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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깨비시장 돌진’ 70대 운전자 “2년전 치매진단” 경찰 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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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사망… 운전자, 치사혐의 입건

진단 받고도 운전면허증 반납 안해… 최근 치료-약 복용 모두 중단 상태

“치매 진단 운전자 최대 50만명 추정… 자진신고 안하면 몰라, 제도 개선을”

동아일보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3시 53분경 서울 양천구 목동 깨비시장에서 75세 남성이 몰던 구형 에쿠스 승용차가 골목에 밀집된 가게들을 향해 돌진했다. 이 사고로 40대 남성 상인이 병원 치료를 받던 중 숨졌고 12명이 다쳤다. 김병근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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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서 지난해 12월 31일 상인과 행인들을 차로 친 70대 운전자가 치매 진단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로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던 40대 남성은 결국 숨졌다.

1일 경찰은 가해 차량 운전자인 김모 씨(75)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 중이다. 김 씨는 전날 오후 3시 53분경 자신의 구형 에쿠스를 몰고 시장으로 돌진해 1명이 숨졌고 12명이 다쳤다. 충돌 당시 차량의 속도는 시속 70∼80km 정도로 나타났다.

경찰은 “2년 전쯤 치매 진단을 받고 약을 먹은 적 있다”는 김 씨 진술을 확보했다. 이에 따르면, 김 씨는 치매 진단 이후 약물을 복용했으나 사고 당일을 비롯해 최근에는 치료와 약 복용을 모두 중단한 상태였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치매 진단 시점과 이번 사고에 치매가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직후 일부 목격자들도 김 씨가 차에서 내린 뒤 자신이 사고를 낸 것조차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치매 진단을 받은 뒤에도 운전면허증을 반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1종 보통면허를 소지하고 있었으며, 2022년 9월 적성검사 후 갱신된 상태였다. 현행법에 따르면 운전자가 치매 판정을 받아도 치료나 약 복용 등으로 운전이 가능하다는 전문의 소견을 받고 운전적성판정위원회 검증, 수시적성검사를 통과하면 운전을 할 수 있다.

다만 환자 본인이 스스로 신고하지 않으면 당국이 치매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 수시적성검사 대상자로 분류돼도 운전 자격 판정까지 통상 2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린다. 예방 차원의 치매인지선별검사(CIST)도 75세 이상 운전자만 3년 단위로 받는다. 치매 발병 이후 수시적성검사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기에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는 2023년 기준 474만7426명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 조사 결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발병률은 약 10%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에 치매 운전자는 약 40만∼50만 명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50년경에는 치매 발병률이 15% 이상으로 올라갈 전망이라 치매 운전자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치매 환자가 정부 관리 대상에서 누락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증 치매 환자라고 해도 상황에 따라 운전 중 인지능력이 저하돼 큰 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며 “치매 판정을 받은 환자에 대한 엄격한 운전면허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이나 친지, 의사, 경찰 등이 운전면허관리 당국에 직접 신고하는 ‘제3자신고제’나, 의료-운전면허 시스템 연동을 통한 제도적 실효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서지원 기자 w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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