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후 매번 선보였던 '집무실 풍경'서 탈피…외풍 겨냥 국가 상징물만 남긴듯
당 이론지에 공개한 과거 연설문에서 "다양한 위험 직면…나비효과 우려"
신년사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예년과 달리 뒷배경에 가족사진 등 개인적인 물품을 치우고 중국 국기와 만리장성 그림만 놓아 그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관영 중국중앙(CC)TV 생중계로 방송된 2025년 신년사에서 만리장성 그림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 앞에 앉았다.
시 주석은 집권 첫해인 2013년 이후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 집무실에서 오성홍기·만리장성 그림과 함께 책장을 배경으로 짙은 색 나무 책상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해왔는데 올해는 달랐다.
시 주석의 자주색 넥타이와 뒤에 걸린 오성홍기는 그대로였지만 만리장성 그림 양옆에 있던 책장은 보이지 않았고, 이전보다 더 큰 만리장성 그림이 벽면을 가득 채웠다. 이전 '집무실 풍경'과는 크게 거리가 있는 분위기였다.
특히 최근 수년간 시 주석이 신년사를 발표할 때마다 관심을 모았던 '책장 사진'이 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시 주석은 신년사를 발표할 때마다 책장에 놓인 20여장의 사진에 변화를 주며 그해 역점 과제를 우회적으로 표현해왔다. 이 때문에 신년사 책장 사진은 중국 정치를 이해하는 '창구'로 여겨져 왔다.
지난해의 경우 가족사진 비중을 크게 늘려 전통적 가족 가치를 강조하고 친근감을 높이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당시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 전 부총리,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 어린 딸과 함께한 시 주석 부부, 시 주석 부부와 그의 부모의 사진 등 여러 가족사진이 처음 공개됐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가족사진은 물론 책이나 책상 위의 전화기, 필기구 등 시 주석 개인과 관련된 물품은 모두 치워지고 중국을 상징하는 국기와 더 커진 만리장성 그림만 남은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외부의 비바람'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가의 권위를 강조해 내부 단결을 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의 성과와 강대국으로서의 위상을 부각하면서 "외부 환경의 불확실성이라는 도전과 신구(新舊) 동력 전환 압박 등 몇 가지 새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이들은 노력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중국 관영언론도 시 주석의 신년사 배경의 만리장성 그림과 관련해 애국심과 민족정신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화통신은 시 주석의 신년사 배경에서 가족사진 등이 빠졌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은 채 그가 매년 만리장성 그림을 배경으로 신년사를 발표했으며, 올해 그림은 인민대회당 접대청(리셉션홀)에 걸린 것과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3년 신년사 모습 |
통신은 "만리장성은 중화민족과 중화문명의 상징으로, 중화민족의 자강불식(自强不息·스스로 최선을 다하고 쉼 없이 노력함)하는 분투정신을 이루는 강인하고 굴하지 않는 애국정신이 응집돼 있다"고 한 시 주석의 이전 발언 등도 소개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 주석이 신년사에서 중국 경제가 호전되고 있으며, 도전과제를 상쇄하고자 광범위한 국제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국제 투자 커뮤니티의 회의론과는 대조적인 메시지"라며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 몇주 전에 중국이 경제적 전환을 이루고 외압에 저항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강화하고자 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몇 년간 언론의 관심은 시 주석 뒤의 책과 사진, 전화기 등 책상 위의 물건에 집중됐지만, 올해 연설에서는 목적의 심각성을 보여주려는 듯 만리장성 그림과 중국 국기 외에 개인 물품은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날 중국공산당 이론지 추스(求是)에 공개된 시 주석의 연설에도 대내외의 다양한 위험에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추스는 이날 발간된 최신호에 2023년 2월7일 시 주석이 신임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위원 등을 상대로 한 '중국식 현대화로 강국건설과 민족부흥의 위업을 전면적으로 추진한다'는 제목의 연설 전문을 실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중국식 현대화를 위해 투쟁이 필요하다면서 "현재 우리나라(중국) 발전은 전략적 기회와 위험한 도전이 공존하고, 불확실하고 예측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증가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제적으로 "반세계화 사조가 대두하고 일방주의와 보호주의가 증가"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 "경제발전이 수요위축·공급충격·약세전환 예상의 삼중 압박에 직면해 있고 사회안정에 영향을 미치는 숨겨진 위험이 많다"고 언급했다.
시 주석은 또 "다양한 숨은 위험들의 상관관계가 크고 강하게 연결돼 있어 빠르게 전달돼 작은 위험이 큰 위험으로, 일부의 위험이 전체적인 위험으로, 경제·사회의 위험이 정치적 위험으로 발전하는 '나비효과'가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러한 위험과 도전을 명확히 인식하고 전략적 자신감과 주도권을 유지하며 투쟁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비공개 연설은 일반적으로 관영 매체 보도를 통해 일부 요약된 핵심 내용만 공개되며, 전문은 통상 수년 뒤 선택적으로 추스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2025년 신년사 |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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