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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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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제 이번엔 바꿔야…개헌 국민투표 내년이 적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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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심판 대상이 된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계기로 현행 대통령제에 커다란 흠결이 있음이 재확인됐다. 상식 밖의 계엄이었지만 대통령 1인에 집중된 권력 때문에 국무회의도 무용지물이었다. 9차 헌법 개정으로 ‘1987년 체제’가 들어선 지 37년, 이제는 고칠 때가 됐다는 여론이 높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12월 29~30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늦어도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면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60%에 달했다. 권력구조와 관련해서도 4년 중임 대통령제 43%, 의원내각제 10%, 이원집정부제 2% 등 현행 대통령제를 바꾸자는 여론이 현행 5년 단임제(33%)보다 많았다. 리셋코리아 개헌분과 위원들을 인터뷰해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꿀 개헌 방안을 알아봤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리셋코리아 개헌분과 위원장을 지낸 이상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받아들여질 경우 바로 대선 얘기가 나올 것”이라며 “서두르면 4~5개월 만에라도 특정 부분만 개헌하는 것을 정치권이 합의하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여야가 양보해 개헌안을 마련한다면 개헌부터 하고 대선을 치르는 게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조기 대선의 당선자 임기를 줄이면서 개헌하자고 제안했다.

이 전 장관은 “탄핵에 따른 대선에서 뽑히는 대통령이 임기를 유지하다가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 권력구조를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며 “바뀐 권력구조에 따라 다시 대선을 치르자”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도 지난달 19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가 문제가 많은 만큼 대선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로 전환하자면서 개헌 국민투표 시기로 2026년 지방선거 때를 제시했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권력구조 개편 방향으로 이 전 장관은 “내각제로 가서 대통령제를 무력화하는 방법이 있고, 4년 중임제로 가더라도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과 국회 상·하 양원제 도입, 지방분권 강화 등을 통해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하는 방법이 있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헌법개정국민행동에서 활동하는 이 전 장관은 “탄핵 이후 개헌 없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대선 주자들에게 2026년 지방선거까지 개헌하겠다는 약속을 받아 개헌절차법 등에 담아 효력을 담보하는 작업을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만약 2026년에 4년 중임제로 개헌이 이뤄져 다시 대선을 치를 경우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대통령의 임기는 줄어들게 된다. 하지만 대선에 다시 출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개헌에 동의한다는 약속을 받자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은 “만약 개헌이 내각제로 될 경우에도 조기 대선 당선자가 다시 수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은 우 의장이 정치개혁특위를 가동, 시민단체 등과 함께 개헌안을 만드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후 개헌 특위 일정을 정해놓고 다음 대통령이 누구든 밟아나가게 하자는 것이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하자는 것은 너무 늦을 것 같다”며 “대통령이 권력에 취해버리면 반대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개헌을 하고 대선을 치르는 게 바람직하지만, 개헌안 마련에 시간이 걸릴 테니 쉽지 않을 것”이라며 “대선 때 후보들에게 개헌에 대한 사전 동의를 받은 뒤 차기 대통령 취임 초기에 밀어붙이면서 ‘당신은 해당 없다.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된다’고 하는 게 더 낫다”고 말했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선 “개헌 작업은 국민이 공감하는 부분부터 해야 하는 만큼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 문제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과거에는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전제로 부분적인 수정을 하는 4년 중임제 의견이 많았다면, 지금은 대통령도 문제이고 국회도 문제이니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말고 중간 형태에 대한 관심이 조금 높아지는 추세”라고 봤다. 프랑스를 비롯한 포르투갈이나 핀란드 등 이원정부제를 대안으로 꼽은 것이다.

