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향은 LG전자 CX담당 상무 |
‘기존 데이터로 학습하는 방식의 AI시대가 끝나고 추론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인 천재개발자 일리야 수츠케버가 최근 뉴립스(NeurIPS 신경정보처리시스템) 콘퍼런스에서 내놓은 전망이다. 새로운 학습 없이도 AI가 자체적으로 추론능력을 갖게 된다는 이 예측은 AGI(범용인공지능)시대를 앞당길 축복일까, 아니면 인간과 AI의 진검승부라는 미래를 여는 위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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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촉발한 법률 테크의 진화
경험 대변하는 변호의 본질 강화
지키고, 바꾸는 변호의 양면성
인간 변호사의 진지한 성찰 기대
김지윤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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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가장 빠르게 대체할 직업 중 하나로 변호사가 자주 거론되곤 한다. 실제로 AI의 발전으로 법률 산업은 디지털 혁신을 맞이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AI 변호사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법률을 빠르게 찾아 참조할 수 있는 능력에서 탁월한 이점을 제공한다는 것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AI 기반 법률 플랫폼 덕에 계약 검토, 법률 서류 작성, 법률 리서치, 판결예측 등을 자동화하면서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좀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이는 오히려 AI가 절대 해낼 수 없는 영역을 드러내는 기회이기도 하다. 변호의 핵심은 단순히 외운 법률 지식이 아니라 뼛속까지 각인된 경험에서 오는 감정의 행간 싸움이다. AI 변호사의 등장으로 법률 정보 처리나 판례 분석 같은 기술적 부분은 자동화될 가능성이 높지만, 법률의 본질적 역할, 즉 인간적인 면을 다루는 과정에서의 감정, 직관, 그리고 경험을 통한 공감 능력은 AI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줄 것이다.
법은 논리와 규칙의 체계이지만, 그것이 적용되는 대상은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과 경험이 필연적으로 얽히게 된다. 실제 법정에서는 단순히 법률 조항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그 법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고,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다루는 일이 많다. 피해자의 고통, 피고인의 후회, 그리고 양측의 감정적 서사까지, 변호는 결국 인간 경험을 풀어내고 그것을 법정에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다시 말해 AI 변호사가 법률적 업무의 많은 부분을 대체할 수 있는 시대가 오더라도 변호의 본질은 감정의 행간을 읽고 인간의 경험을 대변하는 것으로 남을 것이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직관적 판단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순간에 특히 중요하다. 행간을 읽는 능력 즉, 단순한 법률 문구 사이에서 숨겨진 의도와 인간적인 감정을 파악하는 것은 많은 경우 변호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AI는 효율적인 도구가 될 수 있지만, 그 감정의 미세한 결을 읽어내는 능력만큼은 변호사가 가져야 할 고유의 영역으로 남겨져 있다.
영화 '변호인' 중 부림사건 피해자를 변호하며 분노를 표하는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扮)의 모습. 사진제공=NEW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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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AI가 이끄는 법률 테크의 발전은 변호사를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변호사의 역할과 변호환경을 바꾸기 위한 것일까? 변호는 흔히 ‘지키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변호는 그들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를 방어하고, 자신을 공격하거나 왜곡하려는 외부의 시도를 막아내기 위한 방법이다. 여기서 변호는 무언가를 보호하려는 방패 역할을 하며, 정체성·권리·경험·신념 등을 고수하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변호의 핵심은 변화를 억제하고 기존의 질서나 본질을 유지하려는 데에 있다. 즉 변호는 본질을 훼손하지 않고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볼 수 있다.
한편으로 변호는 기존 질서나 불합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때로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굳어진 질서를 바꿔야 할 상황에 맞닥뜨린다. 여기서 변호는 변화를 위한 원동력으로 작용하며, 기존 질서에 도전하거나 새로운 정의를 세우는 역할을 한다. 이 경우 변호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변화를 꾀하는 행위다. 이때 AI의 도입으로 발전하는 법률 테크는 인간 변호사를 돕고 지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키다’와 ‘바꾸다’는 상반된 개념으로 보이지만 많은 경우 이 둘은 서로 깊이 얽혀 있다. 지키기 위해 변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으며, 변화를 통해서만 지킬 수 있는 가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변호는 단순히 현재 상태를 방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력한 방어를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러한 변호의 양면성을 이해하고 빠른 공수전환을 하며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것은 추론 능력을 갖춘 AI 변호사가 아니라 감정과 경험으로 무장한 인간 변호사임이 분명하다. 유권해석으로 나라가 시끄러운 현시점에서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바꾸어야 할지 인간 변호사들의 진지한 고찰이 절실하다.
이향은 LG전자 CX담당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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