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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시론] 정치 혼란기에 더 절실한 공직자 엄정 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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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전 인사혁신처장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이어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석열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지 보름 남짓 지났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비교적 안정감을 보여줬던 한덕수 총리까지 국회에 의해 탄핵당하면서 최상목 부총리가 대통령권한대행이 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여야가 한 치 양보 없이 극한 정쟁을 일삼다가 결국 굉음을 내며 서로 충돌해 지금 이 사달이 벌어졌다. 설상가상으로 179명이 희생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까지 발생해 대한민국이 지금 극심한 정치적·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다.



비상계엄, 탄핵으로 국가 위기

국민이 의지할 것은 공직사회뿐

지금의 선택에 나라 미래 달려

중앙일보

탄핵정국 속 지자체별로 민생안정 긴급 대책회의 개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인해 국정 혼란이 지속되고 있는 지난 16일 부산 남구는 지역 주민들의 민생 안정과 경제적 충격 완화를 위해 ‘민생안정 긴급 대책회의’를 오은택 구청장 주제로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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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밖도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격동의 시기다. 국제질서의 혼돈은 지정학적으로 취약한 한국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온 국민이 한 방향으로 합심해 달려야 할 시기에 계엄과 탄핵 사태가 벌어져 참담하기만 하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이럴 때일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숙고와 반성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의도의 두 정파는 서로를 벼랑 끝으로 내몰던 극단적 정쟁을 통렬하게 성찰해야 한다. 지금 이 사태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국가와 민생, 이웃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방향이 무엇인지 차분하게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은 극도로 긴장되고 격정적인데, 흥분하면 사태 악화는 물론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만약 앞으로 정국이 어떻게 흘러가든지, 국민의 삶을 어렵게 하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일반 국민이 오늘과 내일을 살면서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내 가족, 이웃 모두 오늘 안전하고 행복하며 내일은 더 좋은 날이 되길 간절히 원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살기에 더 밝은 세상, 더 살기 좋은 나라, 세계 속에서 자랑스러운 나라, 국제사회에 할 말을 하는 나라,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나라. 바로 이런 것을 바랄 것이라 믿는다.

그 길은 모두의 배려와 합심, 그리고 노력에 달려 있다. 분열과 투쟁으로는 우리의 합당한 몫을 찾을 길이 없다. 이때 가장 중요한 역할이 공무원과 공직자의 역할이다. 정치가 어떻게 가든,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국가의 기간(基幹)은 굳건해야 한다.

그런데 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공직사회가 사실상 ‘올스톱’이라는 답답한 소식이 들린다. 정책도 인사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황이다. 심지어 계엄 직전 국무회의에서의 장관의 처신을 문제 삼아 해당 부처 공무원들을 ‘부역자’ 취급하는 일부 행태는 우려스럽다. 흔들리는 공직사회에 몇 가지를 주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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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월 4일까지 7일간의 국가애도기간에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들이 조기(弔旗)를 게양하고, 공직자들은 애도 리본을 착용하게 되며 전국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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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입법·사법·행정 모든 영역의 공직자들은 현장에서 역사의 중대한 고비를 목도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국가의 장기적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개인의 이해관계나 순간적 감정을 넘어 국가와 다음 세대를 바라보는 원대하고 심오한 시각이 요구된다.

둘째, 정치적 혼란 와중에도 공직자는 절대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 이는 공무원의 헌법적 의무이기도 하다. 어떤 편향된 입장이나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면 안 된다. 이 시기에 공직자에게는 헌법과 법치주의에 대한 흔들림 없는 헌신이 요구된다. 국가 안보와 국민 안녕을 위한 공직자의 신성한 책무다.

셋째, 탄핵심판은 헌법재판소가 맡고, 정치 갈등은 국회가 해결할 몫이다. 공직자는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맡은 직무에 충실해야 한다.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냉철하고 중립적인 공무원들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비상한 시국에는 비상한 각오와 내부 결속이 필요하다. 각급 공공 기관장들의 솔선수범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각 기관은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굳건하게 지켜내야 한다. 무엇이 국가에 대한 책무인지 자각하고 역사적 소명에 부응해야 한다. 결국 국민이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정치인보다 공무원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이런 자세가 바로 국가를 지키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지름길이다. 당리당략을 넘어 장기적 국익을 고민하고, 다음 세대에게 더 나은 나라를 물려줄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더 성숙한 사회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금 우리의 선택과 책임에 달려 있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근면 성균관대 특임교수·전 인사혁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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