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공항 안타까운 비극, 원인 규명 등 총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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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트롤타워 혼란 우려…정쟁 멈추고 협력해야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사고 수습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경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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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국무총리의 탄핵소추로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 체제’가 이뤄진 와중에 안타까운 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어제 오전 9시쯤,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이 전남 무안공항에서 동체착륙 후 폭발해 탑승자 181명 중 대부분이 숨졌다. 국내에서 일어난 최악의 항공기 인명사고다. 무엇보다 유가족 지원과 부상자 치료, 원인 규명 등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다른 공항에서도 유사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운항 중인 여객기 정비에도 문제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이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다. 사고 여객기는 무안공항 상공에서 새와 충돌해 한쪽 엔진을 잃었고, 착륙 장치(랜딩 기어)도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동체착륙을 시도했는데 속도를 줄이지 못해 공항 외벽에 충돌하고 말았다. 동체착륙을 할 경우 미리 활주로에 특수거품을 뿌리지만 이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적지 않게 발생하지만, 안전하게 착륙하는 경우도 많다. 무안공항이 관제와 후속 조치를 제대로 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사고 항공사인 제주항공도 원인 규명과 수습에 책임 있는 자세로 나서길 바란다.
다만 사고 수습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제대로 돌아갈지 걱정이 앞선다.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따라 해외·방사능 재난을 제외한 대규모 재난이 일어나면 중대본 본부장을 행정안전부 장관이 맡는다. 다만 범정부 차원의 통합 대응이 필요할 경우엔 국무총리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사고 직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무총리 직무대행으로서 중대본 본부장을 맡았다. 이런 경우 행안부 장관이 차장으로서 보좌해야 하지만 공석이라 행안부 차관이 대행했다.
수습을 지원해야 할 경찰청장도 공석이다. 최 대행은 경제사령탑으로서 불안한 금융시장과 거시경제 상황을 챙겨야 할 책임이 있다. 원화 가치는 달러당 1500원 선을 위협하고 있고 주가도 약세다. 이런 상황에서 항공사고 수습까지 맡았다. 최 대행의 어깨가 무겁지만, 국정 공백이 있어서는 안 된다. 안보와 치안, 행정을 담당하는 이들이 안이하게 대처하면 작은 사건이나 불씨가 자칫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저지하고 탄핵 소추로 직무를 정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지만, 더 이상의 과도한 탄핵으로 행정부를 무기력하게 만들어선 곤란하다. 정부와 정치권은 국민 불안이 가중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탄핵 절차와 내란 혐의 수사는 엄정하게 진행하되, 이번 사고 수습엔 한마음이 돼 힘을 모아야 한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에게도 깊은 애도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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