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노 대통령 "파나마 외 운하에 관여하는 사람 없어"…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추모하고, 1964년 '순교자' 추모도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2024년 12월31일(현지시간)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파나마 운하 통제권 이양 25주년' 기념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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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운하의 통제권 이양 25주년 행사가 12월31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 일대에서 개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통제권 반환' 발언으로 양국 간 분쟁 가능성이 나온 터라 주목받은 행사인데,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운하는 영원히 파나마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파나마 수도 파나마시티에서 열린 파나마 운하 통제권 이양 25주년 기념행사에는 물리노 대통령을 비롯해 호세 라몬 이카사 운하부 장관, 리카우르테 바스케스 모랄레스 파나마운하청장 등이 참석했다. 파나마 운하 통제권은 1977년 '토리호스-카터 조약' 체결로 1999년 미국에서 파나마로 완전히 넘어갔다.
/사진=파나마운하 공식 X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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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기념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 운영 과정에서의 역사적 성과와 태평양-대서양 항로의 중립적 관리 보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파나마) 운하는 영원히 우리의 손에 있을 것"이라며 "파나마 외에 운하에 관여하는 사람은 없다. 안심하라"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의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를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트럼프 당선인은 최근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과 애리조나주 지지자 연설 등을 통해 파나마 정부가 운하 통행료로 "엄청난 가격"을 요구하고 중국이 운하 운영에 관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파나마 정부가 통행료를 내리지 않으면 운하 통제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미국 우선주의 원칙의 강력한 전사'라고 평가한 케빈 마리노 카브레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의원을 파나마 주재 미국 대사로 지명했다. 그간 유지됐던 미국과 파나마 간 우방 관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기념식에는 파나마의 운하 통제권을 주장하다 숨진 시위대를 추모하는 행사도 열렸다. 1964년 1월9일 파나마 운하 일대의 고등학교에서 미국 국기 및 파나마 국기를 게양하려던 파나마 군중과 미군 간 충돌로 파나마 학생 20명 이상과 미군 4명이 사망하는 유혈사태가 발생했고, 파나마 정부는 이날을 '순교자의 날'로 지정했다.
2024년 12월31일(현지시간) 파나마 시민들이 파나마시티에서 '파나마 운하 통제권 반환' 요구 가능성을 제기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반대 시위에 나섰다.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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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 앞서 파나마 운하 통제권 이양 협상을 이끈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12월29일 100세로 사망)을 추모하는 묵념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그는 "오늘은 파나마 운하가 파나마의 손에 들어온 지 25주년을 축하하는 기쁨과 카터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슬픔이 뒤섞인 날"이라며 '토리호스-카터 조약' 체결을 이끈 오마르 토리호스 전 파나마 대통령과 카터 전 대통령에 대해 "정의의 길을 선택할 수 있는 비전과 고귀함을 갖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미국에서 '가장 위대한 전직 대통령'이란 평가받은 카터 전 대통령의 장례식은 오는 9일 워싱턴 국립 대성당에서 엄수된다. 아랍 매체 알자지라는 "이날 기념식은 카터 전 대통령의 사망과 트럼프 당선인의 통제권 반환 요구 압박 우려에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며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둘러싼 미국과 파나마 정부 간 충돌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한편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당선인이 파나마 운하 통제권을 되찾으려 하는 것은 덴마크령인 그린란드를 소유·통제하려는 목적과 같을 것이라며 "그가 '사기'라고 주장하는 기후변화를 고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린란드 내 빙하가 녹으면서 북극권 항해 안보 가치가 한층 커졌고, 중국도 북극 항로 개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나마 운하는 엘리뇨 현상으로 인한 가뭄으로 항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스탠퍼드대 우즈 환경연구소의 크리스 필드 소장은 NYT에 "파나마 운하와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관심은 기후변화가 실제로 존재하고 새로운 글로벌 과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트럼프의 발언은 이 지역을 통제하면 뭔가 나아질 것이라고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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