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서점가 강타한 ‘한강 효과’에
소설 판매 전년 대비 35.7% 늘어
‘노벨상’ 이후 50대 이상 독자 급증
시·에세이 등 문학 전반으로 ‘훈풍’
한강, 이르면 올해 상반기 차기작
황석영·김애란 등 신작 발표 예정
톨스토이문학상 거머쥔 김주혜도
6월 새 소설 ‘밤새들의 도시’ 출간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한 시민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의 책을 구매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024년 한국문학은 이후 전례 없는 ‘한강 신드롬’ 속에서 국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많은 한국 소설과 시가 고가에 판권이 팔려나가는가 하면, 서점가에선 한강의 장편 ‘소년이 온다’를 비롯해 많은 문학작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도서관마다 한국문학 작품을 읽기 위해서 대출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을 이루기도 했다.
새해에도 한강 작가를 필두로 한국문학의 선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 작가는 새해 신작을 발표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 작가 이외에도 많은 작가가 앞다퉈 신작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서점가나 도서관에서도 2024년 막바지에 불었던 문학 열풍이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문학으로 편입된 한국문학”
지난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명소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한강 작가가 블루카펫을 밟으며 칼 구스타브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노벨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을 때 정점에 달했다. 한국문학은 2024년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비롯해 어느 때보다 주목을 받아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거장 황석영은 철도원 삼대의 삶을 통해서 한국 근현대사 100년을 조망한 장편 ‘철도원 삼대’로 영향력이 막강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김주혜는 일제강점기 평범한 이들의 독립운동을 다룬 ‘작은 땅의 야수들’로 러시아 톨스토이 문학상 해외문학상을 수상했고, 김초엽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제34회 은하상 ‘최고인기외국작가상’과 제14회 중국성운상 번역 작품 부문 금상 등 중국의 양대 에스에프(SF) 문학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한강과 함께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시인 김혜순 역시 ‘날개 환상통’으로 지난 3월 한국인 최초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0년 출간된 여성 액션물인 강지영의 ‘심여사는 킬러’가 영국 대형 출판사인 노프 더블데이에 2억원대의 선인세를 받는 조건으로 판권이 팔렸고, 다른 영미권 및 유럽 등 15개국 출판사들과 총 10억원대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최근 한국문학 작품에 대한 해외 출판사들의 러브콜도 이어지고 있다. 분야도 힐링소설을 넘어서 장르 소설, 순문학, 에세이를 가리지 않고 확산 추세다.
◆서점가 강타한 한강 효과와 한국문학
2024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을 한강의 장편 ‘소년이 온다’가 차지하고 연간 베스트셀러에 5종이 오를 정도로 서점가에서도 한강 신드롬이 거셌다. 교보문고가 연말 발표한 ‘2024년 연간 도서판매 및 베스트셀러 분석’에 따르면, 한강의 장편 ‘소년이 온다’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판매가 폭증하면서 연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했다. 더구나 2015년부터 10년간 종합 1위를 한 도서와 비교했을 때에도 가장 많은 판매고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강의 작품은 연간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무려 5종이나 포함됐고, 한강의 소설들은 소설 분야 베스트셀러 30위 가운데 무려 7종이나 오르기도 했다.
한강 효과를 바탕으로 한국문학도 크게 약진했다. 2024년 소설 분야 판매 실적(판매권수 기준)은 전년 대비 무려 35.7%나 증가했다. 이른바 ‘한강 효과’라 부를 만했다. 김애란의 신작 ‘이중 하나는 거짓말’과 정유정의 신작 ‘영원한 천국’ 등 기성작가의 신작들도 한강 효과를 배경으로 판매가 증진된 것으로 분석됐다. 3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시·에세이 분야도 이례적으로 17.1%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몇 해 전부터 열풍이 불었던 자기계발 분야는 뚜렷한 두각을 보이지 못하면서 마이너스 22.3%를 기록해 대비됐다.
한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가장 많이 움직인 연령대는 50대 이상 독자인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즉, 노벨문학상 수상 전에는 20대 독자가 가장 많이 문학책을 구입했지만 수상 이후에는 40대 이상의 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세계일보 자료사진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강 신작 발표 가능성… 황석영, 김숨 신작도
한 작가는 이르면 새해 상반기에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수상 다음날인 지난 11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국 언론사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차기작 두 편의 집필 계획을 밝혔다. 그 중 한 편인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작별’에 이은 ‘겨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출간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작가는 지난 노벨 시즌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초 지난해 겨울까지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노벨상 수상으로 인해 계획보다 다소 늦어졌다고 한다.
한국 문단의 거목인 황석영의 신작 장편소설도 새해 출간된다. 황석영이 장편을 펴내는 것은 2024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올랐던 ‘철도원 삼대’를 펴낸 2020년 이후 약 5년 만이다.
역사성과 현장성이 강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김숨 작가는 연초에 시각장애인의 삶과 사고를 펼쳐보이는 연작소설을 발표할 예정이고, ‘작은 땅의 야수들’로 2024년 톨스토이문학상을 거머쥔 한국계 미국인 작가 김주혜도 완벽을 향해 질주하는 프리마 발레리나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 성장 소설 ‘밤새들의 도시’를 6월 다산북스를 통해 발표할 예정이다. 구병모도 장편소설 출간을 앞두고 있다.
두꺼운 팬층이 있는 작가 조경란도 아홉 번째 소설집을 펴내고, 팬덤을 갖고 있는 정이현과 김애란도 소설집을 출간한다. 정이현은 ‘상냥한 폭력의 시대’ 이후 9년 만에, 김애란은 ‘바깥은 여름’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소설집인 만큼 중단편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 희소식이다. 정호승 시인의 시집도 새해 하반기에 출간 예정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새해도 한국문학 선전 이어질 듯
서점가에서 한강 신드롬은 한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중에도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한 작가의 대표작을 중심으로 꾸준히 판매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강의 신작도 기대를 모은다. ‘겨울 3부작’의 출판사 문학동네는 “노벨상 수상 후 첫 출간작으로 한강 문학의 현재와 새로운 지향점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한국문학 역시 한강 효과를 배경으로 상당 기간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은 한강 작품을 제외한 2024년 문학도서 판매 신장률을 살펴보면 유추할 수 있다. 즉 2024년 소설 판매 신장률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전에는 5.8%에 그쳤지만 수상 이후에는 무려 30%로 급증했고, 시·에세이 분야 역시 수상 전 12.6%에서 수상 후 26.6%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한강 효과가 한강 작품뿐만 아니라 소설과 시 분야 전반으로 확산된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