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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후회된다. 보고 싶었다 많이"...포스트잇에 담겨진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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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 비통의 공간 찾은 추모객들

파이낸셜뉴스

1일 오전 11시 14분께 무안국제공항 내 설치된 분향소를 방문한 조문객들로 인해 공항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모습. /사진=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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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무안=최승한 기자] 비통의 공간에도 2025년 새해는 떠올랐다. 그러나 이곳에 머무르는 유가족과 추모객들에게 더 이상 시간의 흐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유가족은 좀 더 잘해주지 못했던 사고 전의 그 시절, 혹은 행복했던 한때에 머무르며 가슴을 쳤고, 추모객들은 피해자와 유족들이 여느 해와 다른 새해 첫날을 마주한 것에 함께 안타까워했다.

1일 무안국제공항 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영상 4℃의 제법 쌀쌀한 날씨였으나, 공항 밖까지 길게 줄을 선 시민들은 누구 한 명 불편을 호소하지 않았다. 공항 외부에만 오전 10시 기준 약 1000명으로 방문했고 이후에도 계속 증가해 정오 무렵에는 약 1500명이 찾아왔다. 추모객들은 공항 건물을 둘러쌀 정도였다.

공항 내부도 분향을 위해 모인 추모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정사진과 위패가 놓인 단상 앞에서는 추모객들이 하나둘 국화를 올리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오후 1시께 조문객 대기 줄 가장 마지막에 선 오이묵(59) 씨는 "직접적인 연고는 없지만, 지역 주민으로서 순천에서 이곳을 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곳에서도 분향소가 열리고 있으나, 사고 현장에 위치한 공항 분향소가 더 의미 있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광주에서 온 A씨(40대) 역시 "연고자는 없지만 많은 희생이 발생한 사고 현장을 찾아야 할 것 같았다. 희생자분들이 좋은 곳으로 가길 기도한다"고 전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온 한 추모객은 "전남에 일이 있어 방문했다가 비극을 알게 되어 조문했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오전 8시부터 현장에서 조문객을 안내했다. 자원봉사자 김용철 호남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학생들과 함께 대기 줄을 정리하며 추모객들을 맞이했다. 그는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지만, 공휴일이라 더 많은 분들이 멀리서 찾아오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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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무안국제공항 내부 계단 손잡이에 희생자들을 기리는 조문객들의 편지와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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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조문객의 수는 점점 증가했다. 공항 내부 분향소부터 공항 청사 앞 2번 출구, 주차장 입구에 이르는 200m가 넘는 구간에 조문 행렬이 길게 늘어섰다. 1500명이 넘는 시민들은 공항을 둘러싸며 추운 날씨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하며 차례를 기다렸다. 대기 중인 시민들을 위해 인근 편의점 점원은 핫팩을 나눠주기도 했다.

공항 내부 계단에는 시민들이 남긴 편지와 포스트잇 메시지들이 놓여 있었다. "잊지 않겠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메모들은 조문객들의 마음을 표현했다. 화해하지 못한 채 영원히 이별하게 된 것을 후회하는 친구 편지는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계단은 많은 조문객들이 오르내리다 멈춰 서면서 편지를 찬찬히 읽어보는 또 하나의 추모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은 조문을 마친 뒤 손 편지를 작성하거나 주변에서 제공되는 국화꽃을 들고 조용히 영정을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는 모습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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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12시께 공항 바깥까지 길게 조문객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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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무안공항 합동분향소는 오는 4일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같은 날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세월호 유가족들도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들을 기렸다.

무안국제공항 분향소 외에도 전국 각지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분향소가 운영되고 있다. 무안종합스포츠파크의 분향소와 광주광역시 5·18민주광장에 차려진 광주합동분향소에도 이날 오전 기준 각각 1000명이 넘는 추모객들이 다녀갔다. 서울시청 앞, 대전시청, 부산시청 등 전국 각지의 분향소에서도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425_sama@fnnews.com 최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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