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장수 전직 대통령으로 꼽혀 온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현지 시간 29일 별세하면서 거의 반세기에 걸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인연도 새삼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오늘 미국과 세계는 비범한 지도자, 정치인, 인도주의자를 잃었다"면서 "지난 60년간 우리는 카터를 소중한 친구로 부를 수 있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나 지미 카터에 있어서 특별한 것은 그를 만난 적 없는 미국과 전 세계의 수백만 명 사람들도 그를 소중한 친구로 생각했다는 것"이라고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터를 "위대한 미국인"으로 칭하며 장례절차를 국장(國葬)으로 치를 것을 지시했습니다.

앞서 카터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장례식 추도사를 부탁했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전한 바 있습니다.

1973년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으로 중앙정계에 입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3년 뒤 치러진 제39대 미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로 카터를 지지했습니다.

조지아 주지사를 지내긴 했지만 상대적으로 무명에 가까웠던 카터는 도덕주의 정책과 인권외교를 공약해 돌풍을 일으켰고, 박빙 대결 끝에 현직 대통령이었던 제럴드 포드를 누르고 승리했습니다.

카터 전 대통령의 삶을 재조명한 2021년 제작 다큐멘터리 '카터랜드'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1976년 3월 25일 위스콘신에서 카터를 공개 지지하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됐다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젊은 정치인의 돌발행동이란 지적도 일각에서 나왔으나 결국은 카터가 승리했다는 점을 바이든 대통령은 강조했고 "카터는 전 생애에 걸쳐 내게 공직자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보여줬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터가 1980년 제40대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였던 로널드 레이건에 참패하고 정계에서 은퇴한 이후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터는 2020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좌편향된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이길 수 없다고 경고함으로써 바이든 대통령을 사실상 지원사격했던 것으로 평가됩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 되는 날인 2021년 4월 29일 영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있는 카터 전 대통령의 자택을 찾은 뒤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나 정말 좋았다. 우리는 앉아서 옛날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만남은 당시 각각 96세와 78세였던 최장수 전직 대통령과 역대 최고령 현직 대통령 간의 회동이란 점에서 세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YTN 김잔디 (jandi@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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