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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기고] 식품가격 상승에 대응할 장기 대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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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어느 국가나 물가 안정은 중요한 경제정책 목표 중 하나다. 과도한 물가 상승은 서민의 생계비 부담을 높이고, 실질 소득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물가를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온 배경이다.

정부는 재작년부터 커피와 과자, 빵, 라면, 아이스크림 등 서민 체감 물가와 직결되는 주요 식품에 대해 담당자를 지정하며 물가 잡기에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관련 부처 장차관 등 고위급 인사들은 수시로 식품 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물가 안정을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그런 노력에 힘입어 소비자물가는 최근 들어 1%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농산물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가격 인상을 자제해왔던 식품·외식 업체들이 불가피한 품목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전 세계적인 기후 변화로 인해 앞으로도 식품과 음식의 주재료인 농산물 가격이 상승하거나 가격이 더욱 불안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자연재해와 극한 이상 기후로 농작물 생산이 감소해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서 전반적인 식품 산업 물가를 견인하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이 일상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봄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던 '금사과' 현상이나 가을철 민심을 들끓게 했던 '금배추' 파동 등은 근본적으로 기상 이변으로 인한 국내 생산 감소 영향이었다.

최근 식품 기업들이 국민 기호식품인 커피와 초콜릿 제품 가격을 인상한 조치도 기후 변화가 주된 원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커피 원두와 카카오 열매 등은 극한 기후로 인해 작황이 부진해지면서 3년 전부터 가격이 지속적으로 치솟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에 들어가는 비교적 값싼 로부스타 커피의 국제 가격은 2021년 t당 평균 1776달러에서 작년 4088달러로 2.3배 상승했다. 이는 주 생산지인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서 엘니뇨로 인한 극심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대폭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초콜릿의 핵심 원료인 코코아 가격도 2021년 t당 2494달러에서 작년 7711달러로 3배 이상 상승하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코코아 분말을 만드는 전 세계 카카오 열매의 70% 이상이 생산되는 가나와 코트디부아르 등 서아프리카에서 빈번한 가뭄과 홍수로 생산량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국내외적으로 많은 커피와 초콜릿 상품 관련 브랜드들이 최근 가격을 인상한 이유다.

이렇게 기후 변화는 식품 가격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가뭄, 홍수, 폭염, 폭설 등 이상 기후 현상의 심화는 식재료인 농작물의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이는 곧 식품 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이러한 기후위기는 농작물의 생산과 가격 변동성을 증가시켜 식재료와 식품 가격을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식품 가격 상승 및 불안정 심화는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기후 변화로 인한 먹거리 가격 상승과 불안정성 문제 등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기 대책으로는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정부와 농식품 업계, 그리고 소비자 간에 긴밀한 소통과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동시에 정교하고도 실천 가능한 중장기적 대응 전략과 실천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임정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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