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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신년 인터뷰] 성경륭 상지대 총장 "韓경제 골든타임 아닌 피크타임, EU식 '초광역 경제권' 구축이 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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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정점 후 감소세…공동체 기능·역할 통합 후 행정 통합해야"

"혁신도시 입주기업 3000곳 넘어…단순한 부동산 개발사업 아냐"

"신형 대학 모델 필요…상지대, 세계한류·한상대학 만들어 선도"

아주경제

성경륭 상지대 총장은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상황이 골든타임이 아닌 피크타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진은 아주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는 성 총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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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화와 지방 소멸이 심화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장기 저성장 터널에 진입하고 있다는 경고음이 끊이지 않는다. 한국은행은 2024~2026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2% 수준으로 추정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2040년부터 잠재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참여정부에서 초대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성경륭 상지대 총장은 아주경제신문과 신년 인터뷰를 하면서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골든타임'이 아니라 '피크타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구구조와 산업 경쟁력이 악화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정책 대응이 없다는 지적이다. 성 총장은 "2020년 인구가 정점을 기록한 뒤 자연 감소 구간으로 접어들었다"며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 잠재력을 떨어뜨리는 정책이 이어지는 것은 위험한 신호로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참여정부는 국토균형발전과 지방 분권에 공을 많이 들인 정권이다. 당시 성 총장도 주요 공직을 맡으며 지방 혁신도시 육성 정책의 밑그림을 그린 바 있다. 그에게 한국 경제의 활로를 물었다.

성 총장은 초광역 경제권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유럽연합(EU) 방식의 자원 집적 및 재분배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지방자치단체 간에 공동 연구개발(R&D)과 대학·병원 통합 운영 등 경험을 쌓고 더 높은 층위의 경제적 통합까지 이룬 뒤 마지막으로 광역 행정을 통합하는 순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수도권 외 지방에 미니 EU를 2~3개 만들자는 구상이다.

다음은 성 총장과 일문일답한 내용.

-신행정수도와 혁신도시 밑그림을 그렸다. 세종시와 지방 혁신도시에 대해 평가한다면.

"2002년 대선 때부터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 소멸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여론이 강해졌고 집권 후 신행정수도와 혁신도시 정책을 추진하게 됐다. 헌법재판소가 관습 헌법 논리로 수도 이전을 막아 (세종이) 불완전한 행정도시가 됐고 결국 수도가 분열되는 효과만 가져 왔다. 서울에 대통령실과 국회, 일부 부처가 남고 세종에 중앙부처가 몰려 있어 불완전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면서 기회가 생겼다. 기존 청와대 재입주가 어렵다면 대통령실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헌법 개정으로 완전한 행정수도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혁신도시 관련 모든 정책이 성공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 당시에 필요한 일을 했고 국가 발전을 위한 새 경로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154개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해 현지 인재를 채용했고 입주 기업도 3000곳을 넘겼다. 지역 소멸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그나마 막을 수 있었다. 혁신도시는 단순한 부동산 개발 사업이 아니다."

-수도권 과밀 완화를 위해 지방에 초광역 경제권을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중앙정부와 16개 시도, 기초자치단체 등으로 행정 체계가 구성돼 있는데 독자 생존이 어려운 구조다. 시도 경계를 넘어선 초광역 경제권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내 자동차 산업을 예를 들면 조립 공장은 울산에 있지만 부품사는 부울경 지역에 흩어져 있다. 한 광역지자체가 전담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유럽도 EU가 공동체를 묶는 기능·역할을 하지만 개별 국가의 조세·행정권은 그대로 남아 있다. 각 지자체의 독자성을 인정하되 산업, 교통, 생활 등에서 초광역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 통합이 우선이라는 주장도 나오는데.

