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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6 (월)

젊을 때 못 누린 것 즐기느라 바빠… 풍성해진 일상에 '만족' [2025 코리아 밸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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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부와 인재를 잡아라] 日 CCRC 브랜드 '유이마루'
일반 입주민과 공존하는 은퇴단지
외국인도 제한 없이 주거 가능
취미 등 소모임으로 유대감 형성
자연스럽게 세대 간 교류 이뤄져
정부가 전략적 정책 지원한 덕분
CCRC, 지자체 새 먹거리로 부상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2월 9일 유이마루 나고야 진난 단지 내 커뮤니티에서 입주민들과 운영 스태프가 주간·월간 프로그램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경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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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나고야=김경민 특파원】 "오전 10시가 입주민들이 체조하는 시간인데요. 그때가 좋지 않을까요?"

지난해 12월 9일, 일본판 은퇴주거단지(CCRC)의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 '유이마루'(ゆいま?る) 측의 안내를 받아 찾은 나고야의 한 아파트 단지. 도착하니 이미 1층 커뮤니티 공간에는 10여명의 입주민이 모여 있었다. 이들은 일본인에게는 익숙한 '라디오 체조' 음악에 맞춰 몸을 풀고 있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익숙한 리듬에 입주민들의 동작은 하나둘 재빠르게 맞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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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마루의 나고야 진난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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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찾은 새 삶

체조가 끝난 뒤 이곳에서 5년째 살고 있다는 모리 에쓰코씨(74)를 만났다. 모리 부부는 서울이나 싱가포르 등을 오가며 지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며 노후에도 활기차게 살 수 있는 공간을 찾다가 '유이마루 나고야 진난'을 선택했다고 했다.

"이벤트가 정말 많지만 전혀 강제적이지 않아요. 필요하면 참여하고, 아니면 안 하면 됩니다. 그러니 부담이 없고 좋습니다. 다들 친구 같고, 서로 인생을 즐기자는 분위기도 형성돼 있어요."

모리 에쓰코씨의 남편 모리 가즈토씨(74)는 은퇴 전 '상사맨'으로 여러 나라를 오갔던 경험이 있다. 그는 최근 이벤트 중에서 특히 마작 배우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저나 아내나 마작은 전혀 할 줄 몰랐는데 함께 배우다 보니 은근히 재미있어요. 요즘 부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새로 생겨서 좋네요."

커뮤니티 벽 한쪽에는 '주간·월간 일정표'가 붙어 있었다. 월요일에는 글쓰기 교실, 화요일에는 스트레칭 요가, 수요일에는 영어회화 스터디, 금요일에는 전통음악 감상회 등 모리 부부의 말처럼 온갖 이벤트가 빼곡했다. 외부에서 보기엔 이 많은 일정을 노인들이 과연 다 소화할 수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는 참여율이 매우 높다는 게 담당자의 말이다. 입주민들은 대부분 스스로 마음 맞는 행사에만 선택적으로 참여한다.

"직장 생활을 하셨던 분들이 많아 시간이 생기니 오히려 더 왕성하게 활동을 하세요. 글쓰기 교실은 단지 내 최고 인기 프로그램 중 하나인데 자신만의 회고록을 쓰는 분도 있고, 아예 시를 쓰며 정기적으로 작품 발표회를 여는 분들도 있습니다."

고령층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는 역시 건강이다. 모리 가즈토씨 역시 이곳에 정착한 계기를 두고 "무조건 건강을 최우선으로 지켜야겠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나고야는 교통이 편해 전철로 온천여행도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아내와 함께 국내외를 조금씩 여행하며 살고 싶네요. 그 바탕에는 역시 몸이 좋아야 하겠지요."

