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조류 충돌로 비행기 추락 안해"
"추측은 조사의 천적…선언적 발언 중단해야"
29일 오후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한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소방대원들이 사고 수습 작업을 하고 있다. 2024.12.29/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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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충돌)가 거론되는 가운데 외신에서는 원인을 속단해서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이날 "항공 전문가들은 한국 당국이 언급한 조류 충돌이 여객기 추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현재 관계 당국은 이번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조류 충돌을 우선 검토 중이다. 새 떼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 엔진과 연결된 유압장치에 문제를 일으켜 랜딩기어(착륙장치)를 제대로 펴지 못해 동체 착륙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다만 해외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을 직접적인 사고 원인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비행 안전 전문가이자 루프트한자 여객기 조종사인 크리스타인 베커트는 로이터에 "랜딩 기어를 내릴 수 있는 독립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있다"라며 조류 충돌로 랜딩 기어가 손상됐을 가능성은 작다고 설명했다.
항공 전문가이자 에어라인뉴스 편집자인 제프리 토마스는 "조류 충돌은 드문 일이 아니고 랜딩 기어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 역시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일반적으로 조류 충돌만으로 비행기가 추락하는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호주 항공 안전 전문가 제프리 델 역시 "새 떼가 엔진에 빨려 들어가면 엔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엔진이 바로 꺼지지는 않아 조종사가 대응할 시간을 벌 수는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공군사관학교 전직 교관인 그레고리 알레기는 "현재로서는 해답보다 의문이 훨씬 더 많다"라며 "조류 충돌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하기엔 인명피해가 너무 크다"고 강조했다.
한국 당국이 조류 충돌을 원인으로 추정한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전 미국 연방항공청(FAA) 안전검사관인 데이비드 수시는 CNN에 "추측이야말로 사고 조사관의 천적"이라며 "항공기 사고 조사 시 정보가 보호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며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해서는 어떤 추측도 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항공 산업 컨설턴트 스콧 해밀턴도 수시의 우려에 동감하며 한국 당국을 향해 "선언적인 발언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3분쯤 무안국제공항에서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이 탑승한 제주항공 7C2216 여객기가 추락했다.
이 사고로 여객기 후미 쪽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을 제외하고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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