"과거 참여정부는 전국을 5대 초광역 경제권(수도권, 중부권, 서남권, 대구·경북권, 동남권)과 2대 지역 경제권(강원권, 제주권)으로 재편하는 '5+2 경제권'을 구상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이를 바탕으로 부울경 메가시티를 추진했지만 법 개정 등에 시간이 걸렸고 차기 경남지사가 행정 통합 우선 추진으로 돌아서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하지만 기계적 행정 통합은 별 효과 없이 공무원 반발만 초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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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륭 상지대 총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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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 완화로 마련한 재원을 지방에 투입하자는 아이디어는.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 지역상생기금과 비슷한 논리다. 2010년 3000억원 규모로 시작된 사업인데 지역 간 불균형 해소에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반면 규제 완화 효과는 누적적이라 수도권만 엄청난 혜택을 보게 된다. 수도권 내 낙후 지역의 저항도 큰 만큼 사실상 흐지부지된 정책이다."

-기업을 지역으로 분산해야 균형 발전이 완성될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상승 속도가 빨라 웬만한 인센티브로는 기업이 움직이지 않는다. 지방 이전 기업에 상속세 면제 혜택을 주는 정도까지 나와야 하는데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지방에 기회를 부여하는 차원에서 고려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투자해 창업을 유도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2023년 6월 기준 혁신도시 입주기업 3415개 가운데 창업기업이 1501개에 달한다. 상당히 희망적이다. R&D와 대학 교육 등을 연결해 젊은 창업가를 육성·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 창업 활성화를 이끌어야 할 지방 대학의 위기가 심각하다. 지속 가능성을 위한 방안은.

"구조적 요인과 대학 운영 모델을 모두 살펴야 한다. 초저출산으로 수요는 감소하는데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 수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수급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등록금에 의존하는 수익 모델도 바뀌지 않는다. 주요 수요층을 18~21세 내국인에서 100세까지 외국인으로 확대하고 오프라인 중심 교육을 온라인으로 전환하는 혁신이 필요하다."

-더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학령에 얽매이지 말고 외국인 유학생 비율을 늘려야 한다. 유학생 유치를 수익 창출 수단 대신 인구 감소 대책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 내국인으로 우수 인재를 공급하는 게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그 빈 공간을 외국 인재들로 채워야 한다. 국내 고등교육은 공급과잉이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부개발원조(ODA) 예산을 확보해 순차적으로 개도국 우수 학생을 유치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온·오프라인 교육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운영하고 수익 모델도 다원화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학 내 창업 독려가 대안이라 할 수 있다."

-수익 모델 다원화를 위한 상지대만의 전략은.

"대학 수요층을 학생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대학은 주요 지식 생산 기관인 만큼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정부 부처 등을 고객으로 삼아 컨설팅 비즈니스를 영위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한류 열풍도 소중한 자산이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상지대는 우수 외국 학생을 모아 '세계한류·한상대학'을 세계 최초로 만들고자 한다. 일단 사이버대학을 론칭해 한글, K-문화, K-의료, K-스포츠, K-푸드 등 5개 전공을 개설할 계획이다. 지자체와 협력해 '한류의 날'을 제정하고 '한류의 고향' 사업도 추진할 예정이다. (상지대 소재지인) 강원도 내 18개 시군 중 16개 시군이 인구 소멸 지역으로 분류된다. 한류를 사랑하는 외국인을 생활인구로 끌어들이는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 한다."

-2025년 을사년이 밝았다. 오피니언 리더로서 우리 사회에 조언을 한다면.

"최근 우리나라는 매우 특이한 상황에 처해 있다. 어느 한쪽으로 승패가 갈리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국민들이 희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정치다. 정치가 문제의 중심에 서 있으면 안 된다. 정치 리더가 역량을 발휘해 합의, 타협, 양보를 이끌어 내며 안정된 길을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피크 코리아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뛰어난 지도자가 출현해야 한다. 위대한 지도자의 위대한 판단을 통해 정치적 상황을 타개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은 가능성이 낮아 보이지만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주경제=김성서·최예지 기자 biblekim@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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