이원집정부제로 갈 경우 대통령과 총리의 권한 설정 등 정리가 필요하다. 장 교수는 “대통령의 권한을 축소하되 국회로부터 독립시켜 대통령이 맡은 영역에서 안정성과 계속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거야(巨野)가 아무런 역할도 못 하고 발목잡기만 할 수밖에 없으니 의회 중심으로 총리를 선출한 뒤 총리와 대통령이 투톱 체제로 선의의 경쟁을 벌이게 하자”고 제안했다. 이를 통해 미국형 대통령제가 안고 있는 승자독식의 구도를 깨자는 것이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유사하게 가는데, 그때도 탄핵에만 치중하다 보니 변한 게 아무것도 없다”며 “다시 개헌할 기회가 왔는데 이번엔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했다. 특히 정치권이 개헌안을 발의하기를 기대하기보다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개헌을 추진할 수 있도록 국민발안 개헌부터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교수는 “의원내각제냐 대통령제냐, 혹은 이원집정부제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권력 전체를 한쪽에 집중시키지 않는 게 핵심”이라며 “대통령의 권력과 국회의 권력을 모두 분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하나하나의 권력을 놓고 어디에 배치할지를 검토해야 여야 정치권의 합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법률제안권을 정부에 줄 거냐 안 줄 거냐 등, 권력 하나가 레고 하나라고 생각하고 레고 쌓듯 재검토하자고 했다.

이 교수는 “계엄도 결국 대통령 혼자 결정한 것처럼 장관들이 분야를 책임지고 해야 하는데도 대통령이 일일이 간섭한다”며 “우선 대통령의 인사권이 너무 넓으니 해당 부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권은 장관에게 주고, 장관 임명 시 국회 청문회를 없애는 대신 국회 동의를 필수로 바꾸자”고 말했다. 이러면 특정 진영의 극단적 인물이 장관이 되기 어려워지는 효과가 있다. 중요 사안에 대해 대통령이 국무회의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동시에 국회도 대부분 나라처럼 상·하원으로 구성해 권력을 분산하자고 했다.

개헌 로드맵에 대해선 탄핵 조기 대선 때 시대가 필요로 하는 국민발안 제도 도입만 먼저 개헌한 뒤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권력구조 개편안을 준비해 개헌하는 방안을 선호했다. 국민이 개헌안을 발의할 경우 정치인들에게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은재호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겸직교수는 탄핵 조기 대선 때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진행하도록 국회 주도로 개헌안을 만들어 권력구조를 원포인트로 개헌한 뒤 개헌 절차를 지금보다 쉽게 바꾸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차기 집권 가능성이 큰 쪽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선호할 것이고, 민주당 쪽에선 개헌 논의 자체를 탄핵 물타기로 보는 시각도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조기 개헌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금 단계에선 최소한 차기 개헌 절차에 대해서라도 여야가 합의하고 대선을 맞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시민사회 쪽에선 2026년 지방선거를 개헌 시기로 삼으면서 차기 대통령에겐 적용이 안 되게 하는 안이 다수 의견”이라고 전했다.

내각제를 선호하지만 이원집정부제도 괜찮다는 입장인 은 교수는 한국에서 내각제를 반대하는 이유가 엘리트주의에 대한 거부감과 자신의 한 표를 대선에서 행사하는 데 대한 효용감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프랑스식 이원집정부제는 우리 헌법에 이미 책임총리제가 있으니 헌법만 제대로 준수하면 이미 할 수 있는 제도”라며 “대통령의 장관 임명에 총리가 부서권을 행사하게 돼 있으니 국회 다수당이 총리를 임명한다고만 바꿔도 대통령의 권한을 많이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선거법 개정 역시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개헌할 필요 없이 선거법만 중대선거구제로 바꿔 다당제를 확보해 주면 당끼리 합종연횡을 통해 연대의 전략으로 다수파를 만들어내고, 거기서 총리를 뽑으면 어떤 정당도 함부로 독주를 못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 임기가 얼마냐가 핵심이 아니라 의회와 대통령의 권한이 등가가 되도록 해줘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은 당연히 국회로 넘기고, 기재부가 짜는 국가 예산도 미국처럼 국회 산하로 보내야 한다”며 “최대한 다당제를 보장해 다원적 검토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상시 감독 수단을 만드는 게 개헌의 목표여야 한다”고 했다.

김성탁 논설위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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