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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제주항공 참사] 179명 유족의 통곡이 메아리처럼…무안공항 합동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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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 요청에 참사 현장에 분향소 마련…가족 잃은 슬픔에 눈물바다

어린 자녀와 함께 온 일가족·고교생까지 일반 시민들 분향도 이어져

연합뉴스

무안공항 분향소 찾은 유가족들
(무안=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4.12.31 [공동취재] ksm7976@yna.co.kr



(무안=연합뉴스) 강수환 이성민 기자 = "내 새끼 왜 저기 가 있어. 엄마 어떻게 살라고! 말도 안 돼".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 공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는 흐느낌과 오열이 메아리처럼 퍼져나갔다.

31일 오후 7시께 분향소를 가득 메운 유족들의 통곡 소리는 밖에 있던 이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분향을 마친 어머니는 다시 뛰어 들어가 자식 이름을 부르며 분향대를 연신 두드려댔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던 이 유족은 "네가 날 두고 어떻게 가, 뭣 하러 갔냐"며 가슴을 부여잡고 오열했다.

한 노인은 쉰 목소리로 괴로운 울음을 토해내며 아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불렀다. 이내 손에 닿지 않는 아들을 어루만지듯 명패 쪽으로 손을 휘젓다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분향소를 떠났다.

양손으로 국화꽃 한 송이를 들고 고인의 명패 앞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은 중년 남성은 "그동안 고마웠다"며 눈물을 닦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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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분향소 헌화하는 유가족 대표단
(무안=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유가족 대표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4.12.31 [공동취재] ksm7976@yna.co.kr


유족들의 분향이 끝난 뒤 일반 시민들의 분향 행렬이 길게 이어졌다.

전북 완주에서 스님과 함께 왔다는 소기룡(67)씨는 "세 살배기 아이가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비슷한 나이의 손주가 있는 나로서는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며 "무안스포츠파크 합동분향소로 가려다가 이곳이 고인들 시신이 있는 곳과 더 가까워 여기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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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어린 희생자를 위해 챙겨온 장난감
[촬영 강수환]


공항에서 전남도자원봉사센터 소속으로 봉사 중인 고등학생 김모(17)군은 이태원 참사 때 친구들을 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김 군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지키지 못한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는 생각에 안타까워 평택에서 왔다"며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이곳에서 봉사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직접 국화 꽃다발을 사 온 무안군민 김우혁(22)씨는 "가까운 주변에서 이런 참사가 일어난 건 처음인데 무안군민으로서 진심 어린 추모를 하기 위해 왔다"며 "유족들이 슬픔을 이겨내시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일가족의 발길도 눈길을 끌었다.

전북 군산에서 아내, 두 딸과 함께 분향소를 찾은 한석철(47)씨는 "딸들이 10살, 7살인데 희생자 중에 비슷한 나이의 어린 친구들이 있는 걸 보고 남 일 같지 않아 무거운 마음으로 찾아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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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분향소 찾은 유가족들
(무안=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31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 마련된 분향소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들이 조문하고 있다. 2024.12.31 [공동취재] ksm7976@yna.co.kr


초등학생 딸과 세 살배기 아들, 남편과 함께 온 광주시민 박상미(41)씨는 분향대에 직접 챙겨온 자동차 장난감을 올려두고 나왔다.

박씨는 "최연소 희생자가 아들과 비슷한 나이길래 아이가 못다 한 장난감 놀이를 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장난감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월호 때도 갓난아기였던 첫째를 데리고 참사 현장에 갔었는데, 이후로 또 이런 참사가 터지니까 너무 마음이 힘들다"며 "나도 이렇게 마음이 괴롭고 힘든데 가족분들은 얼마나 더 비참할까 싶다"고 안타까워했다.

무안 공항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는 유가족 요청에 따라 이날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희생자 179명의 위패와 영정을 모셔놓은 분향소는 24시간 운영되며 누구나 조문할 수 있다.

sw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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