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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팩트체크] 헌법재판관 임명에 여야 합의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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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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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탄핵 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헌법재판관의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역대 헌법재판관 중 여야 합의 없이 임명된 사례가 없다"고도 주장했습니다.

“만약 불가피하게 이런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면 국민의 대표인 국회에서 여야 합의가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지금까지 우리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 생각합니다.” (12월26일, 한덕수 대국민 담화 중)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면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와 탄핵 의결 후 밝힌 입장문에서도 이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해 12월 31일 헌법재판관 2명에 대한 임명을 재가하고, 1명을 보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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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1일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중 정계선 후보자(사진 왼쪽)와 조한창 후보자(사진 오른쪽) 2명을 임명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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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행은 마은혁 헌법재판관에 대해선 여야 합의가 있으면 임명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선별 임명에 대한 여야의 반발이 거셉니다.

JTBC 팩트체크팀이 '헌법재판관 임명의 여야 합의 원칙' 주장을 따져봤습니다.

헌법재판관 임명에 여야 합의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의 헌법재판소는 1988년 문을 열었습니다.

JTBC 팩트체크팀은 헌재가 문을 연 이후 전·현직 헌법재판관들 62명의 지명과 선출 방식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이 가운데 한 총리가 보류한 것처럼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들에 대해 먼저 설명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국회의 선출로 임명된 헌법재판관은 19명입니다.

이 가운데 '여야 합의'로 재판관을 선출한 사례는 김효종(2000년), 목영준(2006년), 강일원(2012년) 재판관 3명뿐이었습니다.

그 외 16명은 각 당이 자체적으로 후보자를 정했으며, 다른 정당이 문제를 삼아 낙마한 사례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원내 3당이 1명씩 후보자를 내거나, 양당 체제가 뚜렷할 땐 여야가 1명씩 내고 그 외 1명을 합의해 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5기 재판부에선 안창호 재판관을 새누리당이, 김이수 재판관을 민주통합당이, 강일원 재판관을 여야 합의로 선출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6기 재판부에선 이종석 재판관을 자유한국당이, 이영진 재판관을 바른미래당이, 김기영 재판관을 더불어민주당이 후보자로 내 선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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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유남석 헌재 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선고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 있다. 왼쪽부터 문형배·이영진·이은애·이선애 재판관, 유남석 헌재 소장, 이석태·이종석·김기영·이미선 재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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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의석수, 지형에 따라 후보자를 내는 정당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국회 선출과 관련해 여야 합의 규정이 있는지에 대해 조사했지만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헌법이나 법률이 정한 내용도 아닙니다.

결국 여야가 각자 자신들의 철학에 맞는 후보자를 찾고, 선출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던 점을 볼 때 '관례'라는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여야 합의'를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으로 넓혀 확인해 봤습니다.

대통령과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정해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해야 합니다. (헌법 제111조 및 헌법재판소법 제6조 제1항과 제2항)

그러나 여야 합의가 필수요건이 아닙니다.

국회인사청문회법 제6조 제4항은 '규정 기간 내에 헌법재판소재판관 등의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가 송부하지 않은 경우, 대통령 또는 대법원장은 헌법재판소재판관 등으로 임명 또는 지명할 수 있다'고 정해 놓았습니다.

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상관없이 임명이 가능하다고 해둔 겁니다.

특히 이 조항에서 말하고 있는 '규정 기간'은 '임명동의안이 제출된 날부터 20일 이내(제6조 제2항)이거나 인사청문회를 마치지 못했을 경우 10일 이내 범위(제6조 제3항)'를 말합니다.

즉 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경우에도 대통령과 대법원장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있다는 취지입니다.

예를 들어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이석태·이은애 재판관은 국회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당시에 후보자들은 김명수 대법원장이 후보자로 추천했으며, 청문보고서 채택없이 지명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그에 맞춰 임명했던 사례입니다.

사례를 확장해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의 후보자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을 거치는 현재의 시스템에서 낙마한 사례도 '여야 합의'의 관점에서 살펴봤습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효숙 전 재판관과 박근혜 정부 때 이동흡 전 재판관이 정치권의 반대로 낙마한 바 있습니다.

전효숙 전 재판관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되는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제기되며 한나라당의 거센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결국 전 전 재판관이 스스로 청와대에 지명 철회를 요청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명을 철회하며 일단락됐습니다.

이동흡 전 재판관은 재판관 근무시절 각종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습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표결에라도 올려달라고 주장했지만, 이 전 재판관이 스스로 사퇴하면서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이들의 선택엔 절차와 관련해 무조건 넘어야 할 관문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바로 국회의 동의입니다.

헌법재판관 9명은 대통령이 임명하되 3명은 국회가 선출하고,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3명은 대통령 몫입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있습니다. (헌법 제111조 제4항)

이들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였기 때문에 국회의 동의를 반드시 받아야 했던 겁니다.

한 총리는 '여야 합의에 따른 임명'이 헌정사에서 단 한 번도 깨진 적 없는 관례라고도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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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마은혁, 정계선, 조한창 헌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안이 야당 주도로 상정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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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1988년 이전에는 어땠을까요.

1988년 이전에도 현재의 헌법재판소와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던 헌법위원회나 탄핵재판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활동을 하지 못했습니다.

유신정권 등에서 현재와 비슷한 구조의 헌법재판소가 생겼지만 당시엔 대법원이 헌재 기능을 일부 수행하면서 유명무실한 기관이었습니다.

과거 여야합의를 원칙으로 한다거나, 여야 합의가 없어 임명하지 않았다는 기록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헌정사에 여야합의없이 임명된 사례가 없다거나, 여야 합의가 원칙이라는 한 총리의 말은 사실과 다릅니다.

〈자료조사 및 취재지원 : 이채리 박진희〉



오이석 기자,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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