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IB 환율 전망치. 김현정 의원실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올해 4분기 들어 평균 환율로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적어도 내년 9월까지는 환율이 1500원대를 넘보면 상승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4분기 평균 환율 1400원 육박…역대급

31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0~12월 원/달러 환율 평균은 1398.75원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분기(1418.30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앞서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는 1596.88원에 달했다.

분기 평균 환율은 올해 1분기 1329.4원에서 2분기 1371.24원으로 오른 뒤 3분기 1358.35원으로 내렸다가 4분기 1400원에 육박했다.

올해 주간거래 종가인 1472.5원은 연간 종가 기준으로 1997년(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다.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12·3 내란사태와 탄핵 정국 장기화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악재가 거듭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내년 9월까지 1500원대 넘보는 상승세"

환율 종가 1472.5원…연말 기준 외환위기 후 27년 만에 최고.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환율은 새해 들어서도 당분간 고공 행진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3 이후 지난 4일부터 13일까지 시티그룹, 스탠다드차티드 등 해외투자은행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치는 중간값을 기준으로 갈수록 상승해 내년 1분기 1435원, 2분기 1440원, 3분기 1445원으로 나타났다. 환율 강세가 1년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BNP파비아스와 노무라은행은 지난 12일과 13일 2025년 매분기 환율이 상승해 3분기에 각각 1445원과 1500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웰스파고는 3분기에 이르러 환율이 1460원대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2016년 12월 9일을 전후해서 환율은 상승세를 타며 1209원까지 치솟았다가 이듬해 1월부터 하락세를 보이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이 이뤄진 3월 10일쯤 1130원대로 떨어졌다.

이와 비교하면, 12·3내란사태로 인한 정치리스크가 8년전 국정농단보다 더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내용과 규모면에서 대외신인도에 더 나쁜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다.

당국 환율 개입…경고등 켠 국책기관들

한국은행은 최근 환율 상승을 대내외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한은은 김 의원에 제출한 답변자료에서 "최근 환율상승은 국내총생산(GDP)개선 효과가 크지 않은데 비해 수입가격을 높여 수입의존도가 높은 설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년 8월 이후 외국인의 국내주식 순매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 불확실성에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의 변동성 추가 확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12·3사태 여파로 환율이 계단식으로 상승할 때마다 외환보유액으로 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스무딩 오퍼레이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책 연구기관들은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이 결과적으로 외환위기로 이어질 위험을 경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김 의원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경제기초여건과 괴리된 환율수준을 유지할 경우, 외환시장이 오히려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있다"며 "다수의 신흥국에서 환율방어를 위해 외환보유액을 소진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한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KIEP는 "환율을 낮추려는 금리 인상은 가계·기업의 이자 부담을 높이고 경기침체를 부채질할 수 있다"며 부작용을 우려했다.

KIEP는 △국민연금 외환스왑 규모와 환헤지비율 확대 △일본, 스위스, 호주, 캐나다와 체결한 통화스왑 활용과 함께 △미국·유럽과의 양자 통화스왑 신규 체결로 무역 결제에 따른 달러화 수요을 줄이는 방안을 제안했다.

김 의원은 "현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00원까지 오른다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국민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줄 뿐 아니라 경제성장둔화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합니다.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