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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총리도 장관도 경찰청장도…재난 컨트롤타워 ‘대행·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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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청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최 권한대행은 이날 회의에서 무안국제공항 여객기 폭발사고와 관련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무안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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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로 인해 재난 행정의 공백이 부각되고 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잇따라 탄핵당하고 행정안전부 장관마저 공석인 상태라 재난 컨트롤타워가 직무대행 체제로 부실 운영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29일 오전 사고 직후 정부에 신속한 사고 수습을 지시했고, 정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사고 한 시간여 만에 가동했다. 최 대행은 “이번 사고의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형 참사에 대응하는 중대본 구성을 두고 “중요 직책에 줄줄이 구멍이 났다”는 지적이다. 대통령 훈령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국무총리가 본부장을 맡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차장을 맡게 된다. 사고나 재난 등의 성격에 따라 유관 부처 장관이 추가로 차장을 맡는 게 현재 정부의 대응 체계다.

실제 2년2개월 전 159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당시 구성된 중대본은 한덕수 총리가 본부장을 맡았고 이상민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1차장을 맡았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차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무안 참사엔 최 대행이 본부장으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과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을 각각 1·2차장으로 하는 중대본을 구성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이상민 전 장관이 물러나 행안부 수장이 공석인 까닭이다.

중앙일보

김영옥 기자


참사 직후 중대본 회의 주재자도 이태원 참사 때는 윤석열 대통령이었지만 이번엔 최 대행이었다. 사고 수습에 중요 역할을 하는 경찰 역시 이태원 참사 때는 윤희근 당시 경찰청장 체제였지만 지금은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 체제다. 조지호 경찰청장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구속된 상태여서다. 결국 윤 대통령과 한 총리가 잇따라 탄핵당해 재난 대응 경험이 없는 경제부총리인 최 대행이 대통령·총리 자리를 메우는 등 재난 컨트롤타워 핵심 5개 보직 중 4개(80%)가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 사고 수습과 복구 지원에 나서는 국방부 역시 김용현 전 장관이 지난 4일 “비상계엄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한 이후 김선호 장관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또한 사고가 난 장소인 무안공항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 역시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윤형중 전 사장이 사퇴한 이후 8개월째 공석인 상태다.

총리실 고위 관계자는 “모든 정부 조직이 최 대행을 보좌하고 있고, 곧바로 재난대응 체제에 나섰기 때문에 실무적으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 고위 관계자는 “줄탄핵으로 재난 컨트롤타워마저 붕괴된 상황”이라며 “그간 행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는데, 실제 대형 사고가 발생하니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비상 상황으로 재난 대응 우려가 커지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일정을 공개하지 않던 대통령실도 공개 대응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비서관회의를 개최하고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24시간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키로 했다. 대통령실은 “사고 관련 유관 부처 간 협조 및 업무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며 “회의 결과를 최 대행에게 별도 보고했다”고 밝혔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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