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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4 (토)

트럼프 취임 전부터 불신 높아지는 대만[다시 만난 트럼프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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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라이칭더 대만 총통.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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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국 강경책을 예고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시대의 대만과 미국 관계는 오히려 안갯속이다. 대만은 트럼프 당선인 취임 전부터 ‘중국의 군사적 위협’, ‘미국의 방위비 압박’, ‘정치적 분열’의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역설적으로 트럼프 집권 시기 대만이 중국과 대화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을 포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평가된다. 문제는 대만 문제도 거래 관점으로 보는 트럼프 당선인의 접근법이다.

그는 지난해 9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대만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0% 수준으로 국방비를 써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GDP의 10%’는 미국이 냉전 시기에 책정했던 최대 국방비 지출 비율이다. 전시 상황이 아닌 국가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해 7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선 “대만이 중국의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다”며 대만 방어에 회의적인 뜻을 나타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대만이 미국산 무기를 구매해야 한다고 압박하는 것과 함께 미국 내 지지층을 의식한 메시지로 평가된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이 나올 때마다 대만에서는 극렬한 논쟁이 벌어지면서 정치적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여당 민진당에서는 ‘미국 내부용 발언’이라며 최대한 트럼프 당선인 발언의 의미를 축소하는 반면 국민당·민중당 등 야권은 여당의 안일함을 질타한다.

대만국방안전원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방비 증액 찬반 여론은 48%대 42%로 찬성 여론이 높다. 하지만 친미 일변도로 독립을 지킨다는 노선에 대한 회의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대만이 최소 GDP 대비 5%를 국방비로 지출해야 한다는 흐름이 형성돼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참모이자 1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지난해 6월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대만이 GDP의 최소 5%를 국방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싱크탱크 ‘프로젝트 2049 연구소’의 마이클 마자도 지난해 8월 같은 주장을 했다.

전시가 아닌데 국방비가 GDP 대비 5%를 넘는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6.6%)와 이스라엘(5.2%)뿐이다. 지난해 대만의 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2.45%이다. 3%조차도 감당하기 어렵다고 평가된다.

대만은 미국발 안보 무임승차론을 피하기 위해 막대한 미국산 무기 패키지 구매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인 국방안보연구원 쑤즈윈 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미국이 구매를 요구한 무기 패키지 규모가 150억달러(약 22조원) 이상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연합보는 칼럼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의존해 중국에 대항하는 라이칭더 정부는 트럼프가 달라는 대로 ‘보호비’를 낼 수밖에 없다”고 썼다.

장영희 충남대 평화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만에서 미국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흐름이 계속되면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공간을 열어주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관계가 약화되면서 중국이 내미는 손을 잡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2026년 대만 지방선거가 하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군사적 침공 가능성은 당분간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경기침체 해결이 급선무가 된 데다, 중국군에서 반부패 숙청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옌쉐퉁 칭화대 국제관계학원 명예원장은 지난해 11월 포린 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이 향후 4년 자국 경제 회복에 집중하면서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 시간표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중국이 대만 주변에서의 군사 훈련을 늘리고 있어 우발적 충돌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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