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나는 손님의 뒤를 따라갔습니다”
손님에게 집착해야 한다는 미식 철학
조광효 조광201 오너셰프가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조광201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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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채상우 기자] 함박눈이 내렸던 11월의 끝자락, 이른 아침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중식당 ‘조광201’를 찾아갔다. 이곳의 오너 조광효 셰프가 홀로 나와 아침부터 홀과 화장실 청소를 마무리하고, 동파육에 사용할 고기를 손질하고 있었다. 테이블마다 식기는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화장실은 세재 향을 풍기며 반짝이고 있었다.
이 곳의 영업 개시 시각은 오후 6시. 조광효 셰프가 이렇게 일찍부터 손님 맞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손님에게 집착하라’는 그의 철학 때문이다.
“저는 손님에게 집착하고 있어요. 누가 뭐래도 셰프에게 가장 중요한 건 손님이에요. 직원들에게도 매일 ‘손님에게 집착하라’고 말하고 있어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해요. 식당 운영과 관련한 모든 결정이, 이 철학을 중심에 두고 만들어지고 있어요.”
어쩌면 당연하게만 들리는 말이지만, 사실 이런 철학을 가지고 식당을 운영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다. 불친절한 태도, 냄새나는 화장실, 비위생적인 식기들, 시끄러운 음악, 손님이 아니라 조리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춘 음식까지. 면밀히 살펴보면, 손님을 위한 식당을 찾기가 더 힘들지 모르겠다.
조광효 셰프가 만든 요리. 조광효 셰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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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효 셰프의 식당 곳곳에는 손님들을 생각한 그의 섬세함이 엿보인다. 화장실 청소만 하루에 2번씩 한다. 손님들이 식당의 위생을 판가름하는 기준이기 때문이다. 주문을 받을 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재료가 있는지 묻는 건 필수다. 손님이 불편함을 느꼈다면, 홀 서빙 재량으로 5만원 상당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침까지 세웠다.
“테이블 체크를 정말 꼼꼼하게 하려고 하는데, 한 번은 손님 표정이 안 좋은 거예요. 무엇이 불편했던 걸까 너무 답답한 마음에, 집에 가시는 손님 뒤를 따라가 ‘혹시 불편하시거나 맛이 없으셨던 거냐’고 물어본 적도 있어요. 제가 개선해야 할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면 정말 큰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손님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조광효 셰프의 ‘역린’이다. 만약 이런 철칙을 깨고 손님에게 폐를 끼치는 직원이 있다면, 단호한 결단까지 내린다.
“예전에 손님들이 불만을 제기하던 직원 한 명이 있었어요. 확인을 해보니 손님들의 불만이 어떤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개선을 요구할 수도 있었겠지만, 습관 같은 건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날로 그 직원을 해고했어요. 가혹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손님을 우선시하는 철학에서 배제되면 함께 하기 힘들다고 판단했어요.”
“만화책에서 요리의 영감 많이 받죠”…만찢남 셰프, 만화책 속 주인공 된다
조광효 셰프의 식당 ‘조광201’에 비치된 만화책들. 그는 만화책에서 요리에 대한 영감을 얻곤 한다. 채상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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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명해진 그의 별명은 ‘만찢남’이다. ‘만화책을 보고 요리를 배웠다’는 그의 일화가 꼭 만화 속 주인공처럼 이색적이기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다.
그런 조광효 셰프가 진짜 만화책 주인공이 된다. 조광효 셰프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 출판을 준비하고 있다.
“요리만화를 좋아하는 요리사가, 요리만화 안으로 들어가 만화 주인공들과 요리대결을 펼치는 내용의 만화를 출판할 예정이에요.”
조광효 셰프의 동파육. 조광효 셰프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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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부풀려진 소문처럼 그가 만화 때문에, 셰프가 된 건 아니다. 방송에서 초보 셰프로 비춰진 것과 달리, 그는 경력 10년이 넘은 성숙한 셰프다.
“만화를 보고 음식에 영감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만화 때문에 셰프가 됐다는 건 아니에요. 만화책으로만 요리를 배웠다는 것도 와전된 소문이죠. 요리는 유명 요리책들을 보고 공부하고 연구했어요. 요리책을 다양하게 그리고 열심히 탐독했던 거 같아요. 셰프가 되기로 마음 먹은 건 과거 마라탕집에서 일을 할 때 두반장을 직접 만들면서, 중식의 재미에 빠지게 됐어요. 그 후에 요리를 소재로 한 만화책을 보면서,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된 거죠.”
그렇지만, 셰프가 되기까지 만화책이 영향도 절대 무시할 수는 없다. 새로운 영감을 심어주고 다양한 시도를 하게끔 하는 데 만화책의 역할은 컸다.
“만화책을 보면서, ‘어, 이 요리 진짜 되는 걸까?’라는 생각으로 시도해서 성공하는 경우들이 있었어요. 그런 게 재밌는 거 같아요. 현실에서 보기 힘든 참신한 요리들도 많이 등장하거든요. 그런 게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는 데 도움이 되고는 하죠.”
“실현 가능한 단기 목표에 집중”…다음 목표는 ‘미슐랭 빕구르망’
조광효 조광201 오너셰프가 27일 오전 서울 송파구 조광201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 중 시그니처 메뉴 동파육을 조리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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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효 셰프의 성공 방정식은 ‘구체적인 단기 목표를 설정하고, 모든 열정을 쏟아붓는 것’이다.
“원대한 꿈, 멀리 있는 희미하고 큰 목표를 세우는 편은 아니에요. 현실적인, 단기간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하는 편이에요. 식당을 했을 때 처음 목표는 ‘하루 10팀 이상의 손님을 받는 식당을 만들자’였어요. 그걸 달성한 뒤에는 ‘하루 20팀 이상 손님을 받자’였고요. 그런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열중하고, 달성한 뒤에 성취감을 얻는 선순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그의 현재 목표는 ‘미슐랭 빕구르망’이다.
“미슐랭 빕구르망이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빕구르망에 선정되기 위한 다양한 요건이 있겠죠, 이를 위해 지금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는 과정에 있어요. 조광201에서만 느낄 수 있는 차별점에 저는 ‘향’에 포인트를 두고 있어요. 고추기름이나 파기름, 오렌지기름 등으로 음식에 향을 강조하고 있어요. 예컨대, 동파육의 경우에 본토의 향을 빼고, 시트러스한 향이 나는 진피와 구기자, 오미자 쓰고있어요. 오랜지 껍지 갈아 이걸로 기름을 내서 조금 뿌려주기도 하고요.”
누군가에겐 멀게 만 느껴지는 미슐랭은 ‘꿈’이지만, 조광효 셰프에게는 실현할 수 있는, 분명한 ‘목표’다. 그는 오늘도 하나씩 요리에 자신만의 향을 덮으며, 한 발 한 발 미슐랭에 가까워지고 있다.
음식을 통해 세상을 봅니다. 안녕하세요, 맛있는 이야기 ‘미담(味談)’입니다. 인간이 불을 집어든 날, 첫 셰프가 탄생했습니다. 100만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들은 음식에 문화를 담았습니다. 미식을 좇는 가장 오래된 예술가, 셰프들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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