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
지난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공소장과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선관위 체포조의 휴대물에는 송곳, 포승줄, 망치, 케이블타이, 야구방망이 등이 포함되어 있어 충격을 줬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 물건들을 찍은 사진이 “가짜 뉴스로 판명 났다”는 허위 정보가 퍼졌다. 검찰의 공소장에 분명히 나와 있고, 주요 언론이 직접 받아 보도했다는 것을 확인하기도 전에 허위 정보를 먼저 접한 듯했다.
온라인 허위 정보는 누구나 감염될 수 있고, 아직 해결책이 발견되지 않은 중대한 사회적 문제다. 없는 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허위 정보 감염의 첫 단계라면, 밝혀진 사실을 허위 정보라고 생각하는 것이 두 번째 단계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주요 언론사 기사와 검찰이 발표한 자료를 보여주면 생각이 바뀔까? 그렇지 않았다. 이들은 언론의 발표도, 검찰의 발표도 믿지 않았다. 이게 허위 정보 감염의 세 번째 단계로, 기관이나 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한 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시위대를 의회에 보내 대선 결과를 확인하는 의사 진행을 막으려고 했을 때 그의 지지자들은 시위대가 평화로운 시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을 부정하는 단계였다. 그렇다면 이후 FBI의 수사를 통해 시위대의 폭력 행위의 증거가 모두 드러나는 걸 보면서 자기가 속았음을 인정했을까?
그러지 않았다. 이들은 트럼프를 반대하는 세력에서 보낸 선동꾼들이 폭력을 주도한 것이고, 나머지는 평화로운 시위를 했다고 믿는다. FBI가 그런 선동꾼은 전혀 없었다고 발표해도 이를 사실로 인정하지 않는다. 기관에 대한 불신이라는 마지막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민주주의는 제도와 기관을 신뢰할 수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불신은 우리 사회에 심각한 위험 신호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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