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2명 임명하자 국무회의 고성 오가
與 눈치 본 '반쪽 결단', 여권은 '난타', 법적 정당성도 잃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25년 새해 첫날인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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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을 임명하는 날 국무회의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일부 국무위원들은 충분한 논의 절차가 없었다고 항의했고 최 권한대행은 눈시울을 붉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참모들은 또 일괄 사의를 표명하고,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도 사직서를 내는 한편, 여당은 강력 반발하는 등 후폭풍은 이어졌다. 여권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임명 뜻이 아예 없었다는 점을 이번 행동으로 재차 보여준 셈이다.
최 권한대행의 결정은 헌법재판관 임명 면에선 한 발짝 나갔지만 1명 보류는 사실상 여권의 눈치를 본 '반쪽 결정'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권으로부터는 난타를 당하고, 1명 보류는 '위헌적' 논란이 이어지며 법적 정당성 확보도 실패한 상황으로 귀결됐다.
헌법재판관 2명 임명한 그날 국무회의 '아수라장'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최 권한대행이 31일 오후 4시 30분 국무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통상 국무회의는 오전에 개최되지만 오후로 일정이 늦춰진 것이다.정부는 무안 제주항공 참사 대응과 국회 일정 등을 이유로 들었다. 31일 오후 1시쯤에는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 회동이 있었다.
최 권한대행은 회의 막판까지 헌법재판관 임명 내용이 빠진 원고와 포함된 원고 등을 준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논의를 지켜보다가 헌법재판관 임명 논의에 대한 별다른 진척이 없자, 국무회의에서 임명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최 권한대행이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헌법재판관 임명 방침을 발표하자 국무회의장은 술렁였고,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들이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전에 내용을 공유 받지 못했던 국무위원들은 "왜 상의가 없었느냐", "일방적이다" 등으로 항의했다고 한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치적으로 중차대한 사안인데, 여야와 어떤 사전 협의가 있었느냐"고 따졌다. 김태규 방통위원장 대행은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처사"라며 "장관급 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직무대행은 사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최 권한대행은 "무리한 일이라는 것을 잘 안다"며 월권한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또 "무안 제주공항 사건만 아니었어도 이미 사직하려고 했다"며 사직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과 관련해 탄핵소추까지 당했는데 어떻게 뒤집을 수 있느냐" 등 고성이 나오며 논쟁이 격화됐고 최 권한대행은 결국 국무회의 종결을 선언하고 회의장을 떠났다. 이후 일부 국무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울먹이며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與 눈치 본 '반쪽 결정', 여권은 '난타', 법적 정당성도 잃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를 마친 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동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에서 정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장호진 외교안보특보와 수석비서관 전원이 최 권한대행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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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폭풍은 이어졌다. 대통령실의 정진석 비서실장을 포함한 수석비서관 전원은 최 권한대행에게 사의를 표명했다. 헌법재판관 임명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해석됐다. 앞서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에도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최 권한대행은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들의 사표를 반려했지만 정 실장 등은 출근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수석들 역시 대통령실을 나갈 생각이 있다며 대치 중이다.
여야는 모두 비판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은 권한대행에게 임명 권한이 없다는 점과 국무회의에서 충분한 논의 절차가 없었다는 점을,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 3인 중 2명만 선별해 임명한 것을 지적했다.
최 권한대행은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 중 정계선(민주당 추천)·조한창(국민의힘 추천) 후보자 2명은 우선 임명하고, 민주당 추천 마은혁 후보자는 여야가 합의하는 대로 추후 임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헌법재판관 임명 면에선 그동안 결사 반대했던 여권과 달리 한 발 나아갔지만 1명을 보류하면서 사실상 여권의 눈치를 본 '반쪽 결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여권의 난타를 받고 법적 정당성도 확보하지 못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잃은 상황으로 귀결되게 됐다. 국회에서 넘어온 헌법재판관 임명의 공을 국회로 다시 넘기는 것은 대통령 권한을 넘어선 '위헌적 행위'라는 점에서다.
삼권 분립 원리에 의해 국회, 대법원장, 대통령 각각 헌법재판관 3명의 몫을 주고 대통령은 임명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대통령 권한을 이어받은 권한대행도 마찬가지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장 큰 문제가 삼권 분립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국회에서 이미 결정해 넘어온 것을 다시 문제 삼는 것은 국회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헌법상의 의무를 저버리는 위헌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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