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무안공항 인근 철새 88종 서식
큰기러기·흰뺨검둥오리 '고위험군'
조류충돌 위험도는 0.00008
1만 2천 년에 한 번 조류 충돌 참사
인천·김포공항의 42분의 1 수준
새만금 신공항도 철새 도래지 인접
500m 고도까지 비행 관찰
"무인드론 등 새로운 대책 시급"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 현장. 무안(전남)=황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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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이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국내 공항들의 조류 충돌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무안공항은 포항, 군산, 양양공항과 함께 위험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도가 높은 곳은 인천과 김포공항으로 조사됐는데, 한 항공계 관계자는 '조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한다. 이에 조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근본적 또 새로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충돌 위험도 낮았던 무안…가장 위험한 오리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참사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조사가 착수된 가운데, 이번 참사의 여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는 조류 충돌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31일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조류 충돌의 위험도(TR)는 인천공항이 0.00339, 김포가 0.00322, 제주 0.00188, 김해 0.00173, 광주 0.00057, 대구 0.00049, 울산 0.00031, 청주 0.0003, 여수 0.00024, 사천 0.0001, 무안 0.00008, 포항 0.00007, 군산 0.00005, 양양 0.00005, 원주 0.00001 순으로 나타났다.
전남 무안공항의 조류 충돌 총 위험도는 0.00008로 김포와 인천공항에 비해 약 42분의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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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은 조류 충돌의 위험도가 0.00008로 낮은 축에 속했다. 김포와 인천공항과 비교해 42분의 1 수준이다. 이는 여타 공항에서도 충분히 조류 충돌로 인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무안공항의 '치명적인 사고 발생 예상년수'는 12221년인데, 이는 1만 2천 년에 한 번 조류 충돌로 인한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참사의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조류 충돌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극도로 희박한 확률에서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만큼 다른 공항에서도 비극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무안공항 인근에서 서식하는 철새는 총 88종으로 큰기러기와 혹부리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기러기, 민물가마우지 등이다.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해당 조류들을 위험수준 3단계로 분류하고 "신속히 추가적인 위험경감 대책 마련과 수행이 필요하다"고 조치사항을 언급했다.
큰기러기와 혹부리오리,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쇠기러기, 민물가마우지 등을 위험수준 3단계로 분류한 보고서.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연장사업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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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신공항 부지 철새 도래지 즐비…어찌할꼬
새롭게 지어지고 있는 전북 새만금 신공항 주변으로는 철새 도래지가 즐비하다. 1년 내내 100개체 이상이 옥구저수지, 옥려저수지, 만경강하구, 군산비행장 주변, 내초도, 남수라, 장항해안 등 산재해 서식한다. 연중 철새들의 활발한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새만금 신공항 부지 3㎞(핵심지역)이내에서 서식하는 철새는 민물가마우지와 민물도요, 큰기러기다. 해당 개체는 충돌 가능성은 높지만, 심각성은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조류별 충돌 심각성 피해정도는 흰뺨검동오리, 기러기류, 꺅도요, 독수리, 물수리, 개리(매우높음), 청둥오리(높음), 꿩, 백로류(보통) 순으로 나타났다. 충돌 발생 가능성은 흰뺜검둥오리, 청둥오리, 백로류(매우높음), 기러기류, 꺅도요, 독수리, 물수리, 꿩(높음) 순이다. 충돌 발생시 가장 위험한 조류는 흰뺨검둥오리다.
전북 새만금 신공항 부지 조류 충돌 위험성 메트릭스 결과. 무안공항 인근 부지에서 서식하는 철새들의 생태와 유사하다. 2022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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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민물가마우지는 최대 500m 고도에서도 비행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큰기러기, 쇠기러기 백로류, 괭이갈매기 등은 200m 이상의 고도에서도 비행한다.
항공기의 조류충돌 사고의 70%가 이착륙시 발생한다. 민물가마우지의 500m 비행고도와 다른 철새들의 200m 이상의 고도가 항공기의 이착륙 경로와 정확히 겹치는 높이다.
새만금 신공항 부지 주변에서 서식하는 철새들의 비행 고도. 2022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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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철새 도래지를 모두 없앨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정부와 항공공사들은 조류의 먹이가 되는 양서·파충류, 소형 포유류의 유입과 서식을 막고, 나무와 관목, 덤불을 제거하는 제한된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항공 참사 당시 무안공항에서 근무한 조류 퇴치 인원은 1명이라고 알려졌다.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가 이제 '버드 스트라이크'라는 용어에 대한 어쭙잖은 이해에서 벗어나, 이같은 참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철저하고 확실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함을 웅변하고 있다.
2020년 12월 기준 전북 새만금 신공항 부지 주변의 철새 도래지의 개체수 분포도. 2022 새만금신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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