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전체 공급량 5% 줄어들어
"가격상승 불가피" 한겨울 타격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가스 공급이 1일(현지시간)부터 중단되면서 유럽연합(EU)이 비상이 걸렸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보도에서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맺었던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스관 운송 계약이 지난달 31일로 끝났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만 3년이 다 돼가는 동안에도 가스관들은 계속 가동이 됐지만 우크라이나가 계약 연장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가동이 중단될 예정이다. EU는 한겨울에 전체 가스 공급의 약 5%를 상실하게 됐다.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은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유럽은 난방용 가스 수요가 증가하는 한겨울에 가스 공급 타격에 직면하게 됐다. FT는 BNP파리바 선임 상품전략가 알도 스판예르의 말을 인용해 "공급감소가 가스 가격에 반영돼 있다고 가정할 수는 있지만 초기 급격한 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통해 유럽에 가스를 공급하는 계약은 지난 2019년 말 갱신됐다. 두 나라 가스회사가 10년짜리 계약이 종료되기 하루 전에 갱신했다. 당시 EU 집행위원회는 가스 공급 계약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그러나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사정이 달라졌다.
EU 집행위는 회원국들에게 러시아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대안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친러 성향 정부가 들어서 있던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이런 움직임에 저항했고, 계약 갱신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들 두 나라 가운데 특히 슬로바키아는 상대적으로 계약 만료 상황에 대한 준비가 덜 돼 있어 이번에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미 수 개월 전부터 계약 갱신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러시아가 유럽에 가스를 팔아 번 돈으로 전쟁을 수행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벨기에 브뤼셀의 싱크탱크 브뤼겔에 따르면 러시아가 다른 루트를 찾지 않으면 계약 종료로 손실을 볼 금액은 65억달러(약 9조5600억원)에 이른다.
우크라이나 역시 상당한 재정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가스관 사용료로 연간 약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를 벌었지만 이를 포기해야 한다. 전쟁 중에 단 한 푼이 아쉬운 우크라이나로서도 상당한 부담이다. 우크라이나는 아울러 그동안 러시아의 공격에서 벗어나 있던 방대한 가스관 인프라 피해도 각오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가스관을 사용하지 않게 된 러시아군이 이 가스관 인프라를 향해 대대적인 공격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스관 차단으로 대안이 없는 슬로바키아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슬로바키아는 가스 공급 차단에 대한 보복으로 우크라이나에 전력 공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몰도바도 지난달 중순 러시아 가스 공급 불확실성을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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