지난 2022년 7월에 입주했다는 에모토 이쓰코씨(86)도 "지금 컨디션과 생활패턴이 딱 맞아서 좋다"며 "오래도록 이웃들과 어울려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이웃과 함께 사는 방식에 만족하느냐'고 묻자 모리 부부는 "오히려 젊은 시절에 못 누렸던 것들을 누리며 즐겁게 살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서로 돕고, 교류…지역사회 허브

유이마루는 오키나와 사투리로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이는 운영사인 '커뮤니티'넷이 표방하는 기업 철학으로, 서로 교류하고 지지하면서 노년에도 자신만의 생활을 계속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를 담아 유이마루라는 CCRC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회사는 일본 전역에 현재까지 13곳의 은퇴자 마을을 조성해 왔다. 산림 속 단독주택형부터 오래된 아파트 리노베이션형, 인구 감소 지역 활성화형 등 형태가 다양하다. 입주연령 요건은 60세 이상이며, 외국인도 제한이 없다. 나고야 진난의 경우 현재 61세부터 93세까지 폭넓은 층이 거주 중이다.

나고야 진난지점이 독특한 점은 일반 세대와 유이마루 입주민이 공존하는 아파트 단지라는 점이다. 전체 150가구 중 62가구만 유이마루가 관리하며, 나머지는 일반 세대가 입주해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뤄진다. 이웃끼리 간섭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유이마루의 식당은 입주민뿐 아니라 주변 주민에게도 개방된다. 이곳은 때때로 세미나나 공부 모임, 음악회, 취미활동 장소로 변신한다. 운영 측에서는 "외부 사람들이 들어와 같이 식사하고 교류해야 진정한 마을 공동체가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에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특별식을 마련하는 등 색다른 이벤트도 자주 열린다. 지역 초등학생들의 합창 발표회나 젊은 지역 주민들이 주말에 함께 요리를 배우는 강좌가 열리면 입주민들이 귀여운 손자·손녀를 보듯 아이들을 응원하고 챙기는 장면도 종종 연출된다.

유이마루 나고야 진난처럼 교통이 편리한 대도시 근교에 자리 잡은 CCRC들은 해마다 수요가 늘고 있다. 고령층도 기존 생활권과 단절되지 않고 도시 생활의 인프라를 누리면서 의료적 안전망까지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24시간 안심 "라이프 코디가 도와드립니다"

유이마루 나고야 진난의 또 다른 특징은 가구마다 활동감지센서가 설치돼 있다는 점이다. 오키타 미요 나고야 진난 소장은 "24시간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으면 라이프 코디네이터가 자동 출동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라이프 코디네이터는 입주민의 일상생활 전반을 상담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의료·간호 서비스와 신속하게 연계하는 역할을 맡는다. 건강상태가 악화되더라도 본인의 의지에 따라 계속 이곳에서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한 번 입주하면 거동이 불편해져도 중간에 이사하지 않고 평생 돌봄을 받는다. 유이마루에서 제공하는 이런 복합적 서비스에는 적지 않은 비용이 든다. 나고야 진난은 오랜 구축 아파트를 리모델링한 형태라서 일반적인 고급 실버타운보다 비교적 합리적인 편에 속한다. 나고야 진난의 경우 월세 6만엔, 관리비 5만엔 등 한달에 총 11만엔(약 102만원) 정도를 낸다.(세부조건은 가구 타입마다 다름)

일본은 2015년 아베노믹스 2.0의 일환으로 CCRC를 포함한 지방창생 전략을 적극 추진해 왔다. 지방이 고령화·인구 감소로 붕괴 위기에 처하자 고령자 유치를 통해 지역사회 인구를 보전하고, 청년 일자리(간병·관광·서비스업 등)도 창출하겠다는 복안이 결합돼 유이마루 같은 업체들이 생겨났다.

정부는 특정 지역을 지방창생특구로 지정해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사는 용지 제공 등을 받으면서 은퇴자 마을을 경쟁적으로 세웠다. 교부금을 기대한 일부 지자체는 CCRC 사업에 사활을 걸 정도다. 주택·간병시설 등을 배치하기 위해 CCRC를 거점으로 고령자가 평생 학습을 할 수 있는 대학에서는 관련 학과 신설도 잇따르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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