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넌(左), 머스크(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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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이민 비자 정책을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내부 사람들 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갈등의 두 축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필두로 IT 업계 인사들이 다수 포진한 신주류와 스티븐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비롯한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위대하게) 강경파’로 대변되는 구주류가 있다.
머스크는 2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 글을 통해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를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비자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1971년 남아공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1989년 캐나다를 거쳐 1992년 펜실베이니아대로 편입해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후 창업 활동을 하다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머스크가 전문직 비자 H-1B 확대론을 펴자 ‘트럼프 원조 책사’로 불리는 배넌은 28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H-1B 비자 프로그램은 미국 시민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외국인 노동력을 선호하는 완전한 사기”라고 비판했다. 미국에서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 전문 직종 종사자에게 주어지는 H-1B 비자는 고용주 보증하에 기본 3년간의 체류를 허용하며 추가 연장이 가능한데, 발급 건수가 매년 약 8만5000개로 제한돼 있다.
이번 논란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22일 인도계 IT 전문가 스리람 크리슈난을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의 인공지능(AI) 수석 정책고문으로 임명하면서 불거졌다. 크리슈난은 최근 X에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을 없애는 것은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는 글을 올린 바 있는데, 트럼프 지지자들 가운데 일부 반이민 강경파는 이를 문제 삼았다. 극우 활동가 로라 루머는 “크리슈난은 영주권 제한을 없애 외국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좌파 인사들이 트럼프 행정부에 임명되고 있어 매우 걱정스럽다”고 공격했다.
이에 트럼프 2기 백악관 암호화폐 책임자로 지명된 데이비드 색스가 크리슈난을 감싸고 나섰다. 또 머스크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를 함께 이끌 인도계 기업인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미국 문화는 빼어남보다는 평범함을 너무 오랫동안 숭배해 왔다.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보다 졸업파티 여왕을, 졸업생 대표(우등생)보다 운동을 많이 하는 남성을 더 떠받드는 문화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배출해내지 못한다”며 힘을 보탰다.
여기에 머스크까지 가세하자 배넌 등 이민 정책 강경파가 나서 미국에 유입되는 저임금 외국 노동자들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논리로 역공을 편 흐름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트럼프는 일단 머스크의 손을 들어주며 힘을 실었다. 트럼프는 28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저는 항상 비자를 지지해 왔다”며 “H-1B 비자를 믿어 왔다. 훌륭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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