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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더 깊숙이 박자”…드라마 찍으려 세계문화유산 7군데 못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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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팀, 병산서원 훼손 논란

2차 조사서 “기존 구멍에 못질” 주장

안동시, 고발 방침…경찰 고발 접수도

세계일보

안동병산서원에 초롱을 달고 있는 KBS 드라마 촬영팀(왼쪽)과 못자국으로 훼손된 병산서원 기둥. 안동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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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드라마 제작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에 소품을 달기 위해 7차례 못질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경북 안동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국가유산청·병산서원·KBS와 2차 조사를 실시한 결과 KBS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은 지난해 12월30일 병산서원 내 누각 만대루 보머리 여섯 군데와 기숙사 동재 기둥 한 군데 등 총 일곱 군데에 못질을 했다. 나무에 구멍이 난 못 자국은 개당 두께 2~3㎜, 깊이 약 1~1.5㎝로 조사됐다.

시는 KBS 드라마 제작팀이 문화재에 허가 없이 망치와 못을 이용한 행위 자체가 잘못된 행동인 것으로 규정하고 전문가 자문을 거쳐 고발 등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날 KBS 제작진은 “일부 구멍은 이미 원래부터 얕게 있던 것을 이용했다”며 “촬영팀이 한두 개 구멍 정도만 못을 더 안으로 깊숙이 박았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안동시 문화유산과 관계자는 “해명 여하와 관계없이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했다”며 “안동시에는 상의조차 하지 않고 문화재에 등을 달려고 한 행위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떤 구멍은 못을 더 안으로 박기 위해서 망치질을 했다”며 “그 자체 행위가 잘못된 것으로 그 구멍이 기존에 있었던 구멍인지 아닌지는 부차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안동경찰서에는 KBS 드라마 촬영팀을 상대로 문화유산의 보존 및 활용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일반 시민 명의 고발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앞서 전날 KBS 드라마 제작팀이 병산서원의 기둥에 못질하는 등 문화재를 훼손했다는 목격담이 나와 논란이 됐다. 논란이 커지자 KBS 측은 같은 날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사과했다.

이어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이라며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병산서원은 사적 제260호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문화재다. 우리나라 서원 중 가장 아름답기로 손꼽힌다. 문화유산법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제1항은 ‘국가지정문화유산을 손상, 절취 또는 은닉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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