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4년 1월 2일 오후 5시 47분께 일어났던 일본 하네다공항 항공기 충돌 사고 당시 모습. 지지=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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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후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비상 상황 대처법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일본에선 탑승자 전원이 무사하게 탈출했던 하네다공항 충돌사고 1주년(2일)을 맞아 "당시 사고 대처를 다시 한번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사고 당시 일본항공(JAL) A350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등 379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이 여객기는 활주로에서 일본 정부기와 충돌했다. 전날 발생한 노토반도 대지진을 지원하기 위해 물자를 싣고 이륙하려던 해상보안청기였다.
사고로 해상보안청기 승무원 5명이 숨질 만큼 충돌은 컸다. 여객기에도 화재가 발생하면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펼쳐졌다. 일본 운수안전위원회가 지난달 내놓은 사고 중간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충돌로 화재가 발생하면서 불길이 불과 10분만에 객실 안까지 번졌다.
그런데도 당시 사고에선 단 한 명의 희생자도 나오지 않았다. 탑승자 모두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신속하게 탈출했는데, 승객들이 짐(기내 수화물)을 들고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실 하네다 사고의 기적적 생환은 그냥 얻은 게 아니었다. 2016년 2월 일본 홋카이도 신치토세공항에서 발생한 JAL 여객기 화재 사고의 영향이 컸다. 당시 신치토세 사고는 총 165명이 탑승 중이던 여객기(보잉 737-800)에서 발생했다. 이륙 중 엔진에 연기가 나면서 승객들이 비상 탈출했는데, 문제는 승객들의 짐이었다.
비상 슬라이드를 이용할 승객들이 짐을 들고 탈출구 앞에 몰리면서 접근이 어려웠다고 한다. 또 승무원들이 승객에게 다가가기도 힘들어 탈출 지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승객 1명이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다 허리를 언 땅에 부딪혀 중상을 입는 등 3명이 탈출 과정에서 다쳤다.
이 사고를 계기로 JAL은 출발 시 상영하는 승객용 안전 비디오 보강 작업에 나섰다. 긴급 상황에선 짐을 가지고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또 업체 측은 승무원들에게도 비상 탈출 시 지침으로 삼아 훈련했다.
JAL은 승객들이 객실로 가져온 짐을 내리지 않는 것을 매뉴얼로 삼았다. 이 행동양식에 따라 하네다 사고 당시 승무원들이 승객들에게 짐을 챙기지 말라고 소리를 쳤고, 승객들도 이 지시에 침착하게 따르면서 빠르게 탈출했다고 한다.
미국 연방항공국(FAA)은 비상탈출의 골든 타임으로 '90초 룰'을 적용한다. 기체 충돌이나 기내 화재 발생 시 탈출구의 절반 이하만 사용해 90초 안에 승객들이 빠져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좁은 기내 안에 빠르게 연기가 퍼지는 상황이나 폭발 위험 등을 감안하면 그만큼 비상 탈출에는 1초가 시급하다는 의미다. 하네다 사고 역시 짐을 내리면 시간만 허비한다는 기본적인 룰을 잘 지켜 탈출에 성공한 사례라는 게 일본 언론의 평가다.
도쿄=정원석 특파원 ju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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