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버드스트라이크 이후 연쇄 고장 가능성
부품 튀면서 유압계도 고장…작동 불능 상태
보잉737 자체 결함 가능성도…
30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충돌 폭발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유류품을 탐색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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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추락한 제주항공 7C2216편 항공기가 랜딩기어(착륙 및 감속용 바퀴)를 내리지 못한 것 외에도 여러 문제가 중첩됐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진에 조류가 빨려 들어가는 '버드스트라이크' 이후 엔진뿐만 아니라 유압장치, 계기 오류, 날개 플랩 고장 등 연쇄적으로 고장 나는 최악의 '겹악재'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30일 오전 제주항공 동일기종에서 또다시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하는 일이 발생하자 항공안전감독관을 회사에 급파했다.
전날 추락한 제주항공의 보잉 737~800 항공기는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해 동체 착륙을 시도했다. 가장 근본 원인으로는 버드스트라이크가 꼽힌다. 이미 항공기가 무안공항에 접근할 당시에 우측 엔진에 새들이 빨려 들어가면서 불꽃이 이는 장면도 관측됐기 때문이다.
엔진부터 날개까지 모두 겹악재
엔진은 비행기 모든 힘의 원천이다. 엔진이 돌아가면서 유압도 만들고 전력도 생산하기 때문이다. 엔진이 잠시 꺼져도 짧은 순간에는 내부 배터리로 전력을 충당할 수 있지만, 엔진이 아예 고장 나면 여러 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 된다. 이번 사고가 단순 랜딩기어 고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류 충돌로 불이 나면서 엔진이 정지하고 연기가 기내에 유입되면서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 양 날개 후면부가 일어서면서 공기 저항을 만들어 속도를 줄이는 날개 플랩도 작동하지 않은 흔적도 발견된 것으로 전해진다. 엔진이 꺼지면서 유압이 작동하지 않아 지상에 안전히 착륙하고 감속하는 랜딩기어도 먹통이 됐다. 엔진이 화재로 역추진력도 발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감속 장치가 불통이 되는 겹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3개 랜딩기어는 모두 수동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그것마저 불가능한 상황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종사가 조작의 여유가 없을 정도로 급박했거나 수동으로 해도 안 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기영 인하대 우주항공학과 교수는 "수동 조작은 어느 정도 여유가 필요한데, 과거 뉴욕에서 폴란드까지 가는 항공기도 랜딩 기어 안 내려가서 긴 시간 준비해서 동체 착륙을 했다"며 "당시엔 엔진 문제도 없고, 충분한 시간적 여유도 있었고, 활주로 화염 안 번지게 조치도 해서 사고를 막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동조작해도 랜딩기어 안 내려간 건 끼임 현상이 발생했을 수 있다"며 "특히 이번에는 엔진이 버드스트라크로 불이 붙은 뒤 부속품이 깨지고 이 과정에 무언가가 랜딩기어 쪽으로 튀면서 수동 조작도 불가능한 상황이 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체 착륙 지점도 악재가 됐다. 착륙 자체는 안정적인 각도로 진입했지만 접지 지점 자체가 활주로 끝단이 아닌 중간지점이었기 때문이다. 사고 여객기 기종은 활주로 길이 1800m 정도면 착륙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는 2800m로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보다 짧지만 청주, 대구공항보다 길다. 국토교통부가 활주로 길이가 사고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한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접지지점 때문에 활주로 길이와 상관없이 제동거리가 부족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랜딩기어, 날개 플랩, 엔진 역추진 중 한 가지라도 더 작동했다면 참사의 규모가 달라졌을 수 있다"며 "여러 최악의 상황이 겹친 문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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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 지속된 보잉737
항공기 기종 자체의 결함 문제도 제기된다. 보잉 737시리즈에서 꾸준히 사고와 말썽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 여객기 B737-800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체다. 국토교통부 항공기술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이 도입한 B737-800은 총 101대다. 대한항공이 2대를, 나머지 99대를 국내 LCC들이 운용한다.
이날 오전 6시37분에도 김포공항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101편이 이륙 직후 랜딩기어 이상이 발견돼 경기 평택 상공에서 회항했다. 이 비행기는 전날 사고 기종과 동일한 B737-800이다. 지난 3월 미국 피닉스로 향하던 알래스카항공 B737-800 객실에서 연기가 감지돼 여객기가 포틀랜드공항으로 회항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같은 계열 파생기종인 B737 맥스9가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국제공항을 이륙한 뒤 비행 중 창문과 벽체 일부가 뜯겨나가 비상착륙을 하기도 했다. 2019년 3월에는 에티오피아 항공 소속 737 맥스8이 소프트웨어 결함 등으로 이륙 6분 만에 추락해 157명 전원이 사망했다.
B737에 비상 상황에 유압 또는 전력을 불어넣는 램에어터빈(RAT)이 없는 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RAT는 비상시에 작은 프로펠러를 전개해 현재 비행기 속력으로 이를 돌려 발전기 또는 유압펌프를 돌리는 장치다. 에어버스의 A320, A330, A350, A380 등 주요 기종에는 모두 장착돼 있다. 보잉사 B787, B767 등의 기종에도 탑재됐다. 다만 B737은 엔진이 꺼졌을 때 기체역학에 따라 동력을 공급하는 구조라 RAT가 없다.
무안(전남)=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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