로 얻은 교훈을 비상의 시기만이 아닌 일상의 삶에서 진실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는 기회로 승화시켜야 한다. 이번 계엄 때 실탄 수백 발을 소지한 경찰들이 선거관리위원회를 장악했다. 헌법과 계엄법에 따르면 선관위는 통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장악했다. 선거 조작이 있었다는 허위조작정보를 믿어 온 대통령의 왜곡된 소신의 결과다. 아직도 ‘계엄 합법’을 주장하며 거리로 나오는 시민들에게 ‘헌법에 따르면 계엄이라도 국회를 통제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내란’이라는 헌법학자들의 논리는 견강부회에 불과하다. 국회를 장악한 반국가세력이 존재하고, 그것이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서 비상계엄이 필요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일상적으로 허위조작정보에 노출됐던 사람들이 보여주는 행태다.

그렇다면 사회가 진실의 중요성을 다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탈진실을 외치고 믿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그것이 초래할 재앙에 둔감하다. 물론 완전한 진실에 이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진실을 탐구하고, 논증하려는 노력까지 부정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은 아닐 것이다. 언론이 그동안 추구하고자 했던 진실 취재·보도라는 저널리즘의 본질은 여전히 중요하다. 기술 발달에 따른 새로운 소통 수단의 등장, 일부 언론의 왜곡된 정파적 행태나 언론의 상업적 이윤 추구가 초래한 신뢰 하락 등을 이유로 시민들은 기존 매체로부터 이탈하고 있다.

새로운 수단을 통해 즉각적인 상호 소통을 하고, 현장의 소식을 시시각각으로 접하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고 있다. 기존 매체에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콘텐츠를 소비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 새로운 소통 수단에서 사실 검증과 논증을 통해 진실을 확인하고 전달하려는 노력을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기존 매체에서 접하지 못했던 진실을 담은 양질의 콘텐츠가 존재함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반적으로는 에코 챔버 현상을 통해 확증 편향이 강화되는 새로운 소통 속에서 ‘진실의 중요성’ 자체가 부정되는 현실을 극복해야 한다.

쇠락해가는 기존 매체와 대세가 되어가는 새로운 소통 수단의 대립 구도가 존재한다. 그러나 저널리즘의 본령인 기존 매체가 여전히 중요하고 살려야 한다거나, 새로운 매체로 이동하는 대세를 막지는 못한다는 주장의 대립은 왜곡된 매체 중심주의다. 우리 사회가 살려야 하는 것은 매체가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필요한 진실 전달이라는 저널리즘 가치와 원칙이다. 민주주의는 진실에 기반을 둔 올바른 판단을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기제이기 때문이다. 진실 추구라는 저널리즘 원칙을 지키는 한에서 그에 강점을 지닌 기존 매체가 소중한 것이고, 대세가 되어가는 새로운 소통 영역에서 진실을 추구하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구현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경향신